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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상화폐 수난기, 그 많던 ‘존버’는 어디로 갔을까

[김수환의 whatsup] 가상화폐 시장서 사라지는 '호들'

입력 2018-04-16 07:00 | 신문게재 2018-04-1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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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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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세계 각국의 ‘규제 폭탄’이 가상화폐 시장을 휩쓸고 지나간 삭막한 겨울. 끝까지 투자의지를 불태우던 투자자들은 얼어붙은 시장에 봄 소식을 기다리며 가상화폐 커뮤니티 등에서 ‘존버’(X나 버티다)를 외쳤다. 폭락장에서도 손절매의 유혹을 뿌리치고 ‘더도 덜도 말고 지난해 만 같아라’며 대박을 꿈꿨던 그들. 어느 순간 그들이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존버’가 사라지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의 ‘존버’에 해당하는 표현은 ‘호들’(HODL)이다. ‘호들’은 ‘홀드’(HOLD·보유)의 오자로, 해외 가상화폐 커뮤니티 등에서 ‘매도하지 않고 보유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한동안 가상화폐 폭락장에서는 이 ‘호들’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투자자들은 절망감이 몰려올 때 ‘호들’을 외치며 두려움을 떨쳐내기도 했다.

그런데 가상화폐 시세가 올해 첫 분기 동안에만 반토막이 난 이후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이어가면서, 이 호들이라는 말도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호들봇 창업자인 앤서니 시에는 미국 온라인커뮤니티 레딧에서 그동안 언급된 ‘호들’의 횟수와 가상화폐 시가총액 변화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는 ‘호들’이라는 표현이 폭발적으로 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호들 관련 ‘짤’(이미지)의 인기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 급상승했다. 이 시기는 가상화폐 시가총액에서 큰 손실이 있었던 때와도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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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래 비트코인 가격의 움직임을 대입한다면, 호들 코멘트가 증가하는 시기와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움직임이 완벽하게 일치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호들 코멘트가 증가한 시기는 시세 하락기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호들’ 코멘트는 가상화폐 시세의 최대 하락시점 뿐만 아니라 최대 상승시점에서도 증가했다. 이는 낙타 등의 혹처럼 고점이 두 개인 ‘양봉분포’ 그래프로 확인된다.

즉, 가상화폐 시장에서 평평하고 중립적인 시세변화보다는 급락이나 급등처럼 시세 변동성이 큰 시기에 해외 누리꾼들의 ‘호들’ 코멘트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그래프에서 왼쪽의 봉우리가 오른쪽 보다 더 크다는 것은 대체로 시세 급락시의 ‘호들’ 코멘트가 시세 급등시의 ‘호들’ 코멘트 보다 많음을 의미한다고 앤서니 시에는 설명했다.

그런데 이 호들 코멘트가 올해 2월 이후로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이것이 호들이라는 표현 자체가 시들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최근 수개월간의 약세장을 지나오면서 투자자들의 열기도 식어버린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혹시 가상화폐 열기가 식으면서 ‘존버’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앤서니 시에는 자신이 조사한 결과를 레딧에 올렸더니 과거엔 ‘호들’이라는 표현에 열광했던 많은 이들이 지금은 경멸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YONHAP NO-5457> (AFP)
지난 1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 가상화폐 투자자가 스마트폰으로 최근 비트코인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AFP=연합)

 

◇ 가상화폐, 좋은 날은 지나갔나

확실히 가상화폐라면 무조건 달려들던 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한때 가상화폐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급등했던 가상화폐 수혜주 일부는 상장폐지에 내몰렸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롱블록체인과 롱핀이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두 회사의 퇴출 소식은 음료수업체나 담배회사 등 누구나 가상화폐 기반기술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열기에 편승해 덕을 보던 시대는 막을 내렸음을 시사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투자은행 바클레이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비트코인 시세가 급등한 것을 일종의 전염병이 확산된 현상에 비유했다. 지난해 비트코인 가격이 900% 이상 오른 것은 비트코인이 더 오를 것이라는 ‘행복 바이러스’에 감염된 새로운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매입에 나선 덕분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보유자가 늘어날수록 새로운 매입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은 줄어들고 잠재적인 매도자의 비율은 늘어나게 된다. 결국 이것이 가격의 정체를 가져오고, 매도자가 매입자 보다 많아지면서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한다. 가격하락은 기하급수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투기적인 매도 압력을 유발한다. 이러한 현상은 집단 내에서 면역력 있는 이들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더 이상 2차감염이 없는 ‘면역력 임계치’에 도달한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비트코인은 지난 2011년과 2013년에도 급락했으나, 다시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시장 관계자들 중에서도 이점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그때와 달리 지금은 비트코인에 대한 인식수준이 높아 지난해 12월에 기록한 최고점 2만 달러에 육박하는 일은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다고 바클레이스는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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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1일 일본 도쿄의 한 전자제품 판매점 입구에 있는 비트코인 포스터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

 

◇ 새로운 희망은 밀레니얼 세대?

가상화폐 시장의 세계적인 수난기에도 일본에서는 가상화폐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일본 금융청이 17개 가상화폐거래소의 거래내역을 집계한 결과, 지난 3월말 기준 350만여 명이 가상화폐를 거래했다.

특히 거래자의 84%는 20세에서 40세 사이의 연령대였다. 즉, 세계 각국의 규제 움직임에도 일본은 가상화폐 피난처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더욱이 이 가상화폐 열풍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출생한 세대)의 거래 활동에 힘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의 거래량은 2014년 3월 2200만 달러 규모에서 2017년 3월 970억 달러 규모로 3년간 440% 급등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시간이 다 가기 전에 기술 분야에서 차기 ‘대박’에 참여하길 원하는 이른바 ‘포모’(FOMO·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로 특징지어진다. 이들이 가상화폐 시장을 다시 뜨겁게 달굴 불씨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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