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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앨빈에서 톰으로! 이창용의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제 작은 꿈이자 큰 자부심이죠”

[人더컬처]

입력 2024-01-29 18:30 | 신문게재 2024-01-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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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저의 어떤 작은 꿈이었죠. 나이 좀 먹고 토마스를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 해왔거든요. 사실 지지난 시즌부터 얘기를 해왔는데 10년 넘어서 그 기회가 왔죠. 제 인생에서 ‘스토리마이라이프’가 차지하는 부분이 엄청 커요. 그런 작품의 역할을 바꿔서 도전하고 있는 이 상황 자체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죠.”

2010년 초연부터 여섯 시즌에 걸쳐 늘 이해하고 받아주는 친구, 순둥순둥 여리고 내성적이며 여전히 꿈꾸는 듯한 소년과도 같은 앨빈 켈비였다.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이창용
10년을 넘게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이었던 이창용. 사진은 2016년 공연장면. 앨빈 켈비 역의 이창용(왼쪽)과 토마스 위버 고영빈(사진제공=오디컴퍼니)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Story of My Life, 2월 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의 ‘앨빈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창용이 14년 만에 지극히 현실적이고 예민한 베스트셀러 동화작가 토마스 위버로 역할을 바꿔 돌아왔다. 이를 이창용은 “꿈”이자 “자부심”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17년차 배우예요. 그 중 10년을 넘게, 20대부터 지금까지 하고 있는 작품이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죠. 10년 이상을 해오면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가 제 삶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 같아요. 지금이라도 앨빈을 다시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요. 일주일만 준비할 시간을 주신다면요. 다른 극은 이렇게 말 못해요. 물론 겸손함도 중요하죠. 하지만 정말 굉장한 애착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어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제게 그 만큼의 자부심이죠.”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토마스 위버 역의 이창용(오른쪽)과 앨빈 켈비 정욱진(사진제공=오디컴퍼니)

 

캐나다 작가 브라이언 힐(Brian Hill) 극작·각색, 닐 바트램(Neil Bartram) 작사·작곡의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무심코 흘러가다 문득 깨닫게 되는 것들, 개인의 경험, 바쁘게 살다가 놓쳐버린 것들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마니아들 사이에서 ‘솜’이라고 불리며 오래도록 사랑받아온 힐링극으로 슬럼프에 빠져 더 이상을 글을 쓸 수 없게 된 동화작가 토마스 위버(이창용·조성윤·최재웅,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가 30년지기 친구이자 자신 이야기의 뮤즈였던 앨빈 켈비(김종구·신재범·정욱진)의 죽음을 마주하고 송덕문을 써내려가면서 소중한 것들에 대해 깨닫는 여정을 따른다.


◇어쩌면 이기적인 토마스처럼 역할 바꾸기 “떨쳐야 했던 나의 앨빈”

이창용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톰이 아니라면 이번 시즌은 함께 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만큼 (역할 바꾸기가) 간절했어요. 앨빈으로 돌아오지 않은 데 대한 아쉬움의 목소리도, 응원도 있어요. 저의 앨빈을 바라던 분들께는 정말 죄송하죠. 어쩌면 제가 이기적인 토마스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렇게 “잘해도 본전”인 역할 바꾸기에 도전 중인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본전 이상을 찾기 위해 매회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이창용이 토마스로 역할을 바꾸면서 떨쳐야 했던 건 “나의 앨빈”이었다.  

 

이창용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10년을 넘게 앨빈으로 무대에 오르며 대사 한 마디 한 마디, 장면 하나 하나, 음 마디 마디에 감정과 의미를 담았던 이창용은 누구보다 앨빈을 이해하는 토마스다. 이에 죄책감도 유난히 크고 울기도 많이 우는 토마스였던 이창용은 “시즌 초반에는 그게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버릴 건 버리고 좀 더 심플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했어요. 바로 지난주에 앨빈 아빠의 송덕문 얘기로 다퉜는데…그런 앨빈의 송덕문을 써야 한다는 현실에 힘들어 잠을 못이뤘을 거예요. 그런 상태에서 버스를 타고 오면서 송덕문 달랑 두줄 쓰고 잠이 들어 꿈을 꾸다 깼는데 장례식장인 거죠.”

