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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發 리스크에 '떨고있는' 거제 조선소들

입력 2023-12-15 06:12 | 신문게재 2023-12-1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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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4척의 명명식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

 

불황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한국 조선업계가 러시아 리스크라는 거대 암초에 부딪쳐 항로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특히 국내 조선 빅3 중 거제에 위치한 거대 조선사인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이 쇄빙선 리스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1조원 규모의 쇄빙 액화천연가스운반선 3척을 인도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7조 5000억원 규모의 쇄빙 LNG운반선 22척 계약을 맺었고, 이 가운데 5척은 건조 막바지 단계지만 러시아로부터 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발생했다. 다만, 울산과 목포를 근거지로 한 HD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등은 쇄빙선 수주가 없어 한시름 놓았다.

쇄빙선은 과거 한국 조선업의 ‘니치 마켓’ 중 하나다. 주로 북극항로에 투입돼 얼음을 깨고 항해 해야 하는 쇄빙선은 선체에 특수 도료를 입히고 초고강도 특수 후판이 사용돼 건조 기술 난도가 높아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꼽힌다. 통상 선박보다 20~30% 선가가 비싸다.

과거 한국 조선업이 장기간 불황에 시달릴 때는 러시아발 쇄빙선 발주가 이어지면서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은 쇄빙선 수주를 가장 의욕적으로 추진한 조선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이 돼 화살로 돌아왔다. 지난해 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장기화되면서 러시아에 대한 국제 제재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러 제재 리스트에 즈베즈다 조선소도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재 리스트에 등재되면 기업의 모든 자산이 동결되고 외국과의 거래도 금지된다. 금융거래 자체가 동결된다. 특히 한화오션의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회사 가치를 2조원으로 측정했는데 1조원이 쇄빙선 관련 계약대금이었다. 업계에서 한화오션이 지옥의 묵시록을 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운업계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던 북극항로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북극항로는 동북아시아 및 미국 서쪽 해안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상선들의 새로운 대안 루트로 떠오르고 있었다. 북극해를 지나는 북극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경유하는 현재 항로보다 거리가 짧아 항해 일수와 물류비를 크게 단축할 수 있지만, 북극은 여름에도 바다가 얼어있기 때문에 쇄빙선만 통항이 가능해서다. 쇄빙선 기술이 발달하고 러시아가 자국이 통제하는 북극항로를 이용할 것을 적극 장려해 왔지만, 러-우 전쟁 발발 이후 국제사회에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움직임이 불거지면서 국제 해운업계에서 북극항로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부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러-우 전쟁이 장기화 됨에 따라 선박 건조 대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쇄빙선에 집중했던 국내 업체에는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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