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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병원처럼 친숙, 과감한 인프라 투자로 ‘흑자전환’ 성공”

[브릿지 초대석]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이재갑

입력 2016-02-24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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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인터뷰34
이재갑 근로복지공단이사장은 “선진 재활치료기관으로서 위상을 구축하면서도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사진제공=양윤모기자)

‘요즘 근로복지공단이 운영하는 병원 가보셨나요? 국민 누구나 진료부터 재활까지’

이런 광고문구가 의료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 이젠 꽤 많은 일반 환자들이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근로복지공단 병원을 찾고 있다. 수준 높은 인프라에 반하고 비용 대비 높은 서비스에 만족한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은 “최근 2년간 이뤄진 대대적인 병원 리모델링과 첨단 장비 도입이 이뤄진 데다가 특별 홍보예산을 편성해 이를 대중에 알렸더니 ‘병원이 깜짝 놀랄 만큼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상반기 메르스로 인한 환자 감소가 당연시되는 상황에서도 근로복지공단 소속 10개 병원이 고질화된 만성적자를 털어내고 지난해 10여년만에 처음으로 경영수지를 균형으로 맞추는 데 성공했다.

이 이사장은 “부임해보니 적자 난다고 낙후된 의료인프라를 수년째 그대로 쓰고 있었다”며 “비용절감만 노리는 ‘마른수건 쥐어짜기’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발상을 전환해 돈을 써야 할 곳에는 과감히 썼더니 뜻밖의 반전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23일 업무협의 차 상경한 이재갑 이사장을 근로복지공단 서울남부지사 사무실에서 만나 산재모병원 건립 추진 등 현안과 가까운 시일 내 개선될 근로복지 시책 등에 대해 들었다. 



- 취임 2년만에 흑자 전환한 비결은.

“적자는 필연이라는 패배주의적 마인드를 바꾼 게 가장 중요했다. 시설·장비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를 설득했다. 근로복지공단 전체 예산 중 의료사업 예산을 2013년 2470억원에서 올해 2877억원으로 대폭 늘렸다. 산재근로자의 조속한 사회복귀를 위해서는 공공기관이 이를 선도하는 투자를 해야 한다고 관계자에게 강조했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으로 2014~2015년에 최신 버전의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와 첨단 재활장비 및 검사장비를 구입했다. 전기·소방 안전점검 결과를 토대로 인천병원 등을 산뜻하게 리모델링했다. 의사들의 진료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최대 20%) 지급하는 성과평가제도도 예전과 달리 타이트하게 운영했다. 그 결과 공단 산하 10개 병원의 환자 수는 2013년 일평균 6476명(입원 2711명, 외래 3765명)에서 2015년 7104명(입원 2924명, 외래 4180명)으로 9.7% 늘었다. 같은 기간 225억원에 달하던 적자가 지난해 균형수지로 돌아섰다. 올해부터는 미미하게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외래 환자가 2년만에 늘어나고, 지난해 외래 산재환자 점유율이 35.7%로 떨어진 것은 일반환자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같은 비용으로 최신 시설과 첨단 장비를 누릴 수 있는데 일반환자가 찾아오지 않을 리 없다. 올해 노후시설 개선 및 장비 현대화에 187억원을 투입하고 내년에도 247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 막강한 의료인프라를 자랑한다면.

“2년간 200억원을 투입한 인천병원의 재활전문센터는 수중운동재활관, 집중작업치료실, 재활기능치료실, 작업치료실을 갖췄다. 무중력보행재활시스템과 하지로봇보행기 등 첨단 재활치료기는 척추신경손상, 허리디스크, 뇌졸중, 외상성뇌손상 등 난치성 환자의 보행능력 회복을 돕는다. 국내 최대 규모인 25m 길이의 5개 레인을 갖춘 대구병원과 인천병원의 수중운동재활관은 가히 독보적이다. 산하 7개 병원이 재활전문센터를 갖추고 있고 2012년에 개원한 대구병원은 재활 중심의 전문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 인프라 못지 않게 서비스 향상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잡코디네이터가 질환별·개인별 재활계획을 수립해준다. 산재병원서 치료받는 환자들이 공단 지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보험급여 신청, 재활상담, 직업훈련, 취업알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일거에 해결하는 ‘산재보험 원스톱 서비스’도 호응을 얻고 있다. 주치의, 재활의학과 전문의, 재활치료사, 사회복지사가 ‘팀 평가회의’를 갖고 신체능력 회복에 따라 맞춤형 다학제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이상적이다.”



