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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세계에 뿌리내린 인도 기업가의 6가지 저력… 실리콘밸리 '슈퍼코끼리' 키우다

[권기철의 젊은 인도 스토리] CEO 수출 강국 인도

입력 2020-04-13 07:10 | 신문게재 2020-04-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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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인도인이 어떻게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이 물음에 대해 비노드 댐은 과거에 이런 말을 했다.


“인도에서 하루 걸리는 일을 미국에서는 단 3분이면 끝낼 수 있다.”

즉, 인도라는 사회의 복잡성과 터프한 환경에 익숙해진 그들에게 미국 사회는 뭐든지 쉽고 편리하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도의 복잡함에 비하면 모든 면에서 미국은 합리적이고 순조롭게 일이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인도인들은 지난 수십 년간 미국에서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 예를 들어 1982년 무렵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원이 160명 정도였을 때, 인도인 기술자는 딱 2명 뿐이었다.

그러나 그 한 명이 92년에 파워 포인트(PowerPoint) 부문의 수장이 되어 이 비즈니스를 확대해 갔다. 이 성공과 함께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인도공과대(IIT) 출신자를 중심으로 다수의 우수한 인도인이 입사하게 되어 사내에서 인도계 기술자가 급증하게 된다.

이 흐름은 90년대 무렵부터 미국 IT기업의 공통 트렌드가 되어 갔다. 동시에 미국에 거주하는 인도인 커뮤니티는 다양한 가치관을 서로 인정하는 미국 사회에 적응해 카스트, 종교, 출신지, 회사명 등에 구애받지 않는 지극히 자유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 냈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친목 조직이 실리콘밸리를 거점 하는 TiE(The IndUS Entrepreneurs, 미국거주 인도인 기업가 협회)다. TiE는 재미 IT계 인도인 1세대를 중심으로 생긴 교류 조직이다. 새롭게 미국에 온 인도인들이 여러 선배들로부터 다양한 정착 스킬을 공유하며 이직 소개, 창업 노하우, 때로는 자금 투자 등의 기회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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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으로 미국에 진출해 유력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 중인 경영인들.

 


미국 명문 듀크대, UC버클리대, 스탠포드대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실리콘밸리의 IT기업의 CEO 및 고위직 임원 가운데 무려 52.4%가 인도 출신이었다. 이들 기업 중 창업자가 인도계인 비중은 33.2%에 달한다.

현재 미 항공우주국(NASA) 과학자의 36%, 마이크로소프트(MS) 직원의 34%, IBM 직원의 28%가 인도인일 정도가 되었다. 실리콘밸리의 고용인구에서 차지하는 인도인 비율이 6% 정도인 것에 비해서 IT 분야에서는 인도계 기업가의 위상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도인들의 어떤 힘이 그들을 글로벌 IT 수장을 꿰찰 수 있게 만든 것일까?

첫 번째 요인은 변화와 불확실성에 대한 적응력이다.

모든 기업들은 변화와 불확실성으로부터 도전 받고 있다. 인도 출신 기업가들은 어린시절부터 13억인 넘는 인구, 다양한 언어와 종교, 그리고 민족, 게다가 열악한 인프라 속에서 살아왔다. 전혀 다른 가치와 환경, 문화가 다른 같은 나라에 사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것도 큰 도전이자 모험이다.

또한 인도의 인프라는 열악하다. 매일 아침 수돗물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몰라 기본적인 칫솔질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도인들은 자랐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자라온 그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적응하는 방법, 그리고 그 한계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결국 변화와 불확실성에서 살아온 인내가 프로세스 혁신을 이끄는 동인이 되는 것이다.

두번 째는 변화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시장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 능력이다. 인도인들은 그들을 당황스럽게 하는 많은 상황을 경험했기에, 계획을 처음 짤 때부터 무의식적으로 플랜B를 준비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최근 구원투수로 위워크 CEO로 취임한 산디프 매스라니(Sandeep Mathrani)는 이전에 ‘제너럴 그로스 프로퍼티스(GGP)’의 CEO로 재임하면서 이 회사를 미국 2위의 쇼핑몰로 키웠다. 그는 어느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상의 전략은 최근 시장 상황을 직시하고, 데이터로 무장해 미래로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변화는 ‘상수’이고, 미래 예측은 변화라는 상수를 풍부한 데이터(데이터 인텔리전스)로 예측하는 일이라는 단순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인도에서 자라지 않았다면 그걸 체화시키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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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IIT의 한 캠퍼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TOI

 


세 번째는 교육과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이다.

