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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스케이프] N분의 1만큼! 고선웅 연출② “좋은 생각에서 나오는 보통의 연극”

입력 2022-10-14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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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선웅 연출
주크박스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고선웅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에요. 한국 뿐 아니라 제3세계 등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죠. 이 운동을 이념적으로 다루거나 옳다 그르다 가를 게 아니라 그저 인정하면 되는 거예요.

고선웅 연출은 자신의 작·연출작 뮤지컬 ‘광주’가 20일 뉴욕 브로드웨이 787 세븐스(787 Seventh) 극장에서 쇼케이스를 개최하는 데 대해 이렇게 의견을 밝혔다. 뮤지컬 ‘광주’는 2019년 광주문화재단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님을 위한 행진곡’ 대중화 및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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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주' 브로드웨이 쇼케이스 포스터(사진제공=라이브)
오롯이 한국의 역사처럼 보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광주’는 ‘한국’ ‘광주’ 등의 지역성이 아닌 민주화 염원에 포커스를 두며 브로드웨이 입성의 발판을 마련 중이다.


◇서울시극단장 고선웅이 선사하고 싶은 ‘보통의 연극’

 

“세상은 급변하고 있는데 연극만 일엽편주처럼 너무 동떨어져 있는 느낌이에요. 시류에 맞춘다는 게 연극은 그렇게 쉽지가 않아요. 그리고 저는 그 시류에 안 맞춰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유행이나 시류를 쫓아 표류하기 보다는 본질을 강화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난 9월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체 중 하나인 서울시극단장이자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고선웅 연출은 “어차피 연극이라는 건 유행을 따르는 장르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이 400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고 ‘조씨고아’ 역시 800년 넘게 공연되고 있잖아요. 연극은 유행을 안따라가도 돼요. 하지만 유행 속에 있는 것을 통찰하고 컨템포러리한 메시지와 감각들은 있어야 하죠. 그래야 연극은 계속 될 수 있어요.”

그는 “연극은 여가선용의 한 수단”이라며 “그래서 대중적이고 오락적이면서 감동있는 연극을 하고 싶다. 연극이 너무 심각하게 교훈을 주고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연극의 원형에 가까운, 텍스트가 좀 검증된 작품들을 하고 싶어요. 텍스트로 실험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러면 너무 복잡해지거든요. 텍스트가 어느 정도 검증되고 너무 어렵지 않아서 이해하기 쉬우면서 감동도 있고 즐겁기도 하고 슬프기도 한, 대다수가 생각하는 그런 보통의 연극이요.”

 

고선웅 연출
주크박스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고선웅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이어 서울시극단의 수장으로서 연극계의 모범이 되거나 선순환할 수 있는 실험 혹은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에 나설 고선웅 연출은 “그런 공적인 기능은 제가 해야할 일이기도 하다”면서도 “결국 제일 중요한 건 어떤 작품을 하느냐”라고 강조했다.


“작품이 좋으면 좋은 배우들, 좋은 스태프들, 좋은 관객들이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내요. 좋은 제품도 써보면 알잖아요. 개발자들과 관련 팀 등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고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개선점, 불편한 점 등을 개선·보완하면서 조금씩 나아지잖아요. 연극 역시 그런 작업을 하는 거죠. 그 바탕은 좋은 마음이에요.”


고선웅 연출
주크박스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고선웅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좋은 생각에서 나오는 ‘좋은 연극’

 

“좋은 연극은 좋은 생각에서 나와요. 좋은 생각을 갖고 있으면 좋은 창의력이 발휘되고 좋은 주제, 좋은 연기가 나오죠. 반면 나쁜 생각을 하면 자꾸 기교를 부리게 되고 이야기를 조작하고 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끼워 맞추게 돼요. 거짓된 연기를 하면서 마치 진짜인 것처럼 포장을 계속 덧대서 누덕누덕 누더기가 돼 버리죠. 계속 가면만 쓰고 있는 느낌이죠.”


그리곤 “좋은 생각으로 만들어진 좋은 연극은 관객이 알아본다” 강조한 고선웅 연출은 “그렇게 좋은 작품이 계속 선보이면 자연스레 연극계에도 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저는 좋은 작품을 본 날은 걸어서 집에 가요. 가는 길에 소주집이 있으면 혼자 마시면서 다짐을 하곤 하죠. 좋은 연극은 아직 희망이 있다고.”

그가 말하는 ‘좋은 작품’은 굳이 연극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고선웅 연출은 “최근에 ‘오징어게임’을 정말 재밌게 봤다”며 “잘 짜여진 이야기, 대중성, 한국 고유의 감성 등 우리나라 드라마 수준이 매우 높다고 느꼈고 결국 전세계적인 히트작이 됐다”고 밝혔다.  

 

“연극도 그럴 거예요. 서울시극단에서 좋은 연극을 만들면 서울 시민들의 문화향유권을 보장할 뿐 아니라 관객 확장, 선순환구조 구축 등이 가능해지죠. 영화는 한 작품이 재미없으면 다른 영화를 보러 가요. 하지만 연극은 한번 실망하면 다시는 안봐요. 아예 연극이라는 장르 자체를 거부하게 돼버리는 거죠. 그래서 좋은 연극을 만들어야 해요.”


고선웅 연출
주크박스뮤지컬 ‘백만송이의 사랑’ 고선웅 연출(사진=이철준 기자)

◇모두가 N분의 1만큼!


“코로나19 팬데믹은 피할 수 없는 재앙이었어요. 저희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하늘이 하는 일을 어찌 하겠냐’고. 지금 뿐 아니라 셰익스피어도 페스트로 극장이 폐쇄되는 어려움을 겪었던 때가 있어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은 연극계에 대해 이렇게 전한 고선웅 연출은 “영상으로 대체한다고 하지만 영상화되는 순간 이미 다른 장르”라며 “다른 기획과 콘셉트, 연출 등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연극이 아닌 완전 다른 장르”라고 설명했다.

“극장 안에 딱 들어가면서부터 조금씩 온도가 올라가는 그 느낌을, 현장에서 오는 다이내믹함을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하겠어요. 그래서 무대는 계속 돼야 해요. 그리고 우리의 무대는 팬데믹 기간에도 늘 열려 있었죠.”

그렇게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을 강조한 고선웅 연출은 “셰익스피어는 페스트로 극장 문이 닫혀 있던 기간 동안 어딘가에 틀어박혀 글을 썼고 그걸 바탕으로 본격 극작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저는 늘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면서 살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시기를 예측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것 같아요. 방화수를 잘 준비해 놓은 상태에서 보편성을 확보한 좋은 작품을 잘 준비해 선보여야죠. 저는 N분의 1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N분의 1로서 제가 해야 할 기능과 책임, 소명을 제가 잘해야겠다 생각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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