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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무빙' 강풀 작가 "진정한 히어로란 자기 가족을 지키는 사람"

[人더컬처] 디즈니플러스 '무빙' 작가 강풀
디즈니+'무빙' 통해 신인 작가로 나서는 소감
"마감시간 때문에 담지 못한 인물의 서사 꼭 담고 싶었다"

입력 2023-09-04 18:00 | 신문게재 2023-09-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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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 강풀1
웹툰의 원작자이자 생애 첫 각본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무빙’의 강풀 작가. (사진제공=디즈니+)

 

뼈를 갈아넣고 영혼을 불살랐다고 했다. 대한민국 웹툰 1세대 작가이자 매 작품 영화판권이 팔릴 정도로 대중성을 확보한 강풀(강도영)이었지만 흥행은 늘 아쉬웠다. 그렇기에 디즈니플러스의 ‘무빙’은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각본에 참여한 작품이다. 

500억원의 제작비가 든 이 작품은 한국형 액션 히어로물을 표방한다.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 과거의 아픈 비밀을 숨긴 채 살아온 그들의 부모들이 시대와 세대를 넘어 닥친 거대한 위험에 함께 맞서는 이야기다.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된 후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최다 시청 시리즈에 이름을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무빙 공식포스터
“강풀 영화 최대의 적은 강풀 원작이라는 평이 늘 따라다녔다”는 그의 작품은 ‘아파트’ ‘바보’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가 스크린에 걸렸다.(사진제공=디즈니+)

“연재할 때만 하더라도 OTT 세상이 아니었습니다. 구상을 한 건 10년 전, 완결은 8년 전 끝난 터라 저도 사실 기억이 가물가물했어요. 웹툰 그릴 때 담지 못했던 인물의 서사를 키워 직접 쓰고 싶었고 제안이 왔을 때 20부를 하게 해주면 생각해보겠다고 했죠. 무조건 길게 가야 한다고.”


원래 ‘무빙’은 16부작으로 출발했다. 자신을 믿지 못하는 성격이라 디즈니플러스 측에 자신이 쓴 트리트먼트를 보냈다.

 

“웹툰의 경우 매주 연재를 해야 해서 뒤로 갈수록 스토리가 납작해진 아쉬움이 컸다. 시간에 쫓겨서 원래 축구장을 그려야 하는데 족구장을 그리곤 했으니까”라며 원작의 아쉬움을 제대로 풀어내고픈 야망을 숨지기 않았음을 고백했다.  

 

“만약 제게 초능력이 주어진다면 시간을 되돌리는 걸 주저없이 꼽을 정도예요. 당시엔 정말 마감의 공포가 어마어마했거든요. 2019년에 처음으로 각본을 쓰기 시작했는데 몸은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는 쾌감이 정말 짜릿했습니다.”

‘무빙’에 대해 강풀은 7화까지가 시즌 1이라고 정의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마무리되면 시즌2로 부모들의 서사가 이어지고 마무리 시즌 3은 그 후의 6화에 풀어내기로 가닥을 잡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신인 배우들의 분량이 대부분인 초반에는 류승범이 중심을 잡고 이후부터는 조인성, 한효주, 류승룡, 차태현이 자신의 분량을 성실하게 소화해내며 재미를 이끈다.

“지구 7바퀴를 돌고 타노스랑 싸울 것 같은 능력 말고 ‘한계가 있는 초능력’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자신의 가족을 지키는 게 진정한 히어로 아닐까요? 웹툰과 드라마는 근본은 비슷해도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매주 성적표를 받는 듯한 느낌으로 저 역시 ‘무빙’을 즐기고 있습니다.” 

 

무빙 강풀2
한국 철수설까지 흘러나왔던 탓에 현재 ‘무빙’의 인기는 디즈니+ 한국 법인을 살린 구원투수로 꼽히고 있다. (사진제공=디즈니+)

 

원래 추어탕 집을 하던 봉석(이정하)의 집은 돈까스 전문점으로 바뀌고 추가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한 것도 20부작 ‘무빙’만의 매력이다. 이에 대해 강풀 작가는 “안기부 건물이 있는 곳이 남산인데 그곳에서 근무하는 미현(한효주)과 두식(조인성)이 갈만 한 곳으로 정했다”며 디테일한 설정을 밝혔다. 

 

신체 무한재생 능력을 가진 주원(류승룡)이 운영하는 치킨집에서 손님으로 특별출연할 예정이었던 그는 “희수(고윤정)가 등록금 걱정을 하는 아빠와 대화하는 중요한 감정신에서 ‘양념 반 후라이드 반’을 외칠 순 없지않나. 외모만 봐도 한 마리만 먹을 것 같지 않고”라며 슬쩍 미소지었다.

‘무빙’에는 원작에 없던 번개맨(차태현)과 해외 입양아 출신의 킬러 프랭크(류승범)가 등장한다. 영화 ‘바보’ 때 인연을 맺었던 차태현과는 비슷한 또래를 둔 아버지라는 공통점으로 친분을 이어왔기에 그에게 전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초능력자를 맡겼다. 

 

강 작가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캐릭터를 꼭 넣고 싶었다. 부모와 자식 세대를 이어줄 다리 역할로 번개맨 만한 존재가 없더라”면서 “실제 아이들이 자랄 때 정말 좋아했고 EBS와의 협업이 잘 이뤄진 결과물이다. 후반부에 더 많이 나온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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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와 마주앉은 강품은 “솔직히 ‘원작보다 낫다’는 반응에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수줍어했다. (사진제공=디즈니+)

 

동네 친한 형이자 류승범의 형인 류승완 감독 덕분에 캐스팅에 성공한 프랭크 역할은 자칫 하이틴 멜로로 빠질 뻔한 ‘무빙’의 무게를 잡아준 캐릭터다. 당시 프랑스에 있던 류승범에게 카카오톡으로 대본을 보냈다는 그는 “원래 소속사를 통했어야 했는데 그런 일의 순서조차 몰랐다”고 무안해 했다.

“낯선 이방인의 모습을 표현해줄 배우가 필요했어요. 한국에 있는 초능력자를 없애려면 아마도 한국인 출신의 입양아를 보낼 거라 생각했거든요. 류승범이 엄청난 장고 끝에 출연 결정을 해줬죠. 저에게는 신의 한 수였지만.”

강풀은 ‘무빙’의 각본을 쓰기 전부터 지금까지 OTT를 8개 구독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이 1.5배속으로 보는 게 이해가 안됐다”는 그는 “그래서 그런 서비스가 없는 디즈니플러스를 선택한 이유도 있다”고 특유의 개구진 웃음을 터트렸다. 

 

무빙 강풀
역사에서 사라진 안기부를 넣은 것에 대해 그는 “ 완전히 픽션이긴 하지만 한국의 역사를 넣으면 한국형 히어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남다른 시대정신을 밝히기도. (사진제공=디즈니+)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화가이자 작가라는 직업의식이 생겼다는 강풀은 “내 나이 곧 50인데 은퇴를 계획한 건 아니지만 언젠가 시대에 뒤쳐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늘 있었다” 고백했다. 이어 그는 “연출에는 관심이 없다. 이야기꾼으로, 오로지 활자 안에서 살고 싶다”는 말로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오는 9월 20일 공개되는 마지막회 이후에 다시 물어봐주세요. 처음으로 안식기간을 가지며 두 달 정도 아무 생각없이 쉬고 싶습니다. 그 이후에 행보가 정해질 것 같아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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