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다. 이사 날을 잡는 사람들은 대부분 ‘손 없는 날’을 찾는다. 여기서 ‘손(損)’은 손님, 특히 귀신을 지칭한다. 날 수에 따라 동서남북 사방을 다니며 인간의 활동을 방해하고 해치는 악귀를 뜻한다. 그래서 귀신이 없는 날을 택해 이사를 하려는 것이고, 그런 날은 이사 비용이 더 비싸지기 일쑤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으로 끝 수가 1과 2인 날에는 동쪽에서 악귀가 창궐해 사람들을 괴롭힌다고 믿었다. 또 끝 수가 3과 4인 날에는 남쪽에 나타나고, 5와 6일인 날에는 서쪽, 7과 8인 날에는 북쪽에서 악귀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이런 날들을 피해야 귀신이 없는 좋은 날이니 혼례나 이사 등 집안의 경사를 치를 수 있다고 믿었다.
결국 이런 ‘손 있는 날’을 제외한 ‘손 없는 날’은 열흘 가운데 마지막 이틀 뿐이다. 음력 9일과 10일은 언제든 손이 없는, 즉 귀신이 오지 않는 날이 된다. 한달을 기준으로 하면 음력 9일과 10일, 19일과 20일, 29일과 30일이다. 이런 날들은 동서남북 사방 어디에서도 귀신이 나타나지 않는 귀한 날로 여겨졌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