인도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가장 교육 수준이 높은 집단이다. 미국의 한 연구 기관 조사에 따르면 인도계 미국 이민자의 77.5%가 대학을 졸업했다. 이는 기존 미국인들의 31.6%에 비해 두배 이상 높은 비율이다.

그리고 이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취업하기 쉬운 컴퓨터 과학과 공학 전공에 집중했다. 이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도인들이 다른 나라 출신에 비해 IT 산업 종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인도는 수학, 물리 등 기초과학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수학적 능력과 관련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구구단 외에 19단을 외우는 나라로 유명하다.

인도에는 영국 더 타임스가 선정한 ‘세계 3대 공과대’인 인도공대(IIT)를 비롯해 연간 공대 졸업생만 50만명에 달한다.

네 번째는 ‘헬리콥터 부모’의 힘이다.

인도 출신인 인드라 누이가 예전에 펩시의 CEO로 지명되었을 때 처음 한 일은 “어머니를 만나러 인도로 간다”였다. 누이는 자신이 CEO로 있을 때 펩시에 입사한 직원들 부모에게 “펩시의 스타를 만들어 준 주어 감사하다”는 편지를 보냈다. 그녀 자신도 “나는 양육의 산물”이라고 얘기 한 적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부모는 그 어느 때 보다 자녀의 경력 관리에 적극적이다. 인도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영향력이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그리고 자녀도 왠만하면 부모의 뜻에 따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인도의 전통적 부모가 갖는 사고는 의사나 기술자로 자녀들이 자라길 원하는 것이고, 그 경력을 만들어주기 위해 인도 부모들은 헌신한다. 참고로 인도 가정의 평균 교육비 지출은 가구 전체 소득의 11% 정도다. 한국은 7% 수준이다.

다섯 번째 요인으로는 남다른 추진력이 꼽힌다.

인도 첸나이의 서민 가정 출신인 피차이 알파벳 CEO는 2004년 구글에 입사한 뒤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의 눈에 들어 입사 11년 만에 구글 지주회사의 CEO가 됐다.

래리 페이지는 조용한 성격이면서도 도전이 요구되는 과제나 대담한 목표가 필요한 프로젝트에서 온몸을 던져 성과를 내는 그의 추진력을 예의주시했고 그를 믿고 발탁했다. 이 일화는 지금도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회자되고 있다.

여섯 번째는 도전 정신이다.

인도 산호세 주립대의 한 한국인 교수는 인도에서 온 제자들의 도전정신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인도 친구들은 집안 전재산을 모아 1년 등록금을 내고 생활비 2000~3000불을 가지고 미국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한 학년을 마치고 아르바이트로 1년을 벌어 또 한 해 학업을 이어나간다. 이렇게 졸업하고 IT기업에 고액 연봉을 받고 취업을 한다.”

그 교수는 무모해 보이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인도 학생들에게 존경심마저 느낀다고 말했다.

이제는 누구나 아는 글로벌 기업 유수의 기업에 인도인들이 경영자 자리에 앉는 것을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인다. 해외 언론에서는 인도를 ‘소프트웨어 수출대국’이 아니라 ‘CEO 수출대국’으로 부르기 시작할 정도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는 ‘글로벌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고 수십 년전부터 목소리를 높여 왔다. 하지만 유감스럽게 한국 기업 이외의 글로벌 기업 CEO로 활약하는 한국인 경영자는 거의 전무하다 시피 하다.

우리는 글로벌 인재 육성을 ‘언어 교육’으로 치부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우리가 인도에서 가장 배워야 할 점은, 우리도 지뢰 밭 같은 인도의 일상, 혼돈과 혼란의 터프한 삶 속에서 미래를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아닐까?

국제전문 객원기자 speck00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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