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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인생 2막을 사는 사람들② ‘대기업 임원에서 재가 요양보호사로’ 이종대 님

입력 2023-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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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년인터뷰]이종대요양보호사
이종대 요양보호사는 브릿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나눔과 배려, 기부와 봉사의 정신을 실천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인생 2막을 펼쳐갈 것을 권했다.

 

“제2의 인생에서는 ‘나눔과 배려, 기부, 봉사정신’을 실천하면서 행복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도 이제 ‘노인 1000만 명 시대’를 맞았다. 인생 2막이 100세 시대에 필수인 시대가 된 것이다. 이종대(64) 요양보호사는 GS칼텍스에서 인사·기획, 영업업무를 경험했으며, 관계사 상무이사로 근무했다. LG그룹의 사훈을 ‘인화(人和)’ 에서 ‘인간존중의 경영’, ‘고객을 위한 가치창조’로 바꾸는 과정에도 참여했고, GS칼텍스가 국내 대기업 최초로 연봉제로 바꾸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지금 그는 재가센터에서 요양보호사로 2년째 일하고 있다. 편하게 여생을 즐길 수 있음에도 그는 가장 힘들다는 재가센터 근무를 자원해 월 200시간 이상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특히 SOS 돌봄 활동으로 받는 보수의 일부는 천사무료급식소에 기부까지 하고 있다.


- 이종대 님. 간단한 본인 소개부터 부탁 드립니다.


“저는 1959년에 전라남도 보성군 회천면 화죽리 마산 부락에서 태어났습니다. ‘왜 우리 집에는 논이 한 마지기도 없을까’ 한탄할 정도로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빨리 돈을 벌어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생각에 대학 진학 대신 공무원 시험을 볼까도 생각했으나, 광주고 은사님 추천으로 중앙대 경영학과에 장학생으로 들어갔고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까지 받았습니다.

대학을 3년 반 만에 조기 졸업하고 1983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 인사부에 입사한 이후 관계사 경영지원 담당 상무이사로 재직하다 자문역을 마지막으로 2021년 퇴직했습니다. 이듬해 3월 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에 입학해 의료정보과를 수료한 후 요양보호사 자격과 장애인 활동지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올해 1월에는 치매전문교육도 수료했습니다. 현재는 재가센터 요양보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 폴리텍대학 시니어 헬스케어 직종에 지원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는지요. 정신적·육체적으로 쉽지 않은 이 분야를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논 한 마지기 없는 가난한 농촌 집안에서 태어난 저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씀과 함께 많은 도움을 주셨던 고향 어르신들께 보은하고 싶은 마음이 어릴 때부터 컸습니다. 또 학창시절에 분에 넘친 지도, 편달을 해 주셨던 선생님들, 직장생활을 함께 했던 동료와 후배, 선배·간부님들을 포함해 사회에 진 빚이 많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학창시절과 회사생활에 이어 제 인생의 마지막 3분의 1은 무엇을 하며 살까 은퇴 무렵부터 고민하다가, 은퇴 후에는 내가 받은 것 중 일부나마 사회에 돌려드려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은 생은 ”나눔과 배려, 봉사정신“ 으로 살아가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우연히 TV를 보다가 화면 밑 자막에서 폴리텍대학의 요양보호사 자격취득 희망자 모집 공고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를 극진히 사랑하고 보살펴 주셨던 부모님과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노인분들에 대한 케어가 필요하다고 생각돼 요양보호사를 하기로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4.6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해, 개근상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습니다.(웃음)”

- 현재 요양보호사 일을 하고 계십니다. 대기업 임원을 하셨던 분이 선택한 제2의 인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은퇴 후 편한 삶을 기대하며 댁에서 반대가 있지는 않았습니까.

