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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노장무사' 마치다 통해 본 MMA의 진화

입력 2018-02-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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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료토 마치다(마치다 페이스북)

UFC 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료토 마치다(40,브라질)가 3년 2개월 만에 승리를 추가했다.

마치다는 4일(한국 시간) 브라질 벨렘 길레르미 파라엔세 아레나에서 벌어진 UFC 파이트 나이트 125 메인이벤트에서 무패신성 에릭 앤더스(30,미국)를 5라운드 종료 2-1 판정승으로 꺾고 지긋지긋한 3연패 사슬을 끊었다.

동양무술을 베이스로 옥타곤에 신선한 돌풍을 몰고 오며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마치다는 노쇠화, 패턴 간파 등으로 예전의 강력했던 포스를 잃어 버린 지 오래다.

더욱이 경기를 가졌던 선수들 역시 루크 락홀드(34,미국), 요엘 로메로(42,쿠바), 데릭 브런슨(34,미국) 등 챔피언급 혹은 그에 준하는 다크호스를 상대하며 강행군에 시달렸다.

막다른 길에 몰렸던 마치다는 NFL 쿼터백 출신으로 10전 10승(6KO)을 자랑하는 위험한 상대 앤더스를 맞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승리를 가져갔다.

마치다를 보면 전략적인 부분에서의 종합격투기가 얼마나 많은 발전을 거듭했는지 잘 알 수 있다. 마치다가 본격적으로 UFC에서 활약할 당시 그의 파이팅 스타일은 파격 그 자체였다.

가라데식 정권과 발차기를 쓰고 스모식 기술이 섞여있는 베이스는 새로운 형태의 파이팅 스타일이었다.

일본의 괴짜파이터 키쿠노 카츠노리(37,일본)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라데를 주무기로 쓰는 선수의 상당수는 다소 정적인 타격 패턴이 많다. 하지만 마치다는 달랐다. 경쾌한 스탭이 겸비된 기동성 높은 가라데를 구사했다.

더 눈에 띄었던 것은 거리 싸움에 임하는 패턴 응용이었다. 일정한 거리를 꾸준히 유지한 채 발차기로 포인트를 쌓고 견디지 못한 상대가 치고 들어올 때 짧고 정확한 정권이나 니킥 등으로 카운터를 노렸다.

기습적으로 펀치연타를 내는 순간 돌격과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들어가는 전진니킥도 상대를 힘들게 하는 패턴이었다.

마치다는 확실하게 승기를 잡은 상황이 아니면 무리수를 두지 않고 늘 방어를 잊지 않아 상대 입장에서는 빈틈을 공략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대부분 경기에서 포인트 우위를 가져가는 관계로 주도권을 자신 쪽에서 조절할 수 있다는 부분이 장점이었다. ’건드리기조차 힘든 파이터‘라는 평가가 한때 붙기도 했다.

마치다 스타일이 잘 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뛰어난 기량과 경기 운영 능력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겠으나 특유의 생소함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후 마치다를 물리치기위해 상대 쪽에서는 오랜 기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다. 마우리시오 '쇼군' 후아(37,브라질)는 마치다 파훼법을 사실상 가장 먼저 들고 나온 선수다.

가드를 단단하고 전진하면서 압박을 거듭하며 마치다가 자신에게 유리한 거리에서 싸울 기회를 봉쇄했다. 발차기를 피하거나 카운터를 노리는 대신 무에타이식 방어로 받아준 다음 더 강하게 돌려주는 형태로 마치다를 당황케 했다.

물론 모두가 쇼군처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마치 비기처럼 여겨지던 마치다 스타일에 빈틈이 드러난 것만으로도 신비의 영역은 사실상 무너졌다. 자신의 거리를 침범당한 채 주고받는 공방전 속의 마치다는 예전처럼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한술 더 떠 최근에는 마치다처럼 싸우는 선수도 많아졌다. 거리를 유지한 채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가는 방식이다.

웰터급 '원더보이' 스티븐 톰슨(35,미국)은 케이지 인근에서의 유연한 백스텝, 사이드스텝 등을 과시하며 전성기 마치다 이상의 현란한 아웃파이팅을 보여주고 있다. MMA의 빠른 발전 속도가 피부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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