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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티브 시니어] 쓸모 있는 사람

<시니어 칼럼>

입력 2023-06-08 13:11 | 신문게재 2023-06-09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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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현석 명예기자
손현석 명예기자

세상에 있는 모든 나무의 가치는 ‘얼마나 쓸모 있느냐?’로 결정된다. 낙락장송처럼 외모가 보기에 좋아 관상용으로 쓰인다든지, 특별히 재질이 좋아 고급 목재로 사용할 만한 가치가 있든지 해야 쓸모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울진에 가면 금강송면이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 수령 150년이 넘은 금강송이 수천여 그루가 자라는 군락지가 있다.

금강송은 높이가 최고 35m까지 곧게 자라는 데다가, 두께도 굵고 나무 질이 단단해 궁궐이나 사찰 등 고급 건축물의 기둥 재료로 사용한다. 따라서 생태적으로 보존 가치가 높아 산림유전자원 보호림으로 지정돼 있다.

그러나 외모가 좋은 나무라고 해서 반드시 쓸모가 있는 것은 아니다. 비록 외모가 못나고, 재질이 안 좋아도 쓸모있는 나무들도 있다.

중동지방의 오만이나 예멘에서 자라는 프랑킨센스라는 나무는 워낙 척박한 땅에서 자라다 보니 외모가 볼품이 없고, 굵기도 가늘어 별로 쓸모가 없다. 그런데 이 나무줄기에 상처를 냈을 때 나오는 젖빛 수액은 향기가 매우 좋고, 약성을 띠고 있어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이 수액을 굳힌 것을 유향이라고 하는데, 예수님이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가 가지고 온 세 가지 예물 중 하나로 사용됐을 만큼 귀한 것이다.

지금도 유향은 최고급 향수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고, 항암제 등의 약품을 만드는 데도 없어서는 안 될 귀한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국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천대받는 나무가 있다. 그것은 아카시아다. 아카시아는 속성으로 자라나는 특성이 있어 우리나라 산림이 황폐했을 때 삼림 녹화를 위해 곳곳에 심은 나무다. 하지만 줄기가 가늘고 약해 목재나 땔감으로도 사용할 수가 없는 데다가 무성한 잎은 다른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는 해로운 나무로 오해받아 한때 고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그런데도 아카시아가 살아남은 이유는 아카시아꽃에서 나오는 꿀의 질이 우수하고 맛있기 때문이다. 만일 아카시아가 좋은 꿀을 내지 못했다면 어쩌면 벌써 다 파버렸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나무는 무언가 쓸모 있는 것이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이것은 나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요즘 가끔 길에서 보행기에 의지하고 길을 걷는 노인들을 볼 때가 있다. 그때마다 혹시 저들이 “나는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비하하지는 않을지 염려될 때가 있다.

사람의 가치는 나이나 외모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나이가 많이 들고, 외모가 초라해 보여도 남에게 조금이라도 유익을 주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쓸모 있는 사람이다.

자기 것은 조금도 양보하지 않은 채 욕심을 부리고, 과거에 얽매여 살면서 고집만 센 사람은 아무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비록 작은 것이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유익을 주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때 우리는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대접받을 수 있다.

 

손현석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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