이어 이창용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저를 보고 흐뭇해하시면서 좋은 얘기들을 해주시는 기분 좋은 꿈을 꾼 적이 있다”며 “상상 보다는 할머니랑 다시 인사를 하던 그 꿈, 직접적인 경험으로 연기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제 경험을 빗대 버스를 타고 오던 중 꿈에서 본 앨빈이 톰에게 해주는 말들. 그렇게 아주 단순하게 설정을 하니 오히려 앨빈의 대사들, 연결들, 개연성 등이 점점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그는 “회차 마다 유난히 가슴에 와닿는 주제가 있다”며 “어떨 때는 ‘그때 난 보지 못한 거죠’(I Didn‘t See Alvin)의 앨빈에서 무너지고 또 어느 날은 ‘이게 전부야’(This is It)가 아프고 그렇다”고 전했다. 특히 요즘은 “초반부터 쌓이다가 ‘이게 전부야’에서 결정적으로 무너진다”는 이창용은 “요새는 저도 모르게 ‘아니야 아니야’를 외치곤 한다”고 밝혔다.

“(앨빈이 곁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 같아요. 앨빈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데 대해 더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더 후회스럽고…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니야’를 외치곤 했어요. 보통은 들리지 않게 마음 속으로만 외치는데 최근에는 저도 모르게 목소리로 나와 버린 적도 한두번 정도 있죠.”


◇고해성사하는 느낌으로 “고맙습니다”

이창용
뮤지컬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앨빈에서 토마스로 역할을 바꿔 돌아온 이창용(사진=이철준 기자)

 

“앨빈 같은 사람이 있을까요? 가족, 직장동료, 친구 등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면서 모든 걸 주고 진심을 다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오히려 주변 사람들한테는 더 못되거나 예민하게 굴죠.”

이어 그는 스스로를 “앨빈 보다는 토마스에 가까운 사람”이라며 “현실적인 면이 많지만 글을 쓸 때는 감성적인, 일에 치여 소중한 것들을 잊고 사는 토마스가 저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이 작품을 할 때마다 약간 고해성사를 하는 느낌이에요. 뭔가 제가 부족했던 부분들을 반성하고 후회하지 않게 주변을 더 살피고 챙기고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비단 이창용 뿐 아니다. 일에 치여, 저마다의 사정으로 소중한 것들을 가장 먼저 밀쳐두거나 소홀하게 대했던 경험은 누구나의 이야기다. 그런 이들의 마음을 건드리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죽음’ ‘송덕문’ ‘후회’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와 감정을 다룸에도 극의 애칭인 ‘솜’같은 푸근함과 치유를 선사한다.

“요즘은 ‘스토리오브라이프’의 모든 것이 남달라요. 이번 겨울 유난히 제가 공연 끝나고 나올 때 눈 오는 날이 많았어요. 눈을 치우는 분들은 고생스럽고 교통체증도 있지만 공연을 끝내고 나오는데 눈이 내리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그렇게 제작사 오디컴퍼니 임직원 모두의 반대 속에 ‘지킬앤하이드’ ‘드라큘라’ ‘데스노트’ ‘스위니토드’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현재 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일테노레’(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등의 신춘수 프로듀서만의 팬심으로 론칭한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는 14년째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요즘은 관객분들께 지금까지 보다 더 많이 감사해요.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를 사랑해주시는 건 알았지만 제 생각 이상으로 사랑해주신다는 걸 매회, 새삼 깨닫고 있거든요. 그래서 영양제, 배즙, 도라지청 등 몸에 좋은 것들을 투여(?)하면서 매 회차 제 모든 걸 쏟아내고 있죠. 그만큼 이 작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그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고맙다’는 이 말을 꼭 써주세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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