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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주황빛 열매 ‘살구·비파’ … 예부터 약(藥) 과일로 대접

말린 살구 속 베타카로틴, 노화·항암 예방 효과 … 비파, 인도·일본선 민간 난치병 치료약

입력 2016-07-01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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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씨와 살구씨에 함유된 ‘아미그달린’ 성분은 항암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관련 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호흡곤란, 경련 등 부작용이 우려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성분 사용을 제재하고 있다.

살구는 상큼함과 달콤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과일이다. 탁구공과 비슷한 생김새와 크기로 한 입에 쏙 들어가는 게 특징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살구는 복숭아, 자두 등과 비교해 단맛의 강도는 약한 편이다. 하지만 따뜻한 햇살이 내리쬐는 지중해 연안에서 자라는 살구는 이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한 단맛을 자랑한다.


중국에서는 살구꽃이 핀 곳에서 만든 술은 모두 맛이 좋다고 말한다. 실제로 중국 4대 명주 중 하나로 꼽히는 ‘펀주’(汾酒)는 살구꽃 핀 마을이란 뜻을 가진 산시(山西)성 서부 타이위안(太原) 분지 서단의 펀양(汾陽)이란 곳의 행화촌(杏花村)에서 생산된다. 살구꽃이 아름다운 마을은 물도 맑고 기후도 좋아 술을 빚거나 술 원료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살구는 중앙아시아 일대에서 많이 수확된다. 대표적인 나라로는 터키, 몰타, 이란, 아르메니아 등이 꼽힌다. 국내에선 과거 노지에서 주로 재배되다가 1970년대 초반부터 일본, 미국 등에서 들어온 개량종을 활용해 시설 재배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살구 열매의 약 90%가 과육이며 주요 성분은 당분이다. 유기산은 시트르산·사과산 등이 1∼2% 함유돼 있고, 무기질은 칼륨이 59%로 가장 많이 들어 있다.


한방에서는 살구씨를 ‘행인’(杏仁)이라 부르며 각종 질환 치료제로 사용했다. 본초강목과 동의보감에서는 행인을 활용한 치료법이 200가지가 넘게 기록돼 있을 정도 널리 쓰인다. 주로 행인은 기미·주근깨 등 피부 잡티 제거와 피부색소 침착 등에 활용된다. 피부를 하얗고 윤기가 나도록 해준다고 여겨 과거 궁중 여인들은 살구씨로 피부를 가꾸기도 했다.


살구를 말려서 먹으면 노화 예방과 항암에 효과적인 베타카로틴(β-carotene)을 고농도로 섭취할 수 있다. 말린 살구에는 비타민A 효과를 내는 베타카로틴이 열매 당 5~8㎎ 포함돼 있다. 100세 이상 노인이 많아 장수마을로 불리는 히말라야산맥 줄기의 파키스탄 훈자 사람들은 말린 살구를 자주 먹는다. 말린 살구를 그대로 먹거나 뜨거운 물에 부어 행탕으로 만들어 즐긴다.


등산할 때 말린 살구를 입에 물고 있으면 각종 유기산이 피로감을 덜어주며 갈증을 해소한다. 말린 살구를 삶은 뒤 갈아서 육류 요리에 넣으면 고기를 부드럽게 한다. 단 돼지고기와 살구씨를 함께 먹으면 복통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최근 살구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비파’(枇杷)가 관심을 받고 있다. 국내에선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도나 동남아시아 일대에서는 과거부터 사랑받는 과일 중 하나다. 잎과 열매의 모양이 마치 중국 전통 현악기인 비파와 생김새가 비슷해 이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비파 열매는 살구와 마찬가지로 주홍빛에 물방울 모양이다. 열매를 한 입 물면 부드러우면서 탱글탱글한 탄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비파와 살구는 겉모습만 닮았을 뿐 품종, 재배조건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비파나무는 장미과 상록소교목 식물로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일대가 원산지다. 추위에 약해 국내에서는 일부 남부지방과 제주도 일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내에선 대부분 노지에서 재배된 것을 수확한다. 전남 완도·목포, 경남 통영·거제·고성, 제주 등에서만 재배되고 수확시기도 6월 하순부터 7월 초순까지 약 20일 남짓에 불과해 생산량이 많지 않다. 최근 시설재배를 통해 충남 지역까지 재배지역이 확대됐고 출하 시기도 4월 하순까지 앞당겨졌다. 반면 살구나무는 장미과 낙엽소교목으로 중앙아시아가 고향이며 영하 30도 이하의 추운 곳에서도 죽지 않고 잘 버틴다.


비파는 3000여년 전부터 열반경 등 인도 불전에 효능이 씌어진 과일이다. 과거 인도 사찰 주변에는 비파나무가 심어져 난치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비파를 나눠줬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비파는 열매 한 개당 2~6개의 씨앗을 갖고 있다. 씨앗은 감과 생김새가 비슷하고 매끈하며 껍질이 얇고 쉽게 벗겨진다. 쓴맛을 갖고 있는 비파씨는 일본 민간요법에서 골수암 환자가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전해진다. 국내에서는 항산화, 피로회복 등 효능을 갖춘 웰빙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비파씨와 살구씨에는 비타민B17인 ‘아미그달린’(amygdalin)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은 1952년 미국 생화학자 어니스트 크레브스(Ernst Krebs) 박사에 의해 처음 발견됐다. 일부에서는 항암효과 외에 통증완화, 혈압조절, 조혈작용 등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연구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197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미그달린을 암 치료에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의학적·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하면서 항암치료에서 아미그달린의 사용 및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김달래한의원 원장(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은 “아미그달린은 살구가 익지 않았을 때 가장 많고 익으면서 점차 함량이 줄어든다”며 “독극물질 중 하나인 시안화수소산도 살구씨 속에 함유돼 있어 한방에서는 이들 성분이 몰려 있는 씨의 꼭지 부분을 제거한 뒤 약재로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살구씨를 과도하게 먹으면 호흡곤란, 경련 등 중독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종우 기자 jjwto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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