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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인생 2막을 사는 사람들④ 건설공무원에서 스마트팜 농장주를 꿈꾸는 김선문 님

입력 2023-09-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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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인터뷰_김선문
김선문 씨는 건설과 전기, 자동제어 등 이제까지 자신이 경험하고 배워 온 것들을 바탕으로 언젠가 스마트팜 농장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기술 하나라도 배워 노후를 대비하세요” 

 

공직에서 봉직한 사람들은 대부분 은퇴 후 자신이 원래 하던 영역의 업무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허가 업무 등을 관장하던 자리였다면 민간 부분의 많은 유혹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30년 이상을 건설 분야에서 일했던 김선문 님(62세)은 그런 제안을 모두 뿌리치고 전기와 자동제어 부문 기술을 익혀 자기만의 미래를 착실히 준비해가고 있다. 인천체고에서 시설관리업무를 맡아 일하면서 스마트팜 농장주라는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그를 만나 인생 2막을 사는 의미와 향후 계획을 들어 보았다.


-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30여 년 동안 공직 생활을 마치고 퇴직 후 인생 2막을 살아가고 있는 김선문 입니다. 저는 1986년 수원소방서 소방공무원으로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그런데 소방 일이다 보니 명절 때 고향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하는 것에 늘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결국 ‘일근’ 하는 업무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다시 공무원 시험을 보고 지방건축 서기보로 공직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인천시 부평구 등에서 인허가 업무를 담당했고, 퇴직 20년 정도 정부터는 건축 공사 감독 및 시설물 관리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 건축 시설 분야 공직에서 인허가 및 도시재생 업무를 담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성과와 보람을 느꼈던 업무가 있었을텐데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공직 생활 중 건축 인허가 및 공사감독업무와 도시재생 업무를 주로 담당했습니다. 부평구에서 구민의 문화생활 향상을 위해 추진했던 문화회관 사업이 기억이 납니다. 2008년에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좌초 위기를 맞았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 투자했던 은행들을 찾아 다니며 투자를 계속해 달라고 설득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어렵게 2009년 사업을 완료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당시 900석 규모로 지자체 구 단위로는 상당히 큰 규모였는데, 지금도 근처를 지나다닐 때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도시재생 업무를 담당하면서는 부평구의 친수공간 조성사업인 하천 복원 사업이 기억에 남습니다. 국토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많은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PT도 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25년 완성 목표인 환경개선 프로젝트라 지금도 복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 밖에 다수의 노후 되고 비좁던 행정복지센터 건물들을 새로 지었던 것이 기억 납니다.” 

 

신중년인터뷰_김선문

인천체고 시설관리실에서 전기 배선을 점검 중인 김선문 씨.

 

- 2021년에 폴리텍 남인천 캠퍼스에서 스마트전기과 신중년특화과정을 수료하신 것으로 압니다. 특별히 전기기술 분야에 관심을 가졌던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오랫동안 건축 공사감독 분야에 일하면서 전기가 일종의 ‘신경망’ 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평소 전기분야에 대한 궁금증이 컸고, 관련된 많은 내용을 알고 싶어서 신중년 특화과정을 선택했고, 수료 전에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곧 이어 평소 꿈꿔왔던 자동제어 분야를 좀 더 배우고 싶어 전문기술 1년 과정까지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 1년 6개월 가량을 전기와 자동제어 부문을 공부하셨는데, 특별히 구상하고 계신 큰 그림이 있으셨습니까.

“공직 생활 중에도 저는 농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특히 스마트 팜에 관해 관심이 컸습니다. 그런데 이걸 배우다 보니 전기와 관련이 있었고 대부분 자동화를 알아야 가능한 사업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전기 과정을 끝내자마자 자동제어 분야 1년 과정에 다시 도전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주말 등을 이용해 시흥 쪽에서 8년 째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600평 정도 되는 공간에 고추와 참깨, 들깨 등을 유기농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자동 물주기 등 자동제어 시스템에 관해 배운 것 들을 잘 써먹고 있습니다(웃음).”



- 건축과 전기, 여기에 자동제어까지 배우셨으니 상당한 시너지가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앞으로 그리고 계신 제2의 인생도 이와 연관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언제일지는 몰라도 스마트팜 농장을 지어 고부가 작물들을 키우고 싶습니다. 이 분야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입니다. 자본도 많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 도전하려 합니다. 할 수 있다면 유럽 채소나 새싹 쌀 같은 고부가가치 작물들을 키울까 생각 중입니다. 퇴직 즈음해서 방송통신대 농대에서 농업학위도 취득했고, 500시간 가량 농업실무교육도 받았습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도 모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 현재 하시는 업무도 간단히 소개해 주십시오. 새로운 일터에서 새로운 일을 하시면서 남다른 보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저는 인천체육고등학교에서 시설관리직으로 건축, 전기, 설비, 가스 등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개 은퇴를 하게 되면 ‘잉여인력’이 된다는 생각도 하지만, 이 일은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오랜 기간 공사감독관 업무를 담당하면서 터득한 경험과 기술을 사회 환원하고 있다는 마음 자세로 보람찬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살면서 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배웠던 경험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건축이나 기술 부문 경력을 갖고 계신 분들은 공직을 나와서도 선택할 수 있는 보장된 일자리가 많을 듯 합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일을 선택하신 특별한 배경이 있으신지요.


“건축 업무 공직자들은 대부분 퇴직 후 감리나 시공 쪽 일을 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제안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일하기 보다는 사회에 좀 더 도움이 되는 일을 해 보고 싶었습니다. 30년 가량을 건설 쪽 일을 해 보니, 이 쪽 일이 경기 부침도 심하고 노후 사고 위험성도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목에 힘 주고 일할 수도 있겠지만, 일의 보람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신중년인터뷰_김선문

김선문 씨가 학교 시설 점검을 위해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 평소 가훈이나 좌우명이 있으시면 소개해 주십시오,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는 뜻의 ‘상선여수(上善如水)’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담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약한 듯 하면서 내면에 힘을 가진 것이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딪히지 말고 살자, 싸우지 말고 잘 지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물처럼 산다는 것이 편하게 살자는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무위도식(無爲徒食)’이라는 말도 아무 생각 없이 살자는 뜻은 아니지 않습니까?(웃음)”



- 폴리텍 교육 중에 특별히 힘들었던 적은 없으셨나요. 혹은 좀 더 보완되었으면 했던 커리큘럼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호기심이 많은 저로서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학습이 즐거웠습니다. 과정을 학습하기에 워낙 바빠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으로는 PLC 과정과 각종 계측장비를 이용한 수업을 따라가기가 다소 버거웠습니다. 하지만 워낙 교수님들이 성심껏 가르쳐 주시고 특히 실습을 많이 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인생 2막을 준비 중인 공직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면 부탁 드립니다.

“퇴직 전에 노후 준비를 잘 해 두지 못한 분들이 뒤늦게 생활전선에 뛰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설관리 업무만 해도 ‘열정 페이’가 없으면 쉽지 않습니다. 취업 문도 매우 좁습니다. 그래서 저는 기술을 하나라도 배울 것을 추천 드립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기술자격증을 따는 ‘재교육’ 노력을 경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내고 보니, 과거에 가졌던 기술이나 경험이 은퇴 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직장생활에 안주하지 말고,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기술을 배우면 재취업이 쉬워집니다. 그리고 건강이 허락한다면, 사회에 보탬이 되는 보람 있는 일을 해 보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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