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방송·연예

[비바100]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배우 고현정의 '얼굴'

[人더컬처] 넷플릭스 '마스크걸' 고현정, 3인 1역에서 단 2회 출연, 강렬한 엔딩 선사
"외모나 모성의 집착 아닌 사랑의 결핍에 충실한 작품"
"차기작은 내 안의 개구지고 밝은 모습 꺼내 연기했으면......"

입력 2023-08-28 18:30 | 신문게재 2023-08-29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고현정1
굴곡진 인생사를 뒤로 하고 교도소에서 속죄하려 하지만 딸이 위협을 받자 탈옥을 감행하는 ‘죄수 김모미’ 역할을 맡은 고현정. (사진제공=넷플릭스)

 

고현정은 늘 주목받아왔다. 어린시절에는 또래보다 큰 키로, 미스코리아가 된 후에는 절정의 인기가 사실을 증명했다. 이후 재벌가 며느리라는 타이틀을 얻고 사실상 은퇴하는듯 했지만 고현정은 다시 카메라 앞에 섰다. 복귀 후에도 언제나 화제의 중심이었다.


이혼녀라는 꼬리표 따윈 없었다. 광고주와 방송국은 그를 잡기 위해 안달이었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대중들이 작품에 충실한 고현정의 연기와 더불어 그의 피부를 극찬하며 ‘선망의 대상’인 것을 그들도 아는 것이다. 아마 고현정 스스로도 외모에 있어서 만큼은 칠흑같이 검은 머릿결이 한 몫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고현정3
남들보다 길고 가는 다리를 가진 고현정. 자신의 장점을 돋보이는 재질과 디자인의 옷을 입고 피부에는 되도록 남의 손을 대지 않는것이 자신의 뷰티 철학이라고. (사진제공=넷플릭스)

 

물미역처럼 윤기나는 머리는 투명한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했고 고현정은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 모델로 점철되는 대신 ‘내가 직접 쓰고 바를 만큼 깐깐한 제품’을 만들어 사업적인 수완도 증명해냈다. 고현정은 “내게 외모는 처음이자 끝이기도 한데 적어도 빈껍데기는 되지 않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했음을 알아달라”고 살짝 미소지었다. ‘당신에게 외모란 어떤 의미인가?’란 질문에 내놓은 결연한 대답이었다.

“중간에 (연예계에서) 없어졌다가 다시 나왔을 때 모질게 떠났던 거에 비해 다들 너무 환영해주셨거든요. 그때는 ‘내가 진짜 예쁜긴 한가?’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은 운이 좋았다는 걸 절감해요. 50대에 들어서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냐’ ‘간절히 바라는 게 있냐’ 등이 더 중요한 걸 알았달까요.”

 

마스크걸 고현정
‘마스크걸’은 공개 후 3일만에 넷플릭스 글로벌(비영어권)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지난 18일 공개된 ‘마스크걸’에서 3인이 연기하는 김모미 중 그는 죄수번호 1047을 연기한다.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에서 ‘중년’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짧은 머리에 생기라곤 없는 모습으로 등장해 아무도 몰랐던 존재인 딸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주도면밀하게 움직인다. 총 7부작에서 고현정은 단 2회 출연으로 ‘마스크걸’의 대미를 장식한다.

사실 원작의 웹툰에서는 그야말로 성괴(성형괴물)가 돼 망가진 외모를 하고 있어 교도소 내에서도 아무도 건들이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에 고현정은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젊었을 때부터 똘끼 있는 성격에다 외모 콤플렉스 때문에 성형할 정도로 주변을 의식했던 사람이었던 만큼 그곳에서 나름 힐링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현정4
고현정은 “머리도 짧게 잘랐고, 다크서클, 기미 분장도 더 세게 했다. 버석거리는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10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고 할 필요도 없는 상태로 보여지길 원했어요. 보는 사람마다 ‘고현정 어디 있어?’라는 반응이 나오면 반은 성공이라고 봤죠. 비중이 중요한 게 아니라 뭘 하느냐가 중요했습니다. 내 나이대에 딱 맞는 배역이 들어왔고 이런 장르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벅찼던 것 같아요.”

개인 이메일도 없고 SNS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영화 관계자나 감독들하고의 친분이 있는 자리도 거의 나가지 않기에 ‘마스크걸’의 출연제안이 흡사 기적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내 실체를 보여줄 창구도 없고 OTT쪽으로는 얼쩡거려보지도 않은 나에게 온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미소지었다.

무엇보다 촬영장에서는 후배들에게 받는 에너지가 엄청났다. 실제로 만나자마자 벅찬 마음에 안아버린 신예 이한별과 아티스트의 감성을 지닌 나나, 70대 분장을 한 채 자신과 토굴에서 몸싸움을 해야 했던 염혜란까지 “나는 이미 졌다. 더욱 반성해야겠다”란 생각마저 들었다고.

 

고현정2
1990년 KBS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막내딸 말숙 역할로 연기 데뷔를 한 고현정은 이후 대통령, 여왕, 변호사, 학교 선생님 등 강인한 캐릭터에서 남다른 존재감을 선보여왔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다들 현장에 반쯤 모미가 된 채로 오더라고요.(웃음) 염혜란씨가 보여준 분기탱천한 모성은 또 어떻고요. 극 중 안재홍씨의 탈모 분장은 여배우로 치자면 가슴절제를 한 상태에서 상의 탈의를 해야하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결정이었죠. 외모는 물론 연기마저 ‘정말 미쳤다’란 말이 절로 나왔어요. 처음엔 혼자 모든 걸 짊어지지 않아서 좋은 기분으로 출발했다면 뒤로 갈수록 배우로서 많은 자극을 받은 현장이었어요.”

고현정은 ‘마스크 걸’이 모성애를 빗댄 작품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되려 ‘사랑의 결핍’에 가까운 영화라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아무렇지도 않아도 나에게는 치명적인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 이중성과 개인이 가진 패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고현정5
넷플릭스 '마스크걸' 고현정.(사진제공=넷플릭스)

 

“아들을 잃고 흑화하는 김경자(염혜란)의 모습이 제가 연기한 ‘죄수번호 1047’ 모미는 부러웠을 거예요.”

원래 시나리오에는 1047 모미가 피를 토하고 내뱉는 대사가 있었지만 그저 딸의 안전을 확인하고 살짝 웃는 것으로 하자는 의견도 그의 아이디어였다.

“엄밀히 말하면 저는 부성에 가까운 감정을 연기한 거죠. 모성은 확인하려는 반면 부성은 지킨다는 사전적 의미에 충실한 감정이에요. 원래 시나리오보다 훨씬 쿨 하게 나온 작품이고 연기적 희열을 많이 느끼게 해 준 작품이라 ‘마스크 걸’로 마주앉은 지금이 정말 행복해요. 차기작이요? 사실 그동안은 군림하는 역할이 많았는데 이제는 내 안의 밝고 개구진 모습이 더 많이 쓰이는 작품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감독님들, 저 좀 써 주세요. 더 늙기 전에….”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