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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밴드 '양반들’, “전범선 이름 버리고 ‘양반들’로 새로 시작합니다”

[人더컬처] 팀명 바꾸고 새 멤버 영입… 밴드 양반들 '태평천하' 외치다

입력 2020-09-07 19:00 | 신문게재 2020-09-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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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들 flo 촬영 사진 (프로필)
밴드 양반들 (사진제공=닥터심슨컴퍼니)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은 음악보다 음악 외적인 활동으로 주목받은 팀이다. 팀의 리더인 전범선(29)은 민족사관고등학교를 거쳐 미국 디트머스 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에서 역사학 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고학력 뿐 아니라 활발한 외부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이기도 한 전범선은 ‘동물학살에 대한 보이콧’이라는 취지로 채식을 시작해 서울 이태원에 채식 식당을 차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인문과학전문서점 풀무질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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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양반들 보컬 전범선 (사진제공=닥터심슨컴퍼니)

그러나 다방면에 걸친 사회활동과 달리 밴드의 활동은 저조했다. 

 

2016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 싱글부문에 선정된 ‘아래부터의 혁명’은 그해 촛불 시위로 뜨거웠던 광화문 광장에서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인기의 단맛을 느낄 새도 없이 리더인 전범선이 군에 입대했다. 설상가상 전범선의 고교동창이었던 멤버들도 각자의 길을 찾아 팀을 떠났다. 


전범선은 올초 초·중학교 동창인 기타리스트 이상규(29)가 음악적 견해 차이로 탈퇴 의사를 밝혔을 때 그를 붙잡았다. 평소 이상규가 따르던 유앤미 블루 방준석을 찾아가 상담을 받기도 했다. 

 

“상규는 원래 재즈 기타리스트였어요. 제가 도와달라고 해서 저희 팀에 들어와 베이스를 맡다 다시 기타로 포지션을 바꿨죠. 상규도 하고 싶은 음악이 있었는데 제가 추구하는 음악만 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죠. 둘이 함께 방준석 선배를 찾아가니 밴드의 방향성을 잘못잡고 있다고 조언해주셨어요. 그때 그동안 녹음했던 걸 다 엎고 팀명도 바꿨죠.”

리더의 존재감이 컸던 ‘전범선과 양반들’에서 ‘양반들’로 팀명을 변경했다. 3집 ‘방랑가’의 타이틀곡 ‘뱅뱅사거리’에서 건반을 맡았던 이지훈과 그의 고교 동창인 베이시스트 박천욱을 멤버로 영입했다. 두 사람 모두 현재 가요계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세션이었다. 전범선은 록보다 재즈와 힙합에 관심이 많았던 이지훈과 박천욱을 설득해 팀에 합류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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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들 건반 이지훈 (사진제공=닥터심슨컴퍼니)

“처음에는 팀에서 오르가니스트를 찾는다고 해서 세션으로 참여했죠. 어느 날 범선이 형이 만나자고 동네로 찾아오더니 함께 활동하자고 제안했어요. 저는 원래 재즈를 좋아한다고 하니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가벼운 마음으로 팀에 합류하게 됐죠.”(이지훈)


“저도 록보다 힙합을 좋아해요. 범선이 형이랑 이태원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형의 추진력과 긍정적인 에너지에 설득당했죠. 하하” (박천욱)

이지훈과 박천욱의 친구인 드러머 최석호도 다음달 군복무를 마친 뒤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전범선은 “한번 밴드가 무너지고 친구들이 떠나는 경험을 겪으니 밴드의 화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군복무 2년, 제대 후 2년. 멤버는 계속 바뀌니 조급한 마음이 생겼죠. 하지만 지금 멤버들과 함께 하면서 음악 외적으로 소통의 하모니가 가능하다는 걸 깨닫게 됐죠. 지난 4년을 허투루 보낸 게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어요.”(전범선)
 
‘양반들’이란 팀명은 서구의 젠틀맨처럼 민주주의 사회에서 모두가 양반이라는 뜻을 지닌다. 전범선은 “서양인들이 ‘일본’ 하면 사무라이를 떠올리는 모습을 보며 ‘조선’ 하면 양반을 떠올렸으면 하는 마음에서 양반들로 팀명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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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반들 기타리스트 이상규 (사진제공=닥터심슨컴퍼니)

‘양반들’의 시작을 알리는 곡은 2018년 공연에서 팬들에게 한차례 선보였던 ‘태평천하’다. 채만식의 소설 ‘태평천하’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은 음악과 학업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전범선의 고민을 담았다.

 

그러나 지금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만큼이나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담은 곡으로 해석을 바꿨다. 


“지금의 이상기후는 코로나19만큼 위기인데도 저 뿐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이 일상을 태평하게 살고 있잖아요. 그에 대한 생각을 담아 녹음하고 온라인 연주 공연을 가졌죠. 2016년 처음 이곡을 썼을 때 원하는 사운드가 나오지 않아 앨범 녹음을 보류했는데 새로운 멤버들과 우리가 지향하는 사운드를 논의하며 함께 하니 예전 보다 좀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로 녹음할 수 있었어요.”

 

새 멤버로 단장한 양반들은 내달 31일 밴드 아시안체어샷과 함께 공연을 개최해 새로운 에너지를 내뿜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공연 개최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새로 합류한 이지훈과 박천욱은 세션 활동이 줄어들면서 최근에는 신선식품배달업체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가수들의 녹음 자체가 줄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기 시작했죠. 다행히 무관중 라이브 공연이 생겨서 저희는 무대에 설 기회가 있지만 일부 세션들은 대리운전이나 라이더 대행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는 걸 기다리지 못해 체념하는 분도 적지 않죠.”(박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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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양반들 (사진제공=닥터심슨컴퍼니)

 

해외페스티벌 참여 및 기업과 손잡고 진행 예정이었던 일정도 코로나19로 멈춘 상태다. 전범선은 “10월 공연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영상을 만드는 게 음악의 목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상규도 “록페스티벌 자체가 줄어든 데다 코로나19로 페스티벌 조차 열리지 못하니 요즘 10대들이 록페스티벌의 열기를 아예 느끼지 못할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양반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멈추지 않는다. 각자의 음악적 색깔을 존중하면서 화합의 사운드를 빚어내고 있다. 이상규는 “긴호흡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준비하며 올 연말 새 음반으로 돌아오겠다”고 예고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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