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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문화예술과 AI 공존의 시대

입력 2023-08-16 14:04 | 신문게재 2023-08-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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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3년 7월 14일, 세계 영화의 메카 할리우드가 멈췄다. 가장 큰 원인은 인공지능(AI).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AI를 기반으로 실존 배우의 얼굴·음성을 디지털화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기업 스튜디오들의 이익단체인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은 디지털로 복제한 얼굴·음성의 사용에 있어 배우의 동의를 받겠다고 제안했지만 배우조합은 이를 거절했다. AI를 사용한 시나리오 작업이 작가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이유로 작가조합은 이미 5월부터 파업을 이어오고 있었다. 

문화예술계가 AI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동반자적 관계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디즈니 스튜디오는 AI를 사용해 영화제작 예산을 관리하고 개봉시기까지 정하고 있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말하는 나무 캐릭터 ‘그루트’의 AI로봇이 디즈니랜드에서 고객을 응대한다. 메이저 스튜디오들은 USC 산하 ETC(Entertainment Technology Center) 연구소의 AI를 통해 기존 영화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기획을 하고 배우 캐스팅, 마케팅 기법까지 도움받고 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구글과 유니버설 뮤직이 생성형 AI 분야에서 협업을 시작했다. AI로 아티스트의 목소리나 기존 음악을 이용해 노래를 만드는 ‘딥페이크’(Deep Fake) 음악들이 저작권자 동의 없이 범람하자 이에 대응go AI 기술과 저작권자 지급 체계를 갖춘 시스템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유튜브 동영상을 자동 요약하는 서비스 및 유튜브 크레에이터에게 영상 자료를 추천하는 AI도 구글을 통해 활발한 모습을 드러냈다. 문화예술계에서 AI는 비용과 시간을 대폭 절감하고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AI가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라서 피할 수 없다면 손을 잡아야 하는가?

우리나라의 경우 웹툰 분야부터 AI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6월 초부터 네이버웹툰 ‘도전만화’ 코너에서 ‘인공지능(AI) 웹툰 보이콧’라는 만화 60여편을 통해 웹툰작가들이 단체행동에 나섰다. AI가 제작한 일러스트는 엄청난 분량의 기존 데이터에서 합성되므로 표절 시비가 걸린다는 주장이다. AI의 무단 학습행위를 사실상 허용하는 네이버웹툰 약관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뒤늦게 네이버 측은 웹툰 공모전에서 AI작업을 금지하는 지침을 내렸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3월 출범한 ‘AI 대응 태스크포스’로서 AI 노래/작곡 에 대해 선제 대응하며 음악창작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한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AI의 긍정적 측면을 기대하는 창작자들이 많다. AI를 통한 채색, 배경 등 작업이 효율성을 상당히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1세대 이현세 작가는 자신의 작품들을 AI에게 학습시켜 사후(死後)에도 AI가 이현세 화풍에 따라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AI와의 공존을 미리 선택한 셈이다.

현재 국회에는 AI의 촉진 뿐 아니라 규제법안도 계류돼 있다. ‘AI 이미지 생성기의 무분별한 사용과 악용을 막기 위한 법적 규제에 관한 청원’도 등장했다. 저작권법 제43조 개정안은 이용자가 제한 없이 저작물을 정보분석(AI 학습용 데이터 가공·추출 등)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면책 규정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문체부는 AI 콘텐츠를 명기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개정안과 함께 AI 저작권 등에 대한 디지털 권리장전이 9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산업혁명 때의 러다이트(기계파괴) 운동이 떠오른다. 대세로 자리잡은 AI를 문화예술계에서 무작정 배격하기는 어렵다. 문화예술계 AI시장은 2021년 180억 달러에서 2028년 1245억 달러만큼 급격히 성장할 예정이다. AI와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뺏고 빼앗기는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AI, 창작자, 소비자 사이의 쓰리섬을 통해 새로움을 창조할 묘책을 ‘창조’할 때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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