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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밥 잘 사주는 형’ 김주택의 사람들과 요즘 오페라 그리고 “진심을 다 하는 초심”

‘팬텀싱어’ 시즌 2의 준우승팀 ‘미라클라스’(김주택·박강현·정필립·한태인) 멤버 김주택의 사람들
‘면 중독’도 전염이 되나요? 흐뭇하고 대견한 미라클라스 동생들, 박강현·정필립·한태인
핑계대지 않는 요즘 오페라와 밥 잘 사주는 형 김주택, 지금 이 순간 진심을 다해

입력 2019-06-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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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택
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제가 먼저 대중들에게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방송을 통해 인지도 있는 사람이 돼서 많은 사람들을 클래식계로 유입시키고 싶었죠.”

이어 “위험을 무릅쓰고, 제2의 조수미·정명훈을 꿈꾸시던 어머니의 반대도 뿌리치고” 감행했던 JTBC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시즌 2 출연에 대해 바리톤 김주택은 “클래식의 대중화”를 언급했다.

‘팬텀싱어’ 시즌 2 준우승팀인 ‘미라클라스’(김주택·박강현·정필립·한태인) 멤버로 이름을 알렸지만 출연당시 김주택은 2009년 이탈리아 예지 페르골레지 극장에서 조아키노 로시니의 희극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Il Barbiere di Siviglia)로 데뷔해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나비부인’(Madama Butterfly), ‘라보엠’(La Boheme),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 ‘피가로의 결혼’(Le Nozze Di Figaro), ‘청교도’(I Puritani) 등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맹활약 중인 성악가다.  

 

김주택
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저는 재밌었어요. 다행히 클래식 대중화라는 취지에도 부합했죠. 공연마다 자리를 채워주시는 분들, 성악가로서는 가질 수 없는 2000명 규모의 팬카페가 생겼어요. 저 때문에 오페라를 처음 알게 됐다거나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들었다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제 무대를 보려고 이탈리아로 오시는 분들도 있죠.”

최근 KBS의 ‘열린음악회’ 녹화를 마치고 방송을 기다리고 있기도 한 김주택은 이렇게 전하며 “클래식의 대중화는 여전히 어렵지만 계속 노출하면서 관객들을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팬텀싱어’ 이후 2년 동안 정말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한국에 자주 들어오게 됐고 소속사(아트앤아티스트) 직원들과도 많이 친해졌죠. 가장 큰 변화는 ‘온리 성악’만을 고집하던 저의 닫혔던 마음이 열렸다는 거예요. 뮤지컬, 가요, 트로트 등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죠. 제 음악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면 됐지 실(失)은 없었거든요.”

이렇게 전한 김주택은 “조수미 선생님이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실력과 경험이 쌓인 후에 크로스오버, 가요 등을 부르는 데 엄청난 응원을 보낸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며 “그 말씀을 듣고 ‘제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게 아니구나’를 확신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미라클라스 이름으로 앨범 ‘로만티카’를 발매하고 5번의 기념콘서트를 진행했던 김주택은 지난 5월 ‘카사노바 길들이기’, 6월 9일 단독 리사이틀 ‘이탈리아나’ 등으로 한국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면 중독’도 전염이 되나요? 흐뭇하고 대견한 미라클라스 동생들, 박강현·정필립·한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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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라스 멤버인 뮤지컬배우 박강현(사진=브릿지경제 DB)

 

“제가 ‘면 중독’이에요. 같은 팀 동생 (박)강현이는 면을 별로 안좋아했죠. 밥 때만 되면 ‘칼국수 먹으러 가자’는 저 때문에 힘들어 하더니 어느 날인가는 강현이가 먼저 ‘국수나 먹으러 가요’ 하더라고요.”

‘팬텀싱어’ 당시의 에피소드를 전한 김주택은 “저는 ‘팬텀싱어’를 하면서 뮤지컬이라는 걸 처음 봤다”며 “강현이가 했던 ‘이블데드’를 시작으로 ‘칠서’ ‘킹키부츠’ 그리고 ‘웃는 남자’는 3번이나 봤다. 얼마 전엔 ‘엘리자벳’을 봤는데 너무 잘하더라”고 털어놓았다.

그런 동생이 “대견하다”는 김주택에 대해 박강현은 “(김)주택이 형한테 소리 내는 법을 배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주택은 “제가 알려주기 보단 옆에서 성악하는 사람 3명을 보면서 스스로 배운 것”이라며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듯 미라클라스 3년이면 소리내는 법을 배운다”고 껄껄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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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라클라스 멤버 한태인(왼쪽)과 정필립은 듀오앨범 ‘Feel in’을 발매하고 활동 중이다(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게다가 강현이 자체가 빨라요. 주면 주는 대로 빠르게 받아들이거든요. 노래, 연기 등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다 갖춰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강현이가 너무 바빠져서 연락을 자주 못해서 서운한 것도 없지 않지만 보고만 있어도 뿌듯하고 대견해요.”

더불어 미라클라스의 베이스 한태인과 테너 정필립은 지난 4월 재즈를 기반으로 한 듀오앨범 ‘필인’(Feel In)을 발매하고 활동 중이다.

 

피아니스트 송영주 재즈 콰르텟(피아노 송영주, 드럼 이상민, 베이스 이준삼, 기타 박윤우)과 함께 작업한 ‘칙 투 칙’(Cheek To Cheek), ‘문댄스’(Moondance),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 등과 ‘얼웨이즈 온 마이 마인드’(Always On My Mind), 영화 ‘라라랜드’ OST ‘시티 오브 스타’(City of Stars), 영화 ‘일 포스티노’의 ‘미 만케라’(Mi Mancherai) 등이 수록됐다.

