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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카카오(上)] 비뚤어진 '성장 방정식'이 불러온 '위기'

입력 2023-12-13 06:35 | 신문게재 2023-12-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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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에 출석하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이 지난 10월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

 

17년 만에 스타트업에서 대기업으로 급성장한 카카오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카카오가 사법리스크 직면, 내부 비위 의혹 유출 및 내홍, 노사 갈등 등 중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의 이번 위기는 비뚤어진 ‘성장 방정식’이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나치게 성장에만 몰입한 나머지 내실을 다지는 데 소홀하면서 ‘좋은 기업’이 아닌 ‘탐욕스러운 기업’으로 탈색돼 사회의 기대에 엇나갔다는 것이 전반적인 시각이다.

지난 2006년 카카오의 모태가 되는 아이위랩을 설립한 김범수 창업자는 2009년 스마트폰 위젯 개발사 ‘바이콘’을 인수하고 모바일 서비스 개발에 집중했다. 2010년 무료로 이용 가능한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을 출시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이용자를 확보했고, 카카오 급성장의 배경이 됐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이 사용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하고 2014년에는 ‘다음’을 인수합병하면서 카카오는 국내 1위 포털 네이버와 비견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갖춘 플랫폼 기업으로 컸다.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토대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김 창업자가 지난 11일 진행한 사내 간담회 ‘브라이언 톡’에서 언급한 것처럼 카카오는 젊은 경영인들에게 전반적인 사업 권한을 위임했다. 그 결과 ‘카카오’라는 이름을 단 계열사들은 단기간 내에 수많은 영역에 안착했다.

문제는 그 방식이 소상공인과 충돌하는가 하면 내수 시장 장악에 쏠렸다는 것이다. 기존에 시장을 개척한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의 자리를 빼앗고 독점적인 입지가 형성되면 이용료나 수수료를 올려 이용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하게끔 하는 구태를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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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44개에 달했다. 2018년 65개였던 계열사가 5년 만에 무려 79개가 늘어난 것이다.

카카오의 기술 탈취문제도 도마위에 올랐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화물중개 서비스 ‘트러커’가 스타트업 화물맨의 기술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받고, 카카오VX는 골프 관련 스타트업 스마트스코어로부터 자사 골프장 스코어 운영 솔루션 표절과 위약금 지원을 통한 고객 유인 행위로 소송을 당했다. 또, 카카오헬스케어의 디지털 혈당 관리 서비스는 스타트업 닥터다이어리의 아이디어 도용 주장에 휘말렸다.

카카오란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골목상권까지 침해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정감사의 단골손님이 돼 의원들의 질타를 한 몸에 받고, 김 창업자는 증인으로 불려 갔다.

현재 카카오는 자산 규모로 국내 재계 서열 15위에 이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골목상권까지 탐내며 탐욕스럽게 돈을 버는 악질 기업’이란 오명도 뒤집어 쓰고 있다. 한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던 김 창업자는 그동안 진행한 카카오의 성장 방정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진단하고, 자신이 직접 그룹 전반의 쇄신을 이끌 것임을 공언했다.

김 창업자는 “우리가 만들려는 ‘더 나은 세상’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카카오의 세상을 바꾸려는 도전은 누군가에게는 위협이자 공포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우리를 향한 기대치와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삐그덕 대는 조짐을 끓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카카오는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할 시기다. 일괄 자율경영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과거와 이별하고 새로운 카카오로 재탄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준영 기자 pjy6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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