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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의자 전성시대 … 과도한 편안함 독 될수도

리클라이너 허리부담 최소화, 내구성·고비용 단점 … 의자 높이, 무릎 90도 유지돼야

입력 2017-04-03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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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 워크’ 과정에서 장시간 오래 서 있으면 다리와 발에 피로가 쌓이고 무릎관절에 부담이 전해져 짝다리를 짚거나 자세 전체가 틀어질 수 있다.

생활의 안락함을 위해 만들어진 의자가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앉은 자세는 서 있는 자세보다 허리가 받는 부담이 두 배가량 증가해 척추·관절질환을 초래하고 심혈관질환과 대사증후군 위험도 높인다. 2015년 캐나다 ‘토론토 재활연구소’는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은 심장질환, 암, 당뇨병 같은 질병에 걸릴 확률이 90% 이상 높아지고 사망 위험도 15~20%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를 결과를 발표했다. 이로 인해 서서 일하는 ‘스탠딩 워크(Standing Work)’가  도입되기도 했지만 너무 오래 서 있는 것도 하지정맥류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좋은 방법은 약 50분 앉은 후 10분 정도 일어나 제자리걷기 등 운동을 해주는 것이지만 막상 학업이나 업무에 좇기다보면 이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엔 잠깐의 휴식조차 어려운 현대인을 위해 자세교정 등에 중점을 둔 기능성의자나 등받이와 다리받침 각도를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리클라이너 소파(RECLINER sofa) 등이 출시돼 인기를 얻고 있다.


컵 모양에 따라 담긴 물의 형태가 바뀌듯 앉는 의자에 따라 자세도 변한다. 그만큼 의자는 척추건강에 중요하다. 앉았을 때 편안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기능성의자는 엉덩이가 닿는 부분을 두 쪽으로 나눠 미세한 골반의 움직임을 잡아주거나, 부종 방지를 위해 발받침을 달아 놓는 등 인체공학적 기능이 추가됐다. 앉아서 스마트폰을 편안하게 사용하도록 팔걸이를 안쪽으로 경사지게 디자인한 제품도 등장했다.


머리 받침대 부분에 공기청정기 기능을 탑재하거나, 엉덩이와 허벅지가 닿는 좌판 부분에 센서가 설치돼 골반의 좌우 비대칭 정도와 허벅지근력 등을 측정할 수 있는 기능성의자도 출시됐다. 하지만 다양한 인체공학적 설계와 첨단기능이 탑재된 탓에 의자 하나 가격이 30만~40만원대는 우습게 넘어가며 브랜드에 따라 100만원 인접한 기능성의자도 수두룩하다.


가구계 핫트렌드인 리클라이너 소파는 고가 전략으로 ‘극강’의 편안함을 내세우며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18~19세기 프랑스의 루이 16세와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휴식을 취하던 의자에서 유래됐으며 1927년 미국 ‘레이지보이(LA-Z-BOY)’가 처음 개발했다.


이 소파는 머리받이, 등받이, 발받침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어 척추를 보호하고 요통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다.  또 보통 의자는 뒤로 기울어지면 허리와 의자 사이에 공간이 생겨 척추에 부담을 주고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리클라이너는 허리 부분에 설치된 특수스프링이 허리를 받쳐 빈 공간을 메워 이런 문제를 보완한다.


장점이 많은 만큼 단점도 존재한다. 일단 가격이 보통 의자와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비싸다. 유럽산이 디자인이나 품질 면에서 인정받고 있는데 가격이 200만~1000만원대에 달한다.
탑재된 첨단기능이 역효과를 일으키기도 한다. 각도 조절을 대부분 전자동으로 하다보니 잔고장도 많다. 가뜩이나 구입 비용이 비싼데 잦은 고장으로 수리비도 만만치 않게 나올 수 있다.


내구성도 기존 소파보다 떨어진다는 평가다. 일반 소파는 목재 소재의 합판프레임, 리클라이너는 철제프레임이 뼈대를 이룬다. 보통 철제가 더 튼튼하다고 생각하는 데 실상은 반대다. 목재의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휘거나 변형되는 과정을 통해 내구성이 강해지는 반면 철제는 한번 휘면 복구가 어렵다. 전자동이다보니 콘센트 연결도 필요하다. 일반적인 3~4인용 제품의 경우 두 개의 콘센트가 필요해 외관상 어지러워보일 수 있다. 머리받침과 발받침의 각도 조절을 위해 추가 공간이 필요한 것도 단점이다.


또 편안함이 건강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리클라이너는 척추·관절이 받는 부담을 최소화하고 안락함을 주지만 너무 편하다보니 전보다 평소 앉아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져 장기적으로 건강상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 2015년 발표된 유승호·장유수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하루 중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릴 가능성이 최대 36% 높아졌다.


결국 어떤 의자를 사용하든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귀찮더라도 자주 일어나 움직여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의자 높이는 엉덩이를 깊숙이  넣어 앉았을 때 발바닥이 땅에 모두 닿고 무릎이 90도를 유지하는 정도가 좋다"며 "너무 높아 발바닥이 땅에 닿지 않거나 엉덩이를 의자 깊이 넣지 못해 등받이에 등을 기대지 못하면 척추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의자 바닥은 적당히 폭신해 엉덩이에 과도한 압력을 주지 않아야 한다. 너무 딱딱하면 엉덩이에 한 곳이 집중적으로 압력을 받아 불편하고, 지나치게 푹신하면 척추 하부가 불안정해진다.


의자 바닥은 땅과 평행하거나 10도가량 뒤로 기울어진 게 바람직하다. 바닥이 앞으로 기울어지면 몸이 앞으로 흘러내리는 힘을 받아 쉽게 피로해지고, 반대로 과도하게 뒤로 젖혀지면 허리가 굽어진다. 등받이는 의자 바닥과 100~110도 가량을 이뤄야 척추로 가는 압력이 줄어든다.


앉아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서서 일하는 ‘스탠딩 워크’가 전세계적으로 돌풍이지만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미국 백악관과 실리콘밸리 등에서 이미 스탠딩 워크가 시행 중이며, 덴마크는 2001년부터 모든 사업장에서 고용주들이 서서 일하는 환경을 제공하도록 법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제대로 선 자세를 오래 유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허리에 부담을 적게 주려면 머리를 똑바로 들고 턱은 가슴 쪽으로 당긴 다음 배를 집어넣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오래 유지하면 다리와 발에 피로가 쌓이고 무릎관절에 부담이 전해져 짝다리를 짚거나 자세 전체가 틀어질 수 있다.


특히 극단적인 서서 일하기는 하지정맥류 위험을 높인다. 2014년 김현주 교수팀이 국내 근로자 2165명을 분석한 결과 쉬지 않고 서서 일하는 시간이 하루 4시간 이상이면 하지정맥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남자는 약 8배, 여자는 약 3배 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하지정맥류는 미용사나 교사처럼 서서 일하는 시간이 긴 직업군에서 많이 나타나는 대표적 직업병이다.


따라서 앉아서 일하는 것과 서서 일하는 것을 번갈아 하는 편이 좋다. 앉아 있는 시간과 서 있는 시간의 비율은 6대4나 6.5대3.5가 적합하다. 이처럼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업무를 보면 등과 목 통증이 54%가량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장시간 가만히 서있거나 또는 앉아 있는 자세는 근육 긴장을 지속시키고 혈액순환이 정체되게 만든다. 꼭 비싼 높낮이 조절 책상이나 의자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중간중간에 자주 돌아다니거나 스트레칭을 해주면 척추와 건강 전반을 관리하는 데 도움된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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