“(한)태인이는 아나운서를 준비해선지 말을 너무 잘해요. 재즈도 잘하죠. 방송진행, 재즈 등을 특화시켜 잘 하고 있어요. (정)필립은 뮤지컬 ‘잭더리퍼’로 새로운 시도도 하는 등 열심히죠. 열심히 하는 동생들을 보면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고 한편으로는 고맙고 대견하고 그래요.”


◇핑계대지 않는 요즘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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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오페라는 한시도 나태할 수가 없어요. 눈만 감아도, 무의식중에도 노래가 나오게끔 반복학습을 하지 않으면 ‘고인물’이 되거든요. 썩지 않고 계속 흘러야 더 넓고 깊은 데로 갈 수 있으니 만족이 없죠.”

김주택은 관객석만을 바라보며 노래만 하던 이전 오페라와 달리 드라마틱한 연기, 자연스러운 움직임과 감정표현을 비롯해 외모까지 신경써야하는 ‘요즘 오페라’에 대해 “핑계를 댈 수 없다”고 표현했다. 연극, 뮤지컬 등의 연출가들이 오페라로까지 영역이 확장된 경우도 잦다.

“예전엔 ‘바리톤 줄리안김(김주택의 이탈리아 이름), 오른쪽으로 나와 중앙에서 아리아하고 왼쪽으로 나가’가 노트의 끝이었어요. 요즘은 뒤로 갔다가 점프도 하고 노래도 하고…무대 위에서 해야할 일이 진짜 많아졌죠.”

같은 팀의 정필립·한태인, ‘팬텀싱어’ 시즌 1 우승팀 포르테 디 콰트로(고훈정·김현수·손태진·이벼리)의 김현수와 손태진, 시즌 2 우승팀인 포레스텔라(강형호·고우림·배두훈·조민규)의 고우림과 함께 하는 오페라 콜라주 ‘카사노바 길들이기’가 그렇고 2013년부터 7년째 매년 여름이면 오르는 이탈리아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의 ‘세비야의 이발사’도 예외는 아니다.

“(세비야의 이발사 주인공) 피가로의 ‘라르고 알 파크토톰 델라 치타’(Largo al Factotum Della Citta)는 서서 불러도 숨이 차고 힘든 노래를 엄청 움직이면서 해야 해요. 지금은 노래와 연기의 황금 조합을 찾았지만 처음엔 정말 힘들었죠.”

더불어 ‘요즘 오페라’의 시류를 따르는 데 가장 힘든 점은 “예전 성악가들은 거구들의 향연이었는데 요즘은 외모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강현이나 (임)정모 등을 통해 뮤지컬을 접하다 보니 ‘소리통’을 이유로 몸집이 크지 않아도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구나’ 싶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자괴감까지 들 지경”이라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배우 뿐 아니라 해외에도 근육질, 글래머, 늘씬한 성악가들이 많아졌어요. 펠리니 오페라 ‘청교도’(I Puritani)에서 함께 했던 성악가 중엔 식스팩을 가진 사람도 있었어요. 바디빌더처럼 가슴 근육이 움직일 정도로 근육질이죠. 외모를 관리하면서 노래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있죠. 저도 외모 관리 잘해서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을 해보고 싶어요. 주위에선 ‘성악의 지조’를 지켜야 한다고 만류하시지만요.”


◇밥 잘 사주는 형 김주택, 지금 이 순간 진심을 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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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주택(사진제공=아트앤아티스트)
“제 수입의 3, 40%는 후배들 밥 사주는 데 써요. 그냥 제 성격 같아요. 사람이 중요하지 그 사람 때문에 쓰는 돈이 중요한 건 아니거든요.”

그리곤 “어려서부터 아버지께 ‘베풀면서 살라’ ‘남의 걸 탐하지 말라’ ‘좀 손해를 보더라도 먼저 베풀고 배려하라’고 배웠다”며 “언제나 사람이 먼저”라고 털어놓았다.

“언제나 진심을 다하면서 사는 게 제 삶의 신조예요. 진심은 통하긴 어렵지만 한번 통하면 그 보다 무섭고 깊게 다가가는 게 없거든요. 그래서 사람을 대할 때도, 노래를 할 때도, 무대에 오를 때도 진심을 다 하려고 노력하죠. 특히 제 삶, 저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으려고 애써요.”

그리곤 최근 라디오방송에서 마주쳐 대화를 나눴던 배우 김혜자의 ‘명언’(?)을 전하기도 했다.

“선생님께서 ‘내가 대본을 다 외우고 콘트롤이 돼 뇌가 아닌 가슴에서 나올 때, 내 진심을 담아 표현할 때 사람들이 더 좋아해주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감명 받았어요. 그리곤 ‘대사를 못 외우는 사람은 연기자가 되면 안돼’ 하시더라고요. 노래하고 똑같구나 싶었어요. 그 말씀을 대입시키니 ‘가사 못 외우는 사람은 성악가 하면 안돼’ 잖아요. 가사를 제대로 자기 것을 만들고 나서 연기, 감정이 제대로 표현되니까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죠.”

이어 “김혜자 선생님의 말씀처럼 제 삶에 필요한 건 진심을 담아 낼 때 효과가 크다고 생각한다”며 “진심 담는 성악가로서 저 자체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어릴 때는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어요. 엄청 높은 목표를 세우고 거길 향해 가는 데 집중했죠. 하지만 지금 내 앞의 일들, 사람들에 진심을 다해 충실하다보면 제가 원하던 위치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있음을 발견하곤 해요. 그래서 이제 저의 목표는 눈 앞의 일에, 사람에 최선을 다 하자가 됐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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