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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우리가 몰랐던 배우 이시언… 다 안다고 생각했다면 착각!

동명 웹툰을 스크린에 옮긴 '아내를 죽였다'로 연기본능 뽐내
그간 보여준 감초이미지 지워 눈길...사회의 밑바닥으로 내쳐진 한 남자의 처절함 선보여

입력 2019-12-17 07:00 | 신문게재 2019-12-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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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언1
지난 11일 개봉한 영화 ‘아내를 죽였다’로 연기 변신에 나선 이시언. 특유의 명랑한 이미지를 지운 어둡고 고뇌하는 역할이 인상적이다. (사진제공=KTH)

 

이렇게 대중적인 인기를 얻을 지 몰랐다. 지금도 현장에 가면 연예인들을 보는 느낌이다. 함께 연기를 하며 ‘나는 누구인가’를 고민하는 배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할 때만 해도 철저히 주변인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존재의 오른팔, 혹은 그 주변인 캐릭터를 연기한다 것은 일종의 ‘희망고문’이자 ‘나를 극복하는 시간’이다. 이시언은 기꺼이 그 시간을 견뎠고, 때론 좌절했으며 환희도 맛보며 버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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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내를 죽였다’공식 포스터.(사진제공=KTH)

영화 ‘아내를 죽였다’의 정호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번듯한 직업이 있는 인물이다. 우연히 실직을 하지만 일용직을 하면서 다시한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캐릭터다. 문제는 아내에게는 비밀로 했다는 것. 그리고 ‘한 방’을 위해 도박판에 휩쓸리게 되면서 나락을 겪는다. 심지어 전날의 기억이 끊긴 상황에서 아내의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는게 주된 스토리다. 개구진 성격에 약간의 허당미를 갖춘 일상을 공개하면서 인기를 얻은 이시언이기에 어둡고 방황하는 연기톤은 꽤 신선하다. 


“감독님이나 저나 일종의 모험이었죠. ‘왜 나일까?’란 질문을 많이 던졌어요. 저의 예능적 모습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우연히 제 연기를 보시고 주인공의 절박함을 발견하셨다고 해요. 아무래도 제가 가지고 있는 개구진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흔치않은 제안이었기에 기꺼이 출연을 결심했습니다. 배우가 되기로 결심하고 크게 배운건 스스로를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결심이예요. 내가 잘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잘 할 수 있다’는 의미로!”

그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감초연기’로 대중을 만나왔다. 총 필모그라피만 26 편. 최근 개봉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을 비롯해 ‘깡철이’,드라마 ‘응답하라’시리즈, ‘상어’등을 통해 자신의 끼를 분출해왔다. 그 사이에 만난 소중한 인연들도 있다. 월드스타 비에게는 ‘대기하는 배우’의 준말인 ‘대배우’로 불리며 허물없이 노래방을 가고, 현빈과는 제대 후 연락이 뜸해졌지만 새벽까지 통화하며 연기고민을 나누는 사이였다. 그중 ‘나 혼자 산다’의 박나래, 기안84, 한혜진,헨리등은 이제는 가족같은 사이다. 자신의 기사의 모든 댓글을 본다는 그는 “대중에게 노출되는 직업이다 보니, 뭘 해도 욕을 먹는다. 큰 힘이 되는 존재들”이라며 인터뷰 내내 “나에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반응들을 덮고 갈 정도로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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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피폐함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수염을 기르고,각종 도박기술을 배웠던 이시언.(사진제공=KTH)

 

“다른 사람들은 나를 알지만 나는 그 분들을 모르니까 쌓이는 오해들이 있어요. 아이가 지나가며 손을 흔들기에 같이 흔들어줬더니, 왜 정치인처럼 인사하냐며 뭐라고 하시는 분들도 만났어요. 촬영시간이 워낙 길어서 편집되는 분량이 있는데, 방송만 보고는 기안84와 사이가 안 좋다고 오해도 많이 하십니다. 몇몇 지인들은 그런 욕을 먹으며 굳이 예능을 하느냐며 말리기도해요. 하지만 일로 만나는게 아닌 그냥 안 보면 보고 싶은 가족같은 사이라 서로 의지를 많이 하거든요. 편성상 어쩔 수 없으면 모르겠지만 우리끼리는 헤어지지 말자고 틈만나면 이야기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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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KTH)

돈독한 사이는 ‘아내를 죽였다’의 VIP시사회 현장에서 증명됐다. 그들은 기꺼이 레드카펫에 서서 이시언의 연기변신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올해 초 촬영이 끝나기까지 그가 새롭게 도전한 연기와 다양한 스킬(?)등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이리라. 삶의 바닥까지 떨어진 정호를 위해 그가 애를 쓴 건 의외로 도박과 취중연기였다. 화투나 카드를 전혀 못 친다는 그는 “사실 친구끼리 내기 당구도 못치는 바보다. 어떤 패를 내는지도 몰라서 현장에서 배워야 했다”면서 “데뷔 이후 극중 설정처럼 필름이 끊기게 마신적이 없다. 좀 취한다 싶으면 실수할까봐 바로 집으로 가서 자기 때문”이라며 평소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연기로 표출하는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기회가 된다면 라디오 DJ를 해보고 싶어요. 제대 후 아무 희망이 없을때 집 근처 공장에서 일한 적이 있어요. 그때 퇴근하는 버스안에서 라디오를 들으며 ‘거기는 얼마나 따듯할까’라는 생각을 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올해는 운 좋게 드라마와 영화가 줄줄이 개봉해서 정신없이 지냈지만 내년은 또 모르는거니까요. 원래 성격이 거창하게 뭘 계획하지 않아요. 때론 닥친 상황에 울기도 하고, 선택받으면 기뻐하며 주어진 일을 하는 성격입니다. 새해소원이요? 올해처럼 바빴으면 좋겠네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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