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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장애인도 창작자다

입력 2022-05-05 14:18 | 신문게재 2022-05-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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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둘러싸고 모든 이들에게 참 부끄러운 순간과 시끄러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하철 시위라고 해서 장애인의 이동권에 국한해 논할 것은 아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마당에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뛰어넘어야 한다. 장애인 관련 문화예술정책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최근 개최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주최 ‘장애인 문화 예술권 확대 정책토론회’는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드러낸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정책들이 단순히 장애인의 문화향유권 차원에서 벗어나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참여를 보장하려는 방향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1990년대부터 충분히 논의돼 왔던 ‘박물관, 미술관 등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 등의 수준이 아니라 ‘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전시장 조성’ ‘국·공립 공연·전시장 대상 장애예술인 공연·전시 활성화’ ‘장애예술인 작품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 등의 방안들은 그나마 시대적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장애인 문화정책에는 더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발상·접근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장애인 문화정책이 상정하고 있는 장애인을 단순히 ‘감상자’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애인도 ‘창작자’다. 형식적인 장애예술인지원법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이 창작자로서 문화예술에 적극 참여하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은 오래전 산업혁명을 거치는 과정에서 육체적 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된 ‘노동능력 부족·상실’의 낙인때문에 이 사회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아픔을 수없이 겪었다.

하지만 기술·정보혁명 속에서 ‘문화국가’로 접어든 시대다. 더 이상 장애인들이 구시대적인 노동의 관점에서 무능력자로 취급되거나 우리 사회에서 부당하게 소외될 명분은 전혀 없다. 장애인 전담 시설에서 장애인 교육전문가들이 문화예술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전문 기관에서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장애인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을 전담해야 한다. 뛰어난 장애인 예술가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양성되기 위해서는 더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지속적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

장애인 문화정책의 주도권도 달라져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 정책은 정부의 역할이나 업무로 여긴다. 물론 교통 등 장애인 일반시설에는 행정적 접점이 많으므로 공공 업무로 비춰질 구석이 많다. 하지만 장애인 문화정책은 공공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다. 우선 장애인이 누려야 하는 문화향유권에는 사회적으로 구축된 문화인프라와 관련되므로 공공적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ESG 경영이 도입되는 시대에 장애인 예술인을 양성하는 문화정책에서 민간 부분의 역할도 갈수록 커져야 한다. 기업은 장애인을 위한 단발성 문화행사 차원에 그치지 말고 재능있는 장애인을 세계적인 예술인으로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나아가 장애 예술인들을 위한 재택근무 형태의 안정적 고용까지 전향적으로 추진해야한다.

이미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울퉁불퉁 넘어야할 둔턱도 너무 버겁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동정심이 아닌 동료 의식으로.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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