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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쫓고, 새싹부터 가지까지 버릴 것 없는 '음나무'

[오현식의 나물이야기] ⑦ '개두릅' 탄생시키는 음나무

입력 2015-03-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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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만큼 부르는 이름이 다양한 것도 없다. 두릅나무 새순을 참두릅이라고 하는데 반해 음나무 새순은 개두릅이라고 한다. 울릉도에서는 엉개나물이라고 부른다. 그 밖에 엄나무·아목(牙木)ㆍ해동(海桐)이라고도 한다. 영어로는 ‘Kalopanax pictus’ 다.

 

보통 사람들은 음나무 순과 두릅나무 순을 구분을 잘 못하는 것 같다. 마트에 가 보면 참두릅과 개두릅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두릅이라고 판매하기도 한다. 

 

 

음나무(개두릅) 2
새순이 알맞게 피어난 음나무

 


마트 직원에게 물어보니 소비자들에게 개두릅이라고 설명하면 괜히 맛없는 나물로 오해할까봐 그런다는 변명다운 변명을 듣고 코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게 바로 얄팍한 상술이 아닐까?

어떤 사람은 참두릅보다 개두릅이 맛이 낫다고 한다. 씁쓰레한 맛이 독특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 맛이 싫다고 고개를 가로로 젓는다. 산나물 맛을 잘 모르는 사람이거나 달착지근한 패스트푸드 맛에 너무 친숙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씁쓸한 맛과 향이 개두릅만큼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산나물도 없을 것 같다. 쓴맛이 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다 먹고 나면 입안이 개운해진다. 

 

음식을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하고 갈증이 나는 패스트푸드와는 다른 맛이다. 첫 입맛을 끌어 우선 먹기 좋은 패스트푸드와는 격이 다르다.

음나무 새순이 나올 무렵이면 봄은 벌써 성큼 다가와 있다. 쑥과 미나리 등은 새순을 내민 지 벌써 오래다. 냉이는 음나무보다 계절을 훨씬 앞질러 간다. 

 

어느 새 하얀색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고 한 해를 마감할 채비를 서두른다. 이맘때쯤이면 겨우내 메말랐던 음나무 가시는 싱싱한 푸른 기를 잔뜩 품는다. 

 

이와 함께 새순은 양수와 같은 끈적끈적한 진액을 내뿜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봄을 맞이하는 모습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 역동적이다. 봄의 기운을 듬뿍 품은 음나무 순은 고급 산나물로 손색이 없다.

산을 오르다 보면 많은 나무들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나무가 음나무다. 가히 위협적인 날카로운 가시 때문인데, 한자로 자동(刺桐)이다. 

 

이름에서 가시의 날카로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부분의 가시나무는 가지나 원줄기 어느 특정 부위에 밀집돼 있지만 음나무는 뿌리를 제외하고 빈틈없이 날카로운 가시로 덮여 있다. 접근을 단호하게 불허하는 태세다.

음나무는 가지를 잘라내면 그 자리에 가시가 더욱 촘촘히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산에서 가시가 유난히 많은 나무는 새순을 따지 말고 그냥 가만히 놔두는 게 좋다. 봄마다 새순을 채취하는 바람에 날카로운 가시로 접근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식물이나 과수는 가뭄이 들거나 기상이 나쁜 해에 종족 유지를 위해 보통 때보다 열매를 많이 결실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음나무 가시는 외부 침입을 방어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생명을 유지하려는 종족 유지의 본능인 셈이다.

예로부터 집 안에 귀신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대문이나 방문 위에 걸어두었던 것도 바로 음나무 가지다. 

 

또 집 마당이나 마을 입구에 음나무를 심기도 했다. 품위 있는 한옥 정원에는 음나무가 어김없이 자리를 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두 나쁜 귀신이 침입하지 못하도록 방어하기 위해서다. 무당이 귀신을 물리치기 위해 굿을 할 때도 음나무를 사용했다. 

 

이처럼 음나무는 재앙을 막아 주고 만복이 깃들게 하는 길상목이다. 

 

최근 한 업체가 음나무 가지를 고급 액자에 넣어 집들이 선물용으로 판매하고 있다고 하니, 그 아이디어가 가상하다.

우리나라 전국 어느 마을에 가더라도 음나무를 어렵잖게 볼 수 있다.

 

경남 창원 신방리 마을에 있는 키 19m, 나무 둘레 5.4m의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164호로 지정되어 있다. 또 전북 무주 설천면에 있는 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306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특히 강원 삼척 근덕면의 천연기념물 제363호로 지정된 음나무는 높이 18m, 둘레 5.43m의 위용을 자랑한다. 

 

또 강원 강릉 해살이마을에서는 음나무 순이 나는 4월 중 ‘개두릅 축제’를 열어 도시민을 불러들이고 있다. 축제 참가자들이 개두릅을 직접 따거나 옛날처럼 새끼줄에 엮어보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인기를 얻고 있다.


◇ 영양·효능
 

가지는 물론 뿌리도 약재로 이용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강장·해열·요통·신장병·당뇨병·피로 회복 등에 효능이 있다.

 

속껍질 달인 물은 신경통에, 또 나뭇가지를 닭과 함께 가마솥에 넣고 푹 고은 음나무 백숙은 관절염이나 요통에 좋은 건강식품이다.

 

가지와 껍질은 한약재 또는 고기를 요리할 때 이용한다. 민간에서는 음나무 가지를 삶아 그 물로 식혜나 차를 만들어 마시면 신경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 채취·수확

 

새순은 4~5월에 잎이 피기 전에 채취하는 것이 좋다. 새순은 나무에서 채취하는 순간 금방 시들기 때문에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대략 13∼17cm 정도 크기의 새순이 먹기에 좋다. 

 

음나무는 가시가 많기 때문에 갈고리를 준비해 가지를 잡아당겨 부러지지 않도록 한 후 새순만 따야 한다. 그래야 이듬해에도 수확할 수 있고, 우리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산림 자원이 온전하게 보전된다.

 

 

◇ '봄철 별미' 음나무 순 장아찌 만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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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나무순 장아찌

 

어린애 모아 쥔 손 같은 음나무 새순은 뜨거운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이 일품이다. 요리 솜씨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해 먹을 수 있는 봄철 별미다. 두릅보다 쓴맛이 좀 더 강하고 독특한 맛과 향이 난다. 

 

그래서 두릅보다 더 쳐주는 사람이 많다. 잎이 전개하여 5~9갈래로 갈라지고 팔손이 나뭇잎과 같이 완전히 핀 것은 그늘에 말려서 차를 달여 마셔도 좋다. 억세어 나물로 먹기 곤란한 것은 고추장이나 간장을 이용해 장아찌로 담가도 그만이다.

또 엄나무줄기는 닭백숙같은데 넣어주면 냄새를 잡아준다.

<만드는 법>
1. 음나무순(개두릅)1kg, 간장 ,식초,물 250 ㎖, 설탕 200㎖를 준비한다.
2. 음나무순을 다듬은 후, 끓는 물에 뿌리부터 넣어 데친다.
※ 데친 음나무순을 그대로 초고추장에 찍어먹으면 음나무 숙회가 된다.
3. 데친 음나무 순을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4. 간장과 식초, 물, 설탕을 각각 1:1:1:0.8 비율로 넣고 끓여서 식힌다.
5. 데친 음나무순에 식힌 간장물을 붓는다.
6. 실온에 반나절이상 두었다가 냉장고에서 2~3일 숙성시킨 후 먹는다.
※ 실온서 숙성시킬 때 무거운 것을 올려두는 것이 좋다.

오현식 '약이되는 산나물 들나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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