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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울엄마, 울아들…울 채비 됐나요?”…영화 '채비'고두심, 김성균

[Pair Play 인터뷰] 고두심, "만나고 싶던 김성균, 그 연기 내공에 놀라"
지적 장애 아들을 두고 세상을 떠나는 엄마의 이야기
배우 유선이 맺어준 둘의 인연, 결과는 대만족

입력 2017-11-08 07:00 | 신문게재 2017-11-0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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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내 고두심은 따스한 엄마의 눈빛이었다. 김성균도 실제 엄마를 대하듯 고두심의 말에 맞장구를 쳤고 때로는 응석도 부리며 선배 배우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두 사람이 함께 출연한 영화 ‘채비’(감독 조영준)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세상을 떠나야 하는 엄마와 홀로 남게 된 지적 장애 아들의 이야기다. 극 중 엄마 애순(고두심)은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고 일곱 살 지능을 가진 서른 살 아들 인규(김성균)가 혼자서도 살아갈 수 있게 마지막 채비를 한다.  


고두심의 엄마 연기는 낯설지 않다. 드라마 ‘전원일기’로 22년을 국민 맏며느리로 자리매김했고 이후에도 다양한 작품에서 누구의 엄마로 분했다. 애순은 장애아를 키우는 인물이지만 고두심에게는 지금까지 연기한 여러 엄마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평범하게 연기를 했고 그런 무던한 모습이 쌓여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준다.  

 

배우 고두심 인터뷰6
배우 고두심. (사진=양윤모 기자)

“과거 ‘전원일기’를 할 때부터 제게는 ‘대한민국 큰 며느리는 이런 것’이라는 잣대가 적용되곤 했어요. 생각해보면 여배우에서 엄마가 되는 과정은 굉장히 자연스러웠죠. 저는 4대가 한집에 살았어요. 그래서 ‘고모 할머니’ 수식어를 처녀 때부터 들었죠(웃음). 목소리가 저음인 것도 엄마로서 어울렸나봐요. 이번엔 장애를 가진 아들을 두고 떠나는 입장이지만 가볍게, 그리고 평범하게 엄마로서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외모는 민낯이다 싶을 정도로 잡티를 그대로 드러냈다. 김성균의 지적 장애 연기도 인상적이다. 

 

그동안 보여준 악역이나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삼천포’ 캐릭터를 기억하는 이들을 더욱 놀랍게 하는 변신이다. 그의 변신이 낯선 건 초반 5분, 이후부터 김성균은 인규라는 인물 그 자체다.


“실제 장애 아동이나 그 가족분들을 욕되게 할까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있지도 않은 행동으로 억지 상황을 만들어내지 말자고 다짐했죠. 그러다 보니 연기가 어두워졌어요. 그때 (고두심) 선생님이 이것저것 만져보며 정신 사납게 해보라고 하셨어요. 그렇게 (연기)하고 모니터링을 하니 딱 인규였죠. 장애, 비장애인을 떠나 엄마를 고단하게 만드는 아이의 모습이 포인트였어요. 인규가 귀엽게 다가오는 부분도 집에 있는 우리 아이들 모습 그대로죠. 큰아들은 침을 코에 바르고 둘째는 인규처럼 까불어요. 막내는 팔을 벌리고 걷죠. 그런 모습을 잘 봤다가 연기에 반영했어요.” 

 

두 배우의 출연 결정에는 극 중 애순의 딸이자 인규의 누나인 문경을 연기한 유선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세 사람 중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접한 유선은 당시 드라마에 함께 출연 중이던 고두심에게 제안했고 영화 ‘퇴마 무녀굴’로 호흡을 맞췄던 김성균에게도 책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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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채비'에서 모자로 호흡을 맞춘 김성균(왼쪽)과 고두심.


“딸 유선이 때문이에요. 드라마에 같이 출연 중이던 유선이가 ‘채비’ 시나리오를 가져다주고는 읽어보래요. 그러곤 자기는 엄마 딸로 출연할 거라고 했죠. 하지만 작품 중에 다른 걸 읽기가 쉽지 않아 한달 동안 못 봤는데 나중에는 유선이 알고 화를 냈죠. 그렇게 읽게 됐고 김성균이 아들로 출연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제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아주 재미있게 봤거든요. 한번은 삼천포, 다른 한번은 아버지 역할인데… 이 배우가 정말 잘하는 거예요. ‘채비’ 속 인규와 성균이하고도 잘 매치가 됐어요. 그래서 ‘(김성균이) 정말 한다고?’ 확인하고는 출연을 결정했죠.”  

김성균의 입장은 달랐다. 그는 “그 반대였다”며 “유선 누나가 내게는 고두심 선생님이 한다고 말을 전했다. 그래서 출연 결정을 했는데 알고 보니 당시 선생님은 확정 상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에 고두심도 “유선의 힘이 컸다”고 맞장구를 치고는 김성균의 연기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배우 김성균 인터뷰6
배우 김성균. (사진=양윤모 기자)

 

“성균씨는 속이 꽉 찬 배우예요. 흐트러짐이 없고 실망을 안겨주지도 않죠. 사람이라는 게 늘 변하지만 이 배우는 그렇지 않을 것 같아요.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배우가 될 거라 믿어요.”   

 

김성균은 악역으로 시작해 현재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 고유의 색이 사라지는 두려움을 겪기도 했다.

“악역을 주로 할 때는 내 길은 이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악역을 주로 하시는 여러 선배님을 모델로 삼아 연구했죠. 그러다 ‘응답하라 1994’ 삼천포를 했어요. 당시는 애는 키워야 하는데 일이 끊어지면 어떻게 하나 고민하며 출연을 결정했죠. 한번은 ‘채비’ 조영준 감독님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니 ‘세상 사람들이 하루 종일 네 생각만 하지 않는다’며 아무거나 하래요(웃음).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지금은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있어요.”
 

배우 고두심.김성균 인터뷰
영화 ‘채비’에서 함께 연기한 고두심과 김성균(사진=양윤모 기자)

김성균의 고민은 45년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고두심 앞에선 아무 것도 아니다. 고두심 만큼 ‘국민’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국민엄마’라는 수식어에 그는 “과분하다” 손사래를 친다.   


“어깨가 무거워서 그런 건 안 해도 좋아요. 마치 ‘꼼짝 마라’ 이런 느낌이죠. 사실 제가 그만큼 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제가 생각하는 ‘국민’은 가수 이미자나 조용필 같은 분이죠. 세계적으로 나가도 손색이 없는 분들이요. 겸손해서 그런 게 아니라 저는 그만큼의 격을 갖추지 못했어요.”


영화는 오는 9일 개봉한다. TV 화면이 익숙한 고두심은 큰 스크린에 대한 두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큰 화면에 제 모습이 나오는 게 무서워요. 영화는 편안하게 누워서 보는 TV와는 분명 다르잖아요. 다른 사람과 앉아서 보는 것도 익숙하지가 않죠. 동시에 같은 영화를 보고 왔는데 다들 우는 지점이 다르더라고요. 찍을 때는 생각 못했는데 그런 부분이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는 힘이 되면 좋겠어요.”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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