“저는 어르신을 돌보고 모시는 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집에서도 전혀 반대나 불만이 없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재가센터장님들께 ‘힘들고 가난하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그러나 다른 요양보호사들이 꺼리는 분들을 소개시켜 달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현재 신장투석,뇌졸중,파킨슨증 어르신 등 모두 일곱 분을 케어하고 있는데, 늘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어르신들께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해결해 드리려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경계하고 말씀을 잘 하지 않으셔서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빨리 어르신에 대한 현황 파악을 하고 적극적으로 경청했습니다. 공감하려 진심으로 정성을 다하고 따뜻한 말로 위로해 드리면 전문용어로 ‘라포르(Rapport, 공감적 인간관계)’가 빠르게 형성될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신중년인터뷰]이종대요양보호사
이종대 요양보호사가 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실습실에서 요양실습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힘든 일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에 겨운지, 어떤 때 가장 보람과 긍지를 느끼시는지요.

“요양보호사 일을 잘 하려면 팔과 다리, 어깨, 허리가 튼튼해야 합니다(웃음). 물론 힘든 부분도 있습니다. 제가 케어하는 분 가운데 일주일에 3회 병원에서 신장 투석을 하는 할머님이 계십니다. 아침 6시에 현장으로 출근해 하반신이 많이 불편하신 할머니를 침대에서 업고 연립주택 계단을 내려와 차로 병원까지 모시길 벌써 1년 2개월째 인데, 하루에도 20번 이상 ‘고맙습니다’를 연발 하십니다. 또 한 분은 뇌졸중으로 와상 상태에서 제가 1년 3개월 전부터 케어를 시작했는데, 휠체어에 태워서 근처 어린이 놀이터에 가서 걷기 재활운동을 도와드립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살아서 뭐 하냐. 빨리 죽고 싶다’고 하시던 분이 이제는 지팡이를 짚고 조금씩 걸으시며 고맙다고 하시면서 열심히 하십니다.

파킨슨증 어르신도 계십니다. 처음 뵙기에도 파킨슨증 같았는데 아니라고,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하시는 것을 설득해 큰 병원으로 모시고 가 검사를 받은 결과 파킨슨증과 초기 치매증상 치료까지 함께 받고 계십니다. 전립선이 좋지 않아 소변을 한 시간에 한 번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하냐고 병원에 그렇게 안 가시겠다고 하시는 것을 설득, 세심한 케어와 함께 검사로 7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 어르신 따님이 재가센터장에게 전화로 한 시간 이상 제 칭찬을 하시고, 훌륭한 요양보호사를 보내줘서 고맙다며 커피와 아이스크림 기프트콘을 센터에 보낸 적도 있습니다. 그럴 때 보람과 긍지를 느낍니다.”

- 요양보호사로는 경력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 이렇게 훌륭하게 일을 해 낼 수 있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으신지요.

“아무래도 회사원 생활과 사회생활을 많이 해 와서 눈치가 빠른 편입니다. 적극적 경청, 공감 능력 발휘 등이 높다고나 할까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르신들은 마치 어린애와 같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린아이 대하듯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조금만 잘하시거나 좋아져도 즉시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인정해 드립니다.”

- 은퇴 후 첫 번째 새로운 도전을 하고 계십니다. 계속 이 일을 하실 것인지, 또 다른 일을 찾아 계속 도전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이 일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어 노인인구가 급증하고, 수급자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유능한 요양보호사가 많이 필요하게 될 겁니다. 계속 이 일을 하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현장의 소리를 모아 건보공단이나 정책당국에 적극적으로 건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정부에서 검토 중인 요양보호사 승급제도는 물론 훌륭한 요양보호사 양성을 위한 대책, 요양보호사 처우개선책, 수급자 만족을 위한 대책 등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1,2 등급, 중증 치매 어르신 케어가 매우 힘든데 동기부여가 될 정도의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동기부여를 해주고 만족을 하게 되면 더 공헌하게 됩니다. 요양보호사의 퀄리티를 높이려면 시급을 현실화 하고, 수급자 만족을 극대화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회사 재직 당시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요양 현장의 미비점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려 합니다.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라도 과정에 참여해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신중년인터뷰]이종대요양보호사
이종대 요양보호사가 지난 달 30일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폴리텍 의료정보과를 수료하신 선배로서, 후배 지원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 드립니다. 폴리텍 측에도 바라는 바도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노인 요양보험제도는 꼭 필요한 제도입니다. 시중에 있는 일반 ‘요양보호사 양성학원’은 짧은 6주 과정입니다. 반면에 폴리텍대학은 4개월 과정이고 교육과정이 실질적이고 생동감 넘치며 알차고 충실합니다. 교육의 퀄리티가 높고 교육생들의 마음가짐도 다릅니다. 본인만 열심히 하면 시험은 100% 합격할 수 있으며, 수준 높은 요양보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수강료 국비 지원에 점심 무료 제공, 교통비 일부 지급 등 혜택도 많아 적극 지원하실 것을 권합니다.

