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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수명 다한 컴퓨터·서버… 믿고 쓰는 중고로 되살리죠"

[인터뷰] 디지털 기기 지원순환 기업 구자덕 리맨 대표
“IT 자원순환 시장 선도...리맨의 기업가치는 자원 순환과 환경에"

입력 2023-08-01 07:05 | 신문게재 2023-08-0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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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맨은 ‘디지털’을 재사용·재제조·재활용하는 기업이다. 생태정화조 같은 오염물질 저감 시설과 태양광·그린커튼·열교환 도료 같은 온실가스 저감 시설 등으로 친 환경에 앞장서는 기업이다. ‘RE100’ 현황판을 운영하며 자체 에너지 및 환경개선 목표를 수립하는 등 ESG·탄소중립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중소기업이다. “리맨의 기업가치는 자원 순환과 환경에 있다”고 강조하는 구자덕 리맨 대표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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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맨은 정기적인 워크샵을 통해 친환경 마인드와 실천의지를 다진다.

 

 

-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 드립니다.

“리맨 대표 구자덕입니다. 디지털은 인터넷 중독, 게임 중독, 디지털 쓰레기 등으로 부정적인 면이 크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디지털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들의 조직인 리맨의 대표 입니다.”


- 리맨 소개도 부탁 드립니다.


“리맨은 리매뉴팩처(Remanufacture), 즉 재제조에서 시작된 상호입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컴퓨터를 재생하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워 ‘한국컴퓨터재생센터’라는 상호를 사용했고, 저희가 만든 재제조 컴퓨터를 ‘리맨컴퓨터’라는 브랜드로 판매했습니다. 재생에서 재제조로 고도화되고, 컴퓨터만이 아닌 서버, 스마트 폰 등 다른 디지털기기로 확장되면서 상호를 바꿀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 때 재제조의 가치, 사람을 우선하는 가치, ‘다시 사람이다’라는 철학을 반영해 ‘리맨’으로 이름짓게 됐습니다.”


- 고물상을 운영한 부친과 환경운동을 해 온 본인의 가치관이 창업의 계기가 되었고, 젊은 시절 IT 제품 렌탈회사를 운영한 경험이 확장된 것이라 들었습니다.


“1987년 대학에 입학해 4년간 학생 운동을 했습니다. 졸업 후 노동단체에서 활동하다 군대에 갔어요. 방위근무와 병행해 시작한 첫 직장이 부산에서 아버님이 하시던 폐기물 최종처리 및 재활용 회사였습니다. 회사가 부도가 난 후 1996년 결혼과 함께 과천으로 이사했고, 2년 가량 대기업에서 회사 생활을 하며 환경단체, 교육단체 활동을 하다 퇴사 후 컴퓨터 렌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소유보다는 사용의 가치를 중요하게 보는 렌탈이 좋았습니다. 렌탈 사업의 핵심 중 하나가 ‘잔존가 확보’입니다. 잔존가액은 물건을 더 사용할 수 없을 때 이를 매각 처분해 얻을 수 있는 가치의 견적가액을 말합니다. 이를 확보하고자 중고 처리를 하는 사업을 하게 됐습니다. 그 사업이 리맨의 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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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덕 리맨 대표.

 

- 중고 IT 기기는 어떤 과정을 통해 다시 사용되고 재활용되는 지 궁금합니다.

“수집·운반 된 기기는 데이터삭제 과정을 거친 후 핵심 부품은 해체됩니다. 부품 검수 과정에서 재사용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나눕니다. 재사용할 수 없는 것 중에서도 재사용 가능한 부품이나 칩이 있는 것은 분리하고, 나머지는 파쇄 선별 과정을 통해 철과 구리, 알루미늄, ABS, PP, PS 등 플라스틱으로 구분돼 다음 소재별 재제조 공정으로 이관됩니다.”


- 중고기기에 사용자들의 정보가 남아 있을텐데, 염려 안 해도 될까요.

“데이터 삭제는 시간과 비용이 들지만, 완벽히 삭제 가능합니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소프트웨어, 장비로 먼저 삭제합니다. 삭제되지 않는 불량 저장 장치는 물리적 파쇄를 통해 삭제됩니다. 심지어 청와대, 은행, 네이버 같은 회사도 저희에게 맡겨 처리했습니다.”



- 중고 IT 기기의 경우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떻게 대응하셨는지요.

“‘중고는 허접하다’, ‘뽑기 운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15년 전에는 중고컴퓨터시장도 품질이 균일하지 않았습니다. 리맨은 믿을 수 있는 중고, 다시 찾는 중고를 만들기 위해 품질 관리를 철저히 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품질 보증 기간을 처음에는 3개월, 그 다음에는 1년으로 연장했습니다. 지금은 중고컴퓨터 판매 회사 대부분이 1년 품질 보증, 무상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리맨은 국가 표준으로 컴퓨터 재제조 품질 인증 기준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코로나19에 IT 재활용업계는 호황을 맞았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었나요.


“온라인 수업과 재택근무로 인해 IT수요가 급증했습니다. 특히 1인 1PC를 요구하다 보니 모든 컴퓨터를 새 것으로 장만하는 것이 큰 부담이 돼 중고에 대한 수요가 늘게 되었습니다. 사실 중고 제품은 경기를 크게 타지도 않습니다. 경기가 좋으면 좋은 대로 수요가 늘고, 경기가 안 좋으면 새것 살 돈이 부족해서 중고를 찾습니다.”


- 기업이나 정부기관의 연식이 오래된 중고 제품을 주로 매입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다시 판매나 처리되는지 궁금합니다.


“컴퓨터가 느려지면 고장 난 것으로 오해를 합니다. 많은 경우 하드웨어 고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문제입니다. 하드웨어 문제라고 해도 고장 난 부품만 교체하면 됩니다. 요즘 컴퓨터 성능이 정말 좋습니다. 컴퓨터 작업관리자에서 CPU 사용량을 보면 50% 이상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CPU가 느려서 바꿀 일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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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제조, 재사용, 재활용 모두 비슷해 보입니다. 세 가지 가운데 어떤 작업의 비중이 높은지 궁금합니다.

“리맨은 재사용이 가장 많습니다. 앞으로 재활용의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재제조는 재사용 중에서도 신품에 상당한 품질 수준으로 다시 만드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제품만 재제조로 봤는데, 이제는 부품도 재제조 부품과 재생 부품으로 구분합니다. 나아가 재활용도 소재 재제조로 재해석됩니다. 철이나 비철, 플라스틱도 다시 제조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 ‘사회적기업’인 만큼 나눔도 실천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만드는 컴퓨터를 직접 나누는 것이 현금 기부보다 훨씬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압니다. 리맨의 수익을 나누는 것도 있지만, 리맨의 사업 활동 과정에서 나눔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만드는 것, 조금이라도 더 재사용하는 것, 기업이 판매하기보다는 기부를 하도록 제안하는 것, 이 일을 하는 직원이 안전하고 보람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봅니다.”


-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어려운 일이 많았을 것입니다.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리맨은 IT 자원순환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남들보다 먼저 가치를 보고 도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리스크가 컸고, 실패도 있었습니다.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관점에서, 서로가 가진 장점을 살려 함께 논의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계획을 세워서 합니다. 리맨에는 회의가 많습니다. ”


- 리맨의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리맨은 더 많은 디지털기기를, 더 많이 재사용 자원순환하기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믿고 쉽게 기증할 수 있는 ‘물품 기부플랫폼’, 개인들이 안심하고 편리하게 폐기할 수 있는 ‘디지털기기수거함’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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