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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넷플릭스 '닭강정'을 보지 않았다면 절.대 읽지말아야 할 인터뷰

이병헌 감독 "현타왔지만 배우들 덕분에 버텼다"속내 고백
"공부하며 경험 쌓아가는 현실에 감사할 뿐"

입력 2024-03-2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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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강정1
지난 15일 전 세계에 공개된 ‘닭강정’을 연출한 이병헌 감독. 사진제공=넷플릭스)

 

단언컨대 배우 이병헌이 충무로를 대표했다면 감독 이병헌 ‘역시’ 세계를 휘어잡았다. 수원왕갈비통닭을 내세운 영화 ‘극한직업’으로 1600만 관객을 사로잡더니 이번엔 동명의 웹툰에서 출발한 넷플릭스 ‘닭강정’로 시리즈 부문 TOP10 1위를 기록,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의문의 기계에 들어갔다가 닭강정이 되어 나온 딸(김유정)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모든기계’의 사장 최선만(류승룡)과 회사 인턴이자 딸을 몰래 짝사랑해 왔던 고민중(안재홍)이 우주를 넘어설 기세로 온갖 단서를 파헤친다는 황당무계(鷄)한 이야기다.

공개 직후 지난 18일 브릿지경제와 마주앉은 이병헌 감독은 “대한민국 제작사들이 워낙 부지런해서인지 솔직히 남아있던 웹툰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 작품을 봤고 ‘이게 도대체 말이 돼?’라는 생각이 가득한데도 끊임없이 빠져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애초에 ‘닭강정’의 시작은 영화화였다. 하지만 30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로 만든다면 가벼운 병맛 코미디가 꽤 근사한 작품이 될 거란 확신이 들었다고. 이감독은 “완결 전에 계약을 했는데 편견에 대한 작품이라고 다가간게 큰 오산이었다”면서 “후반에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여러 주제와 장르를 섞을 수 있게 됐다. 촬영중 작가님이 현장에 오셨는데 그날 대본에 제 싸인을 받아가시더라”고 수줍어했다.  

 

닭강정
그는 “우리 부모님이 봐도 이해가 되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3화까지만 참으면 그럭저럭 끝까지 볼 수 있을거라 자신한다”고 특유의 위트어린 대답을 내놨다.(사진제공=넷플릭스)

 

‘닭강정’의 세계관은 오묘하면서도 중독되는 ‘말 맛’의 향연이 가득하다. 알고보니 이상한 기계는 지구에 잠시 관광 온 외계인들의 신기술 집약체였고 무려 200년 동안이나 인간에 섞인 채 살아가며 본인의 별로 돌아갈 날만 고대하고 있었던 것. 우여곡절 끝에 기계를 찾은 제주도 어딘가에서 이들은 각각 BTS(김태훈)미사일(이하늬),핵(정순원),사슴(황미영)으로 변신해 인간을 위협한다. 그 사이에 딸 민아를 사이에 두고 의기투합한 아버지와 짝사랑남은 류승룡과 안재홍이 맡아 열연한다.

“창고안의 싸움은 정말 막막했어요. 일단 배우들이 생각보다 진지했는데 그들에게 제가 한 유일한 말은 ‘만화적으로 표현해 달라’였거든요. 머리 속에서는 너무 재미있는 장면인데 그걸 실사화하려니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더라고요. 그런데 안무실까지 잡아서 각자 춤과 동작, 자신만의 동선등을 연습한다는 소식을 들었죠.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이병헌 사단? 에이 그런거 없어요. 연기자로서 호기심을 갖게 만들고 길게 작업하고 픈 사람들을 모은 것, 그것 하나만큼은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어요.”

이병헌 감독은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다. 공부를 하면서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는 현실이 감사할 뿐”이라면서 “나에게 코미디란 그나마 그중 가장 잘 하는게 아닐까”라고 자평하는 모습이었다.  

 

닭강정
동그란 모양의 닭강정에 대해 이감독은 “원작에 최대한 충실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닭강정’에는 ‘오징어게임’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정호연이 고민중의 전 여친이자 맛칼럼리스트 홍차로 나온다. 특별출연으로 섭외 했으나 너무 많은 대사를 드려 죄송했다는 그는 “나의 맛 취향을 집약한 캐릭터다. 나 역시 파인애플 토핑을 받아들이기 힘들고 민초파를 이해 못한다. 탕수육도 부먹파”라며 “일단 양념한걸 안 좋아해서 갈비맛 나는 치킨? 완전한 후라이드를 선호한다. 고로 닭강정도 별로”라고 웃었다.

그는 곧 김은숙 작가와 함께 작업 중인 새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로 뭉친다. 치밀한 대본을 쓰기로 유명한 작가와의 협업에 대해 “정말 많이 배우고 있다. 김우빈, 수지와의 촬영도 기대되지만 지금은 아주 초반 작업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만약 제가 극중 고백중이라면? 버튼을 누르면 기억이 사라지지만 그건 곧 죽음을 의미하잖아요. 하지만 저라도 눌렀을 거예요. 딸과 못 누렸던 시간을 돌려 주는게 맞으니까요. 무엇보다 ‘닭강정’을 통해 하고 싶은건 다 해봤어요. 아무도 안 말려서 되려 무안했던 ‘멜로가 체질’ OST의 무한 반복과 한글의 우수성 사이에 ‘국뽕이 차오른다’는 대사까지. 후련합니다.(웃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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