- 산재근로자의 직업복귀율도 높아졌는가?

“지난해 국내 전체 평균은 56.8%, 근로복지공단 10개 병원 평균은 59.5%인데 반해 재활전문인 대구병원은 65.9%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를 2020년까지 75%(국내 전체 평균)로 올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공공성을 지닌 공단 산하 병원들이 리드해야 한다. 산업역사가 유구하고 산재보험의 토대가 된 독일·오스트리아 모델처럼 급성기치료는 민간병원이, 아급성기치료 및 재활치료는 공공병원이 맡는 형태로 융화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



- 서울대병원과의 협진 및 공동연구로 의료재활 표준화에 나섰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재활수가가 높은 반면 한국은 너무 낮아 수익성 때문에 대형병원들이 외면하는 실정이다. 재활수가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아 손상부위별로, 치료항목별로 수가도 천차만별이다. 서울대병원과 합동 진료·연구를 통해 사업 1차년도인 지난해에 수술이 끝난 ‘아급성기’ 환자의 재활수가를 개발하는 등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여기서 도출된 재활수가는 공단 산하 병원은 물론 전국 50여개 재활인증 의료기관에 적용되며, 이를 공단이 병원에 지급하게 돼 있다. 그동안 상황에 따라 달리 매겨진 임시수가가 정식수가로 등재되는 만큼 각 재활의료기관의 재활치료서비스 노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 급성기 수술치료와 아급성기 재활전문치료를 연계하기 위해 산재모(母)병원 건립을 추진 중인데.

“산재모병원은 임상의료·바이오기술·의용공학을 융복합시키는 연구중심병원이다. UNIST(울산과학기술대)가 부지를 제공하면 200병상(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의 24개 진료과에서 417명의 인력이 근무하는 모병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현재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를 밟고 있으며 이르면 2017년 설계에 들어가 2018년에 착공하고 2021년에 개원할 예정이다. 의료용 신소재를 개발하고, 수술 테크닉을 발전시키고, 첨단 예방·진단·치료법과 산재보험 수가를 개발하게 된다. 울산 등 동남권 광역 산재의료 안전망 구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노동선진화 및 근로자 복지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실행 방안도 마련 중인데.

“국회에서 추진 중인 출퇴근재해 도입과 관련해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꾸미고 대국민 홍보, 소요재원 확보 및 운영방안, 이를 위한 조직설계 등을 연구 중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기존 회사차량 외에 자가용, 도보, 자전거,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다 상해를 입을 경우에도 산재보험으로부터 보상을 받게 된다. 카드·대출모집인, 대리운전기사, 골프장도우미 등 특수형태 근로자에 대한 산재보험 확대 적용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 조사 후 체불임금을 최대 300만원까지 공단이 대체 지급하는 ‘소액체당금제도’도 활성화해 근로빈곤층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산재근로자 대체인력 지원사업에 24억원의 예상을 편성했다. 영세기업은 산재근로자를 다른 근로자로 대체하는 바람에 원활한 직장 복귀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민간기업과 협력해 800명 규모의 대체인력 제공 풀을 구성함으로써 일정 기간 치료후 노동력을 회복한 근로자가 원대 복귀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

이 이사장은 끝으로 “산재병원을 특수병원으로 인식해 국민들이 찾지 않는다는 사실에 착안해 인천산재병원을 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등으로 이름을 바꿨다”며 “4대 사회안전망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고객중심 마인드로 근로자에게 다가서겠다”고 강조했다.

 

 

▶ 이재갑 이사장 약력 : 고려대 법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미국 미시건주립대에서 각각 행정학 석·노사관계학 석사를 받았다. 1982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노동부 노동시장정책관, 노사정책실장, 고용정책실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말기에 고용노동부 차관을 지냈다. 2013년부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을 지내며 외유내강의 리더십으로 노사협력과 경영혁신을 이끌고 있다. 부친은 이준범 전 고려대 총장.

 

 

정종호 기자 healt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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