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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디즈니+'카지노'의 진정한 주연은 이동휘라니까!

[#OTT]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권력을 향한 인물들의 치열한 전쟁 선보여
도박에 빗댄 인간의 욕망 농축해 보여준 수작
최민식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관심폭주, 뚜껑 연 결말은 이동휘의 존재감 우뚝

입력 2023-09-06 18:30 | 신문게재 2023-09-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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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는 ‘카지노’ 공개 직후 인터뷰를 통해 “정팔이는 자기밖에 모른다. 게다가 조금의 책임감도 없는 사람이다. 저도 애정을 못 갖는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며 연기적 고민을 토로했다.(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시즌 1의 주인공은 분명 최민식이었는데 시즌 2를 보니 이동휘‘만’ 보인다. 시리즈 전반에 걸쳐 ‘열일’하고 분량도 가장 많았던 손석구가 뻘쭘해질 판이다. 뒤돌아보니 모든 에피소드의 복병으로 이동휘가 바짝 엎드려있는 게 보인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필리핀 카지노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약육강식의 세계에 뛰어든 차무식(최민식)과 그의 오른팔로 활약하는 정팔(이동휘) 이야기다. 우여곡절 끝에 카지노의 왕이 된 차무식이 일련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생존과 목숨을 걸고 게임에 복귀하는 강렬한 이야기가 총 16개의 에피소드로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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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무식은 연출과 각본을 쓴 강윤성 감독이 최민식의 초성에서 따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남들보다 눈치 빠르고 뭐든 빠르게 배웠던 어린 무식은 말 그대로 이름만 ‘무식할 뿐’이다. 타고난 배짱은 그를 승부사이자 사업가로 만들었다. 사실 그는 누구보다 빠르게 성공한 인물이다. 영어에 능숙하고 그 기술을 살려 한국에서 평범하게 늙어갈 수 있었지만 필리핀으로 건너가 새로운 인생을 개척한다.

그를 견제하는 사람들과 친형처럼 따르는 사람 그리고 자식으로 여기고 키우는 현지의 카지노 대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사실 그는 도박을 하며 인생을 망친 친부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환상도 미련도 없었지만 도박을 하는 카지노란 공간에서 어떻게 사람들을 구워삶고 국적에 상관없이 자기 편으로 만들지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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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는 2022년 12월 21일 시즌 1(총 8화)이 공개 된 후 2023년 2월 15일부터 시즌 2(총 8화)가 공개됐다.(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무엇보다 ‘카지노’의 실존인물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정킷방을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시리즈 공개 직후 강윤성 감독은 “필리핀에서 카지노를 맡아서 키운 분을 만나면서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이기도 했고 시청자들도 나와 같은 궁금증을 느끼겠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모델의 사연이 작품에 녹아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카지노’는 디즈니플러스 한국 오리지널 중 공개 첫주 기준 최대 시청 시간을 기록함은 물론 역대 글로벌 OTT 한국 시리즈 중 IMDb 최고점을 기록했다. 최민식, 손석구, 이동휘, 허성태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열연과 거대한 서사가 선사하는 압도적 몰입감이 국내외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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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진 욕망의 민낯을 탁월하게 그린 ‘카지노’의 공식 포스터. 팬들 사이에서는 시즌3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사실 이 작품은 최민식의 25년만의 ‘안방 극장 복귀’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촬영이 들어가기 전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인턴’의 주연배우와 감독으로 만난 최민식과 강 감독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워너 브라더스가 한국시장에서 갑작스럽게 철수하면서 붕 뜬 상태가 돼버렸다. 

 

최민식은 당시를 “하루아침에 영화가 엎어지니 황당해서 ‘이렇게 헤어질 순 없다. 써 놓은 작품이 있으면 같이 하자’고 의기투합한 것이 ‘카지노’의 대본을 받게 된 계기였다”고 회상하고 있다.

 

비록 ‘한국의 로버트 드니로’는 되지 못했지만 ‘차무식’이라는 걸출한 인생 캐릭터를 만난 셈이다. 배경이 된 필리핀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군부독재를 겪었고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 나라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해외자본을 경계하지만 돈으로 맺어진 커넥션에는 기꺼이 자신의 영혼을 판다. 모두가 고개를 조아리던 그때 차무식은 카지노에 반쯤 미쳐 있는 인간의 본능을 자신의 돈 한푼 들이지 않고 구워삶는다. 매주 지역 유지를 구워삶고 그 인맥을 발판 삼아 정계에까지 진출한다.  


교묘한 균열이 시작된 건 그를 불철주야 모시던 정팔이 꽃뱀 출신의 카지노 딜러 소정(손은서)을 사랑하게 되면서다. 승무원 출신의 매니저로 알고 사귀었으나 사실 소정은 전과가 있고 다른 남자와 양다리를 걸칠 정도로 성공에 눈 먼 캐릭터다.

 

결국 100억의 판돈을 들고 도주하는 통에 사건을 수습하려는 차무식과 현지 경찰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허당인데 욕심까지 많은 정팔에게는 자신의 사건사고를 아무 말 없이 처리해 주는 차무식이 늘 고마웠지만 매번 결정적인 ‘한방’을 숨긴다는 사실을 흐르는 세월 속에 눈치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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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그에게 ‘한국 책상’이라고 써준 동료 필리핀 경찰을 추모하며 끝까지 사건을 추적하는 손석구도 발군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카지노’는 국적을 넘어 여러 인간군상들이 부딪힌다. 그저 소설이나 영화에서 볼 법한 정형화된 모습이 아닌 어디선가 실제 살 것 같은 민낯이 드러나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국내 굴지의 기업가로 칭송받지만 도박을 하며 짜릿한 일탈을 꿈꾸는 여성 CEO, 자수성가해 자식까지 번듯하게 교육시킨 사업가의 비루한 말로, 모든 걸 다 가졌지만 차무식 같은 배포를 지닌 똘똘한 후계자가 없어 아쉬워 하는 조직의 보스 등 그저 스쳐 지나가는 캐릭터라도 허투루된 서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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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정팔이에 대해 “자식의 감정보다 늘 사고치는 막내 동생의 감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정의했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영화의 말미, 배신당할지는 꿈에도 모르고 어디선가 꺾어온 붉고 시든 꽃으로 테이블을 장식한 차무식은 결국 총알 한방에 죽음을 맞는다. 

 

쏟아지는 기관총과 날카로운 칼날도 피해왔던 그이지만 결국 “살았다”고 생각한 그 순간 허무하게 세상을 떠나며 ‘화무십일홍’(열흘 붉은 꽃은 없다)이란 명언을 증명한다. 무엇보다 “인간의 욕망을 쫓다보면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라는 간단한 메시지”라는 최민식의 말을 되새기게 되는 결말이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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