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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한국 수출부진, 일시적 또는 구조적 하락의 징조?

입력 2023-03-1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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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했다. 12개월 연속 적자라 그런지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무역수지의 적자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수출이든 수입이든 모든 거래들이 다 이익이 나서 하는 것이니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것이 문제일 수 없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만성적인 무역적자가 계속됐다. 공장설비들을 사들인 결과다. 덕분에 연평균 10%에 달하는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무역수지 적자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래도 신경은 쓰인다. 그 동안의 꾸준한 흑자 기조를 벗어난 것은 분명하니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수입이 크게 늘어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수입 가격이 크게 오른 때문이다. 정부가 규제와 지원금을 주면서까지 국내 전기가격 연료 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은 것도 문제다. 정부가 억지로 가격을 잡아 두니까 수입량이 크게 줄지 않았고 수입액은 급증으로 이어졌다.

수출은 반도체 수출, 특히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었다. 1월에는 전년에 비해서 무려 45%나 감소했다. 디램과 낸드 플래시의 가격이 30% 넘게 떨어진데다가 판매량도 줄었다.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품목이 이런 상태이다 보니 무역수지 적자이 큰 원인이 됐다.

이 문제들은 해결될 수 있을까? 원유와 가스 가격은 길게 보면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크게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서방-러시아 관계가 그중 하나이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산유국인데 서방의 제재와 러시아의 보복으로 원유 가스의 공급이 원활치 않다. 앞으로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전세계의 에너지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적 탈탄소 열풍도 큰 원인이다. 태양광, 풍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석탄, 석유, 가스를 대체한다는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서 선진국들은 석유와 가스 생산에 대한 투자를 대폭축소해 왔다. 하지만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전기생산은 그 공백을 제대로 메우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흥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왔다. 결국 인류는 계속 에너지 부족에 시달릴 것이고, 석유 가스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의 경우 일시적 수요 감소에서 곧 벗어난다 해도 중국에 대한 수출은 앞으로도 계속 줄어든다고 봐야 한다. 중국 스스로 자력갱생으로 방향을 정한데다 미국이 우방국들에게 첨단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이 자국 내에 짓고 있는 반도체 공장들이 가동을 시작하면 이 나라들에 대한 반도체 수출액도 감소할 것이다. 그곳에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오를지는 모르지만….

한국경제가 1인당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하고, 선진국 반열에 오른 데에는 중국이라는 엄청난 수출 시장과 반도체의 성공이 크게 기여했다. 안타깝게도 그 두가지가 다 사그러 들고 있다.

사실 우리의 주력산업이 모두 그런 처지에 놓여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현재는 관성으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래는 밝지 않다. 시가총액이 이런 상황을 반영해 준다. 2019년 11월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시총 상위 500대 글로벌 기업에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 Hynix 두개가 포함됐다. 9년 전인 2010년말에는 여덟 개였다. 그 사이에 현대차, 현대모비스, 포스코, LG 화학, 현대중공업 등이 다 탈락했다. 한국경제의 주력엔진이었던 기업들의 미래가 어두움을 드러내는 지표인 셈이다.

새로운 산업이 나와야 한다. 그 답은 낙후된 분야의 혁신이라고 본다. 농업, 동네 식당과 동네수퍼, 택시, 학교 이런 곳들 말이다. 농업을 혁신해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면서도 값도 싼 농산물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대다수 아이들이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는 학교를 뒤집어 엎어서 미국인도 유학 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곳으로 혁신적인 젊은이들이 들어가서 삼성전자처럼 바꿔놓는다면 한국은 현재 수준을 넘어서 세계 최고의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기득권이다. 농민과 농업 화이트 칼러들, 동네 상인들, 택시회사업주와 기사들, 기존의 교사들, 시민단체 운동가들… 이런 세력이 골목상권 보호니 뭐니 하면서 자기 분야의 발전을 막고 있다.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어둡다.

일본은 반면교사의 사례다. 이 나라가 잘 나갈 때 글로벌 수출기업 종사자는 전체의 10% 정도였다. 우리가 잘 알던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이다. 이들이 잘한 덕분에 일본은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나머지 90%, 동네식당, 작은 상점, 학교, 동네의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생산성은 매우 낮았다.

수출기업들이 한국 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거나 힘을 못쓰게 되자 일본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전통산업들이라도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일본경제가 뒤쳐지지 않으면 이상하다. 우리나라는 이들과 달랐으면 좋겠다.

 

김정호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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