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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보다 중요해진 UFC 챔피언 맥그리거의 결정

입력 2018-02-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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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챔피언 맥그리거(연합)

“명분이 없다 아입니꺼.”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 나오는 명대사 중 하나다.

영화 속에서 최익현(최민식)은 나이트클럽 이권을 김판호(조진웅)로부터 빼앗기 위해 자신이 의지하고 있던 건달 최형배(하정우)에게 넌지시 제안을 한다.

이에 최형배는 위와 같은 대사를 던진다. 물론 최형배 역시 이권을 탐내고 있었고, 결국 둘은 전략적으로 억지 명분을 세운 뒤 싸움을 만들고 결국 나이트클럽을 차지한다.

영화 속 범죄자들까지도 억지로라도 명분을 찾으려 한다. 세상사 모든 것이 아무리 힘이 있어도 최소한의 명분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하지만 UFC에서는 위와 같은 억지 명분마저도 사라지고 있는 분위기다. 현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30,아일랜드) 때문이다.

맥그리거는 개인적으로는 페더급, 라이트급을 망쳐놓았으며 ‘명예를 가려버린 돈’, ‘명분보다 실속’, ‘독설을 잘하는 자가 승리자’ 등 바람직하지 않은 문화를 UFC 전반에 뿌려놓았다. 그야말로 개인의 이익을 위해 전체를 망치고 있다.

사실 맥그리거가 처음부터 미꾸라지 선수였던 것은 아니다.

조제 알도(32,브라질)에게 페더급 타이틀을 빼앗기 전까지의 맥그리거는 기량과 흥행성을 겸비한 것은 물론 행보에서도 모범적이었다. 상대가 누구든 대진을 거부하지 않았으며 특유의 입담을 통해 경기 전부터 분위기를 잔뜩 달궈놓는데 명수였다.

맥그리거라는 캐릭터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많은 팬들은 열광했다. 챔피언도 아니면서 마치 장기 챔피언인 것처럼 득의양양하게 자신보다 랭킹이 더 높은 상대들을 아래로 깔아보는 듯한 언행은 거만함의 끝판왕 같았다.

옥타곤에 들어서서도 자신만만한 경기력으로 승리를 가져가 자국 아일랜드는 물론 미국 현지 팬들까지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아일랜드 현지에서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복싱 페더급 세계챔피언 출신으로 국민적 영웅이었던 배리 맥기건, 아일랜드 축구의 간판 아이콘 로비킨 등과 비견될 정도다.

2015년 7월 UFC 189에서 있었던 채드 멘데스(33,미국)와의 경기는 당시 맥그리거의 스타일이 제대로 드러난 한판이었다. 멘데스는 단단한 레슬링 솜씨를 뽐내며 수차례 맥그리거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서 압박했다. 보통 스트라이커가 테이크다운을 허용하게 되면 이후에는 이를 의식해 제대로 타격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맥그리거는 달랐다. 넘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나는 때리겠다는 태도로 스탠딩에서 야무지게 펀치를 휘둘렀다. 결국 멘데스는 견디지 못하고 옥타곤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이후 맥그리거는 여세를 몰아 알도와의 타이틀매치에서 기가 막힌 카운터 펀치로 페더급 챔피언에 올랐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맥그리거는 벨트를 두른 후 철저히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경기만 했다.

챔피언으로서 방어전을 치러야할 의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순리대로라면 챔피언급 강자 프랭크 에드가 혹은 알도와의 2차전이 타당했으나 아무 명분도 없는 네이트 디아즈와의 슈퍼파이트를 무려 두 차례나 치렀다.

이후 UFC 데이나 화이트 대표의 배려 속에 바로 라이트급 타이틀매치를 가져 자신보다 훨씬 작은 에디 알바레즈를 꺾고 이유야 어찌됐든 두 체급 챔피언이라는 명예까지 얻었다.

물론 라이트급에서도 방어전은 없었다.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 토니 퍼거슨(34,미국) 등 유력한 도전자 후보는 제쳐두고 자신이 하고 싶었던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1,미국)의 복싱 이벤트만을 치렀을 뿐이다.

영리한 맥그리거는 경기를 치르지 않고 있는 현재도 꾸준히 입을 놀리며 팬들의 시선을 붙잡아놓고 있다. 잠정휴식 중인 지금도 여러 루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맥그리거가 언제 어디서 누구와 싸울지는 아무도 모른다. 명분보다는 맥그리거의 결정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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