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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군,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로 농작업 임금 안정화 달성

지난해 13만원⇒올해 11만원

입력 2023-12-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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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신문
외국인 계절 근로자 작업현장 자료사진. 거창군 제공.
최근 몇 해에 걸쳐 농작물의 산지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지만 농작업자의 인건비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지속적으로 상승(사과작업 일당 2020년 9만5000원⇒2021년 10만5000원⇒2022년 13만원)하며 농가에 큰 부담이 돼 왔다. 농민들에게 농촌 지방소멸시대는 미래의 걱정거리가 아니라 오늘의 위기다.

이에 대해 거창군이 내놓은 해답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를 통한 농작업자 공급증가이다. 군은 지난해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유치를 선제적으로 시작했으며, 올해 농가들의 인력수요에 100% 대응해 321명의 계절근로자를 최저임금(일 7만6960원)에 공급했다. 그 결과 임금하락(2022년 13만원⇒2023년 11만원)이라는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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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근로자 팸투어 자료사진. 거창군 제공.
◇ 거창행으로의 조건은 돈이 아니라 성실함…근로자 유치체계 전면 개편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근로자 선발·송환 과정에 개입해 임금을 갈취하는 소위 브로커라 불리는 중개인이다. 거창군도 사업초기 중개인으로 인해 한차례 홍역을 치른 적이 있다. 그 당시 계절근로자는 중개인에게 청탁을 통해 거창으로 향할 수 있었고, 이는 돈을 주고 계절근로자 선발 조건을 구매한 그들의 권리가 됐다. 그 결과 고용주의 눈치를 보지 않았고, 조금만 힘들어도 다른 농가로 옮기려 했으며 임금갈취로 인한 무단이탈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에 군은 근로자 유치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업무협약(MOU) 체결 지자체(필리핀 푸라시)로부터 추천받아 근로자를 유치하는 방식에서 농가가 추천하는 성실근로자와 결혼이민자 가족을 초빙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 선발의 주도권이 군과 농가에 넘어갔고, 결과적으로 중개인을 전면배제하고 근로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됐다. 계절근로자들은 다시 입국하기 위해 열심히 일했고 농가 만족도는 자연스레 올라갔다.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재입국할 수 있게 되자 푸라시 근로자들의 무단이탈은 지난해 18명에서 올해 1명으로 크게 줄었다.

브릿지경제신문사본 -6.푸라시 mou 재체결
외국인 계절 근로자 유치협약(푸라시). 거창군 제공.
◇ 계절근로자 수요의 폭발적 증가(2022년 264명⇒2023년 321명⇒2024년 428명)

군의 외국인 계절근로자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체류 기간 연장제도(최대 체류 기간 5개월⇒8개월)를 시행해 많은 농가에서 신규고용을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유치인원이 지난해 264명에서 올해 321명으로 증가했다.

또한 내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1차 수요조사(상·하반기 연 2회 수요조사 시행) 결과, 116농가에서 428명의 근로자 고용을 신청하며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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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계절 근로자 유치 협약(라오스). 거창군 제공.
◇ 2024년 공공형 계절근로자 시범사업 추진

현재 추진 중인 농가형 계절근로자 사업은 장기계약을 체결한 농가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최초 고용농가 외 근무지 변경이 어려운 문제점(출입국관리소 사전승인 필요)이 있다. 이에 거창군과 북부농협은 내년 3월부터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은 농협과 계절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해 수요농가에 근로자를 단기 파견하는 사업이며, 이 사업을 통해 내년부터는 특히 인력을 구하기 힘들었던 소농들도 저렴한 임금(8만원)에 계절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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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조감도. 거창군 제공.
◇ 전국 최초 ‘농업 근로자 기숙사’ 착공…농촌일손통합지원센터로 발전

군은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업 근로자 기숙사 건립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돼 지난 10월 거창읍 대평리에 ‘농업 근로자 기숙사’를 전국 최초로 착공했다. 기숙사는 4층 규모로 사무실, 교육장, 원룸(18호실)으로 구성돼 있고, 최대 72명의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다. 군은 내년 10월 준공 예정인 이 기숙사를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의 기숙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현재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업을 추진 중인 19개 지자체는 통상 펜션을 임차해 숙소로 제공하고 있다. 선발과정에서의 중개수수료·숙소임차비 등으로 인해 농가형 계절근로자 대비 높은 임금(평균 10만원)으로 근로자를 알선하고 있다.

하지만 군은 기숙사를 확보하고 중개수수료가 없어 최저임금 수준(8만원)으로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제공할 계획이다. 나아가 계절근로자 고용상담실(농업기술센터), 농촌인력중개센터(거창시장 내), 공공형 계절근로자 사무실(참여농협)을 통합해 농촌일손지원 사업을 총괄하는 농촌일손통합지원센터로 활용할 방침이다.

지방소멸시대에 외국인 근로자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을 바탕으로 농촌 인력난을 해소해 나가는 것은 물론 그들을 이해하고 제도적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외국인들이 피부색과 국적을 넘어 거창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경남=정도정 기자 sos683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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