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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창업] 에르메스·영국 대사관도 "파티를 부탁해"

[즐거운 창업] 파티 스타일링&케이터링 업체 꼬메모스의 박수정 실장

입력 2015-02-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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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스타일링과 케이터링을 전문으로 하는 꼬메모스의 박수정 실장과 꼬메모스가 스타일링한 행사장 및 음식들. (음식사진 제공 = 꼬메모스)

 

“제가 전공 살린 건 달랑 이것뿐이에요.”

‘꼬메모스’(Comemos).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푸드코디네이터’이자 꼬메모스 대표인 박수정(36) 실장의 작품이다.

 

‘먹다’를 뜻하는 스페인어 꼬메(Comer)가 복수형 인칭대명사 ‘우리’와 만나면 쓰이는 활용형으로 ‘우리 함께 먹는다’는 의미다. 

 

함께 먹고 마시며 멋진 추억과 감성을 공유하는 파티 스타일링&케이터링 업체에 꽤 어울리는 이름이다.

삼성SDS, 명품브랜드 에르메스, 예술의전당, 수입차 브랜드 BMW·렉서스, SK, 네이버, 다음, MBC ‘무한도전’, 갤러리아·롯데·신세계 백화점, 한국관광공사, 서울 패션위크, 영국·캐나다 대사관 등 굵직한 기업, 정부기관 등이 ‘꼬메모스’의 단골들이다. 

 

적게는 30명 많게는 2500명 규모의 행사를 진행해온 꼬메모스와 박수정 실장의 특징은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파티나 모임에 참석하신 분들 모두가 꼬메모스의 잠재 고객이에요. 지난주에도 캐나다 대사관 행사에서 인연을 맺은 분의 파티 스타일링을 진행했어요. 그분은 캐나다, 전 서울에서 20여통의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준비했죠.”

신뢰를 바탕으로 한 파티는 꽤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 모범생 생활에 사표 던지고 푸드스타일리스트로 새 도전

요리는 박수정 실장에게 말 그대로 일탈이었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모범생이었고 공부 잘하는 우등생이었다. 단 한 번도 부모의 속을 썩인 일이 없던 그녀는 대학졸업 후에야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었다.

다니던 회사를 1년 만에 그만두고 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를 비롯한 지인들 중 누구도 잘할 거라 응원하는 이가 없었다. 

 

손에 물이라고는 묻혀 본 적 없이 곱게(?) 살아온 그녀의 요리솜씨는 그저 그랬다.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숙명여대 한국음식연구원의 1년짜리 푸드스타일리스트 코스를 이수했다.

“좋은 소리 못 듣고 혼나기 일쑤였어요. 커리큘럼 중 음식비평 수업이 있었는데 교수님들께서 ‘요리엔 소질이 없으니 글이나 쓰면서 살라’고 하실 정도였죠.”

게다가 요리는 요즘 유행하는 ‘열정페이’처럼 요리 대가 수하에서 도제식으로 일하면서 배워야 자리를 잡을 수 있는 분야였다. 길지 않은 어시스트 생활 동안에도 늘 야단맞는 게 일상이었다.

늘 잘한다, 우수하다는 말만 듣고 성장했던 그녀에게 “못한다”는 평가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적잖이 충격을 받았고 오기까지 생겼다. 그렇게 채 1년도 안 되는 어시스트 생활을 마치고 2006년 스물일곱의 나이에 ‘꼬메모스’를 창업했다.

푸드사업은 잘 하는 사람보다 오래 버티는 사람이 생존하는 분야다. 클라이언트를 개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창업 초기 박수정 실장은 잡지 등의 사진촬영과 케이터링 서비스 보조 일을 하면서 짬짬이 청담동 갤러리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를 개척해보겠다는 열정이 넘치던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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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움도 삼킨 열정…첫 고객 뚫기가 고비

“제 소개를 하고 오픈 리셉션이나 행사에 음식이 필요하시면 꼭 불러달라며 연락처를 남겼죠. 젊어서 부끄러운 줄도 몰랐어요.”

대부분 ‘필요 없다’거나 ‘이미 이용하는 업체가 있다’는 냉랭한 답이 돌아왔다. 상처도 받았고 절망도 했다. 

 

 

그러던 중 행운이 찾아들었다. 잡지 촬영 중 제대로 일을 마무리하지 않은 채 애를 먹였던 지인이 ‘마음의 빚을 갚겠다’며 예술의전당 행사를 소개한 것이다. 


“첫 행사가 예술의전당이라니…. 첫 단추를 잘 끼웠죠. 보통 지인 행사로 시작하는데 전 10년 동안 진행한 500번 중 지인 행사는 딱 한번 뿐이었어요.”

그렇게 첫 행사를 성공리에 마치고 몇 달 후 청담동 갤러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렇게 두 번째 일을 했다. 이번엔 수입차 전시장 리스트를 뽑아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용기를 냈는데 성과를 안겨주니 자꾸 전화를 하게 되더라고요. 일할 기회를 얻은데다 음식으로 저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생기니 신이 났어요. 중독처럼 전화를 걸기 시작했죠.”

전화하고 펀드처럼 한참을 잊고 지내던 중 렉서스에서 연락이 왔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렉서스 일을 시작하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수입차 업체 행사로 이어졌다. 그 즈음 포털사이트에 키워드 광고를 하면서 일은 점점 늘어갔다.

그녀는 현장 방문을 원칙으로 한다. 일이 많을 때는 하루 4개 행사를 준비해야 하니 원칙을 지키지 못할 때도 있지만 이는 꼬메모스만의 경쟁력이다.

 

박수정 실장의 단골인 탭조이코리아 이미나 팀장은 “반듯하게 차려입은 정장에 깔끔하게 묶은 머리의 그녀는 파티 참석자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다”고 평한다.


◇ ‘멕시코 피에스타’처럼…축제같은 파티 서비스하는 게 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에요. 하지만 행사 중 즐거운 이들을 보며 긍정적 에너지를 받아요. 그리고 파티가 끝나고 ‘정말 맛있었다’고 칭찬하시거나 다른 일로 이어지는 맛에 힘든 건 금방 잊고 말아요. 칭찬의 노예죠.”

정작 자신의 결혼식은 클라이언트에 사정사정해 가며 치러야 하고 아이 출산 후 20일 만에 행사 진행에 나서면서도 그녀가 즐거운 이유다.

“아이 출산 후에 슬럼프를 겪긴 했어요. 핏덩이를 두고 새벽에 나와 자정이 돼야 들어가니 마음이 너무 아팠죠. 하지만 출산 후 경력단절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의 조언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구나 했죠.”

현재 꼬메모스 작업실은 리뉴얼 중이다. 파티스타일링&케이터링 서비스의 성수기인 5월, 10~12월을 제외한 비수기에 진행할 쿠킹 클래스에 최적화된 공간을 꾸미기 위해서다.

“대학시절 교환학생으로 멕시코에 머무른 적이 있어요. 그곳에서 난생 처음 피에스타(Fiesta, 축제의 스페인어)를 경험했어요. 이야기가 있고 맛있는 음식이 있고 춤추고…. 그런 서비스를 하고 싶어요. 안 좋은 일에 파티를 하지는 않잖아요.”

‘Don’t Worry Be Happy’를 인생 모토로 삼고 있는 그녀는 재밌고 신나는 미래를 준비 중이다.

브릿지경제 글·사진 =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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