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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일본 ESG 투자 벤치마킹하기(상) '잃어버린 30년'을 깨운 ESG

입력 2023-12-0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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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최진아 수석연구위원(왼쪽)과 이상건 미레에셋투자와연금센터 센터장

 

올해 글로벌 증시 이슈 가운데 단연 화제는 일본 증시의 부활이다. 워런 버핏의 일본 종합상사 투자와 함께 ESG에 대한 투자 확산 등이 일본 증시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일본은 특히 ESG 책임투자를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나라로 평가받는다. 지난 10월에 전 세계 책임투자 담당 전문가들이 모인 ‘PRI in Person’이라는 도쿄 행사에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대규모 개인 저축자산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본 증권거래소는 이미 올해 초에 자국의 기업들에게 PBR(주가순자산비율) 1 이하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기업 거버넌스 개혁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깨운 ESG, 일본주식의 미래’와 ‘PRI in Person 2023참관기/산업전환을 지원하는 책임투자와 일본의 재도약’ 등의 보고서를 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최진아 수석연구위원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ESG투자 시장을 소개해 상하로 나눠 소개한다.



- 일본의 기시다 총리가 “앞으로는 저축보다 투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며 ESG 투자 활성화 의지를 천명했다. 일본이 ESG 투자를 적극적으로 천명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일본은 지난 2014년부터 거버넌스 개혁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부터 ‘잃어버린 30년’ 극복을 목표로 해외투자 자금 유입에 힘썼다. 그러다 ESG에 주목했고, 우리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 최대 연기금 ‘GPIF’가 ESG 투자를 선언하면서 ESG가 새로운 가치투자 방법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투자기준인 ESG 요소를 지국 기업의 평가기준으로 도입하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 일본 ESG 투자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


“일단 ‘거버넌스 개혁’이 가장 핵심이다. 일본 기업들은 그동안 돈은 많이 벌지만 투자 유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PRI(책임투자) 선언 기관이 잇달아 나오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전세계적으로 2022년 말 기준으로 연·기금 등 에셋 오너(Asset Owner) 732개 기관을 포함해 5500개 이상의 기관이 책임투자 기관으로 서명했다. 이들의 금융자산이 121조 달러에 달한다.”

- 일본의 자본시장 활성화 노력은 어느 정도인가.


“2000년대 초에도 일본 정부는 개인저축을 자산시장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주식 및 펀드 거래 때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을 기존의 20%에서 10%로 감면해 주었다. 하지만 실패했다. 최근에는 ‘신(新) NISA 제도’를 도입해 해당 계좌에 투자하면 평생 180만엔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ESG 투자상품 운용을 유도하려는 일본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 PRI 선언이 무엇인가.

“유엔(UN)의 책임투자 원칙을 말한다. 여기에는 6가지 원칙이 있다. 대표적인 원칙이, 투자분석 및 의사결정 과정에 ESG 이슈를 반영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적극적인 소유주가 되어 ESG 문제를 소유권 정책 및 관행에 통합하며, 투자하는 기업의 ESG 이슈에 대한 적절한 공개를 촉구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 일본 정부의 이런 액션은 언제부터 시작되었나.


“준비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리고 집중력 있게 추진되었다. 잃어버린 20년을 배경으로 탄생한 ‘일본재흥(再興) 전략’이 주효했다. 2014년 아베노믹스 당시 장기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해외투자자금 유입의 필요성이 대두된 상황에서 ‘일본 시장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이 공유되었다. 해외 금융기관의 투자의사결정 기준인 ESG 요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기업들이 ESG 경영은 잘 하고 있는데 마케팅이 부족해 해외투자 유치가 힘들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했다. 그리고 GPIF를 적극 활용했다. GPIF가 쓰는 단어 가운데 ‘β(베타) 향상’이라는 말이 있다. 전반적인 시장 전체의 레벨 업을 의미한다. 기업의 ESG 공시를 통해 해외투자자들의 시장접근성을 높임으로써 시장 자체 수준과 위상을 끌어올린다는 게 목표다.”

- 일본 기업들이 거버넌스를 바꾸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ESG에서 말하는 거버넌스를 우리는 ‘지배구조’라고 해석하지만, 여기에는 소유구조 뿐만아니라 기업 활동에 친 환경(E)과 사회적 책임(S)을 활용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시키는 효율적인 조직 및 구조를 함께 뜻한다. 투자자 관점에서 거버넌스란 PBR과 관련해 기업이 보유한 유형자산을 활용해 무형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 거버넌스 관점에서 일본 정부의 개선책 요구는 어떤 의미를 갖나.


“강압이나 강제 보다는 개선을 요구하는 조치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단기적으로 PBR을 높이는 쉬운 방법이 있다. 보유현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 후 배당으로 지급하면 된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자주 활용하는 방법이다. 주식 수를 줄이고 기업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그런데 예상 외로 일본 기업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ESG 요소를 고려하고 투자자와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실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SG 경영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자는 것이었다.”

- 일본 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택한 것에 대한 해외 및 국내 투자자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해외 투자 설명회를 다니는 일본 애널리스트들과 얘기 나눠보면 ‘일본 기업들이 거버넌스 개혁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것 같다고 한다. 과거에는 매출 향상과 다량의 현금 구축 등을 중시하는 북 밸류(Book Value) 경영이 주류였는데 거버넌스 개혁 후에는 기업가치를 중시하는 마켓 밸류(Market Value) 향상을 위해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만 버는 데 열심이던 기업들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실제로 3년간 외국인 보유비중 상위 30개 기업을 보니, 낮은 PBR에 시가총액이 적은 기업들이 두각을 보였다. 도쿄증권거래소가 그로스-프라임-스탠다드 등 3개 시장으로 시장을 개편했는데 이들 증시에 상장하려면 일정 거버넌스 항목을 충족토록 의무화했다. 정성적 요소인 거버넌스가 마켓 밸류와 연관이 있음을 인정했다는 의미다. 특히 프라임 시장에는 가장 엄격하게 거버넌스 요소를 적용토록 했다. 영어로 된 인게이지먼트(투자자와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대화)가 가능한 조직 및 인력을 구축토록 의무화했다. 이런 기업들만이 일본을 대표할 수 있다는 선언인 셈이다. 공시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투자자들과의 직접적인 대화와 협상을 중시한다는 의미다.”


이의현 기자 yhlee@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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