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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 맞는 대학로 6년차 신입배우 김재건, “여전히 떨리고 무서운 곳은... 바로 ‘연극 무대’”

“연극하는 재주 밖에 없어, 50년 가까이 연극만 하고 살았어요.”

입력 2016-07-01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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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건(사진=정컬처)

 

“대학로 6년차 신입배우 김재건입니다. 그러니 젊은 친구들과 크게 경력이 다르지 않았요. 나이 구분 없이 같이 융화되고 어우러지면서, 연극 무대에 서는 게 즐겁습니다. 하하 ”

 

1969년 유덕형의 '낯선 사나이'로 전문적인 연극배우로서 첫 무대에 오른 뒤 47년 동안 연극배우로 산 김재건 배우는 “40년 가까이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동해, 대학로 무대 경력은 짧아 더더욱 신입의 자세로 무대에 오른다”고 말했다.

 

데뷔 48년차 배우 김재건은 현재 배리어프리 연극 ‘밥’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가톨릭청년센터 CY씨어터 무대에 오른 ‘밥’은 치매에 걸린 노사제와 30년 동안 사제의 밥을 해온 식복사가 둘만의 짧지만 행복한, 소풍 같은 마지막 이별여행을 떠나는 휴먼 감성 연극이다.

 

자극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는 연극계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 김재건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노사제 역을 맡았다. 그는 “댓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하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가요? 식복사와 노사제의 로맨스라기 보다는 순수한 인간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연극 ‘뽕짝’ 으로 공상집단 뚱딴지 대표 겸 문삼화 연출과 인연을 맺은 김재건은 ‘지상최후의 농담’, ‘핑키와 그랑조’ 등에 이어 이번 작품 역시 문삼화 연출과 함께한다. 꾸준히 작품을 함께 해 ‘문삼화 연출 전속 배우’라는 닉네임까지 따라붙었다.

 

“주변에서 ‘이젠 ‘문삼화 전속 배우’이니 다른 극단에서 출연 제의를 못하겠네라‘는 농담도 하긴 하는데, 문 연출이 계속 러브 콜을 보내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연극 ‘밥’은 제작 의도도 좋고, 내가 좋아라하는 후배 강애심이랑 함께 해서 더더욱 기분 좋게 수락했어요. 나만 잘 하면 되는데, 아직도 호흡이 완벽하지 못한 것 같아 더 가깝게 가기 위해 노력중입니다.”

 

함께 자리한 문삼화 연출은 “인품이 훌륭한 것은 물론 연기에 대해 말랑말랑하게 열려있는 점이 좋다”며 “나이 드신 선생님의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 점이 후배들이 참 많이 따르는 선배이다”고 말했다.

 

후배의 칭찬이 낯 간지로운지 김재건 배우는 “연기를 잘 해서 같이 작업한다는 말을 해야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문 연출은 “연기는 기본이죠. 연기가 안 되면 어떻게 작업을 함께 하려고 하겠어요?”라며 정감어린 웃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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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밥' 한 장면(사진=정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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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재건, 연출가 문삼화는 연극 '뽕짝' 이후 꾸준히 함께 작업을 해오고 있다.

 

 

■ 여전히 떨리고 무서운 곳은... 바로 ‘연극 무대’

 

올해 칠순을 맞이하는 연극계의 큰 어른 김재건. 47년간 몸 담아왔던 곳은 바로 연극 무대. 하지만 그는 “아직도 떨리고 무서운 곳이 무대이다”고 했다.

 

“무대는 절대 편해지지 않아요. 배우란 다른 인물을 사는 거잖아요. 배우가 자신에게 주어진 인물을 잘 표현해야 배우라고 부를 수 있죠. 그런데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80퍼센트 밖에 표현을 못했다고 봐요. 그래야 배우가 계속 노력할 수 있는거니까요. ”

 

그는 시파티와 쫑파티가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전 시파티와 쫑파티를 중요시해요. 시파티는 관객과의 첫 만남을 기리는 자리이고, 쫑파티는 제가 맡았던 인물과 공식적으로 헤어졌음을 알리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시파티 때는 떨림과 기대감이 따라오고, 쫑파티는 ”내가 ‘인물’에게 잘 못해줘서 미안한 마음이 앞서요. 대신 ‘잘 가’라고 인사를 해줘요. 다음에 난 다른 인물을 만나야 하니, 될 수 있음 빨리 잊으려고 해요.“