다만 저희 9기는 코로나19가 한참 유행할 때와 겹쳐 현장실습이 영상교육으로 대체가 됐었습니다. 앞으로는 현장실습이 더 강화되었으면 합니다. 또 교육생 선발 때, 인성이 좋고 기본소양이 갖춰져 있는 사람들을 뽑아 ‘역시 폴리텍 출신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힘써 주셨으면 합니다. 가능하다면 교육 인원도 더 늘려 더욱 많은 양질의 요양보호사를 배출해 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 평소 좌우명이나 가훈이 있으신지요.


“좌우명은 ‘Yes, I can’, 그리고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입니다.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면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온다고 믿습니다. 가훈은 예전에는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이었으나, 아이들이 성인이 된 지금은 ‘자율과 책임(Autonomy & Responsibility) 입니다. 자신의 일은 자기가 알아서 책임감 있게 하자는 의미입니다.”

- 건강하고 행복한 100세 인생 2막을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챙겨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뭐니 뭐니 해도 첫 번째가 건강입니다. 육체적 건강과 더불어 정신적 건강, 즉 마음 챙김(Mindfulness)이 필요합니다. 저도 한 때 대장암 투명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제 나이보다 신체 나이가 10살 이상 적게 나옵니다. 에디슨의 말처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일하는 사람, 사랑 하는 사람, 그리고 희망이 있는 사람입니다. 희망은 한 글자로는 ‘꿈’, 두 글자로는 ‘희망’, 세 글자로는 ‘가능성’, 네 글자로는 ‘할 수 있어’ 입니다. 두 번째는 꾸준한 운동과 사회활동입니다. 걷기 등 꾸준한 운동과 친척모임, 친구모임, 동호인 취미활동, 봉사활동 등에 적극 참여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지속적인 두뇌 활동입니다. 독서나 공부, 일기 쓰기, 그림 그리기 등 지속적인 두뇌 활동이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됩니다.”

- 이종대 님처럼 과감하게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려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격려의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저는 인생을 ‘잘 먹고, 자고, 싸고, 놀다 감’ 딱 열 글자로 정의해 봅니다. ‘잘 먹고, 자고, 싸고’는 건강관리이고, ‘잘 놀다’는 하는 일 입니다. 이제 인생 2막에는 매슬로우(Maslow) 욕구 5단계 중 최고단계인 자아실현(self-actualization)에 그칠 것이 아니라, 후학들이 연구·발전시킨 8단계 중 최고단계인 자기초월(self-transcendence), 즉 ‘나눔과 배려’, ‘기부’, ‘봉사정신’으로 살아가면서 더 풍부한 행복 이상의 황홀경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돈은 행복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닙니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 추구’라고 합니다. 3금(황금, 소금, 지금) 가운데 ‘지금’, 날마다 웃는 자가 인생 승리자가 아닐까요. 나눔과 배려, 기부, 봉사 정신을 실천하면서 행복을 느끼시길 바랍니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0@naver.com
사진=이철준 기자 bestnews2018@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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