 

초등학생 시절 ‘벌거벗은 임금님’을 읽어보라고 시킨 선생님은 그에게 ‘재건이는 배우해도 되겠다’는 말을 건넸다고 한다. 그러나 이목구비가 뚜렷한 미남형만 배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꼬마아이는 ‘배우’와 자신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의 눈은 1950년대 시절을 풍미한 배우들처럼 진하고 큰 눈이라기보다는 자그마한 실눈에 가깝다. 그러던 중 안성기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게 된다. 그리고선 “나도 배우를 할 수 있겠다” 싶은 뜻밖의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 겁도 없이 우리 부모님한테 ‘나 배우가 될거다’ 고 말했어요, 그랬더니 우리 아버님이 먼 친척 뻘 되는 최무룡씨한데 가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어린마음에도 무작정 찾아가기 보다는, 제대로 공부를 하고나서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교시절 중동연극만을 들어가게 됐어요. 그 연극반이 당시 경쟁률이 몇십대 1로 상당히 인기가 좋았어요.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열리는 전국경연대회도 참가했는데 그 대회를 아직도 잊을 수 없어요. 연극 내용이 판문점에서 남북회담을 하는 내용인데, 남쪽에 있는 소가 북쪽으로 올라가서 벌어진 이야기가 펼쳐져요. 저는 맨 마지막에 잠깐 나오는 ‘누렁이’란 소 주인 역 농부인데, 어찌나 떨리던지 노인 소리가 아닌 아이 소리가 나와 버렸어요. 저 하나로 중동 연극제 위상이 떨어진 건 아닌지 가슴이 떨렸습니다. 그게 첫 연극에 대한 기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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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정컬처)

 

■ “연극하는 재주 밖에 없어 50년 가까이 연극만 하고 살았어요.”

 

50년 전에도, 지금도 연극 배우의 길을 가겠다는 자식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김재건씨의 아버지 역시 연극을 계속하기보다는, 벌이가 좋은 은행에 다니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래도 계속 배우의 길을 고집하자 연기상을 하나 타오면 인정해주겠다고 공약을 내걸기까지 했다고 한다.

 

"연극을 계속하겠다"는 아들의 고집은 굳건했고, 결실 역시 따라왔다. 고3때 고교 연기상을 타고 아버지한테 인정 받은 그는 파란만장한(?) 연극 배우의 길을 걸어왔다고 회고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 받은 제24회 백상예술대상 남자연기상은 그에게 더욱 각별했다. 상을 들고 온 아들을 보더니 아버지가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셨던 것. 늘 아들이 잘 되기를 바랐던 아버지는 2013 히서 연극상 '올해의 연극인상'을 받은 아들의 웃는 얼굴은 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셨다.

 

북한의 이야기를 다룬 5부작 드라마 ‘동토의 왕국’으로 드라마 PD들의 러브콜도 많이 받았지만, 그는 다 뿌리치고 연극 쪽으로 매진했다. 얼굴에 주름을 그려 넣어야 했고, 목소리를 일부러 노인 목소리로 변조해야 했던 청년은 어느새 칠순을 앞두고 있다. 그는 “연극하는 재주 밖에 없어 50년 가까이 연극만 하고 살았어요.”라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국립극단 소속 배우를 그만두고 TV드라마로 진출하는 게 더 낫지 않냐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전 그러긴 싫었어요. 연극 배우로 살아온 47년 인생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금전적으로)잘 살지는 못하지만, 건강하게 잘 살고 있어요. 매일 매일 만보 이상 걷고, 제 공연이 없는 날에는 거의 매일 대학로 공연을 보러가요. 제 꿈이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하하하”

 

한편 오는 7월 8일, 김재건 배우는 무대 위에서 칠순을 맞이한다. 연극 ‘밥’ 제작사 엠포컴퍼니 측은 이날 예매자에 한해 50% 반값 특별할인을 진행한다.

 

연극 ‘밥’은 오는7월 24일까지 가톨릭청년센터 CY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배우 강애심, 현대철, 조승연, 윤관우, 김지원이 함께한다.

 

정다훈 객원기자 otrcoolpe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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