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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aly 인터뷰] 발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그리고 안무가 김세연의 ‘트리플바흐’와 정형일 ‘더 세븐스 포지션’

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Ballet Creative), 김지안 발레단,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 임혜경 라 발레(La Ballet), 윤전일 댄스 이모션(Dance Emotion) 그리고 초청안무가 김용걸, 김세연까지 10개팀 참가

입력 2018-05-31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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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으로 작품을 꾸린 김세연(왼쪽)·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재밌어요. 같은 곡이어도 완전 다르게 표현된다는 게.”

그 시작은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이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대한민국발레축제(5월 31~6월 24일 Ballet Festival Korea, 이하 BFK)에는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서울발레시어터, 정형일 발레 크리에이티브(Ballet Creative), 김지안 발레단, 프로젝트 클라우드 나인, 임혜경 라 발레(La Ballet), 윤전일 댄스 이모션(Dance Emotion) 그리고 초청안무가 김용걸, 김세연까지 10개팀이 참가한다.  

 

이들 중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김세연, 2014년 이후 오랜만에 BFK를 찾은 정형일 안무가의 ‘트리플바흐’(Triple Bach)와 ‘더 세븐스 포지션’(The 7th Position)은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이라는 교집합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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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7th 포시션’을 선보일 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바로크 시대의 통주저음(건반악기 연주자가 주어진 저음 외에 즉흥적으로 화음을 곁들여 반주성부를 완성시킨 일)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곡이다. 통주저음 효과와 당시 쓸 수 있던 거의 모든 악기가 연주되며 화려한 음색, 경쾌한 리듬 등으로 꽉 채운 작품이다. 

 

김세연은 스위스 취리히발레단 수석무용수, 네덜란드발레단 솔리스트,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로 활동 중이다. 

 

안무가 정형일은 미국 유진 발레 컴퍼니(Eugene Ballet Company) 주역무용수, 미국 하렘 댄스 시어터(Dance Theatre of Harlem), 국립발레단원으로 활동하다 발레 크리에이티브를 창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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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트리플 바흐’를 선보일 김세연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바흐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 그리고 그들의 발레

 

정형일 “저는 시작 부분에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중 6분짜리 알레그로만 써요. 저도 그렇지만 바흐 음악은 다들 좋아하죠. 과거 (프랑스의 발레 무용가 겸 안무가이자 이론가로 왕립무용아카데미 초대 발레 감독 피에르 보샹이 창안한) 5가지 포지션이 만들어진 시기의 궁정발레에 어울리겠다 싶었어요. 궁정에서 연주하는 체임버 앙상블이 연상되기도 하고 실제 그렇게 연주도 됐죠. 발레 포지션이 정립돼 붐을 이루던 시점과 바로크 음악이 궁정에서 연주되는 걸 연상하면서 매치되겠구나 생각했어요.”

김세연 “스위스에서 바흐 곡들로 꾸린 공연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곡을 제가 추진 않았는데 발레리나들의 군무가 너무 인상적이었죠. 기분 좋아지고 유쾌하잖아요. 저도 모르게 머릿속에 남아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에 BFK 작품을 준비하면서 한 작곡가의 곡으로 시작해 마무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협주곡 5번을 앞뒤에 배치했죠. ‘아다지오’는 동작이 많지 않아도 무용가의 연륜으로 메울 수 있는 음악이에요. 이번에 저와 함께 하는 무용수들은 젊고 춤을 너무 추고 싶어 하는 분들이에요. 그래서 아다지오와 알레그로를 섞어 3커플의 춤을 구성했죠.”


◇화려하고 다이내믹하며 빈틈없는, 춤추기 좋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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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7th 포시션’을 선보일 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세연 “저도 안무를 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리듬, 멜로디, 액센트 등을 맞추는 과정이 거의 수학이에요. 저희 무용수들 모두가 계속 뛰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정형일 “저는 편안했어요. 음악은 다채로운데 안무 자체는 미니멀하거든요. 음악이 되게 안정적이에요. 마지막 부분에 고조가 있어서 ‘둘, 둘, 둘, 셋, 넷, 여섯’ 등 움직임을 점층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잘 맞아떨어지죠. 협주곡 3번은 편안하게 작업했는데 오히려 현대 작곡가들의 곡이 어려웠죠. 식스 카운트로 갔다가 여덟으로 갔다가 둘로 갔다가 하는 곡들이 이었거든요.”


◇초연보다 화려해진 레퍼토리, ‘트리플바흐’ ‘더 세븐스 포지션’

 

김세연 “3명으로 꾸린 소규모 안무작이었는데 이번엔 10명의 무용수들이 함께 하죠. 사람이 많아지면서 군무도 늘었고 화려해졌어요.”

정형일 “인원이 8명에서 10명으로 늘면서 비어 있는 공간을 더 채울 계기를 맞았어요. 군무신도 강화했죠. 이번에는 숨 쉴 틈이 없어요. 제 작품 자체가 움직임을 탐구하고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보니 항상 무용수의 체력 안배가 쉽지 않아요. ‘극한 안무’라고들 하시죠.“


◇피에르 보샹의 5가지 포지션, 그대로 따르거나 넘어서려 노력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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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으로 작품을 꾸린 김세연(왼쪽)·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형일 “그 동안 안무를 하면서 어떤 제한을 둔 적이 거의 없었어요. 열린 생각으로 무엇이든 가능하고 확장시켜가는 데 거침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번 ‘더 세븐스 포지션’은 5가지 포지션이 주는 제약들을 더 깊이 들여다본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5가지 포지션으로 형성된 움직임들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대한 고찰이랄까요. 다리의 각도를 180도로 지탱하며 사투를 벌이는 무용수, 안무가들이 5가지 포지션 이상의 것을 찾고자 하는 의지죠. 신대륙을 발견하듯. 그래서 다른 때보다 움직임에 대해 탐구하는 데 밀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김세연 “전 주제도 없이 그냥 음악과 발레 뿐이에요. (정형일 안무가와는 반대로) 오히려 포지션 안에서 찾았죠. 이번 작업을 하면서 클래식 발레의 대단함을 새삼 깨달았어요. 엄청난 양의 사전 같은 클래식 발레 안에서 찾고 싶었죠. 


정형일 “5가지 포지션으로 발레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긴 했지만 그 포지션들 자체가 컨템포러리 댄스나 발레를 할 때 제한을 주기도 해요. 실제로 그런 포지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제약 속에 억눌려 움직이는 친구들이 있죠. 왜 포지션을 못 무너뜨리는지, 왜 집착하지 등 질문을 던지죠. 창작적으로 발레에 접근을 시도하고 다양하게 풀어내야한다는 생각으로 작업했어요.

 

김세연 “‘트리플바흐’는 음악이 거의 주이기 때문에 동작이 한도 끝도 없어요. 동작에 맞춰 음악이나 악기를 바꾸는 게 아니라 음악에 맞춰 동작을 짰어요. 하루에 100번을 듣다보니 안무를 하면서 심장이 엄청 뛰어요. 굉장히 정적인가 하면 드라마틱하고 직선적인 느낌들도 있죠. 그 모든 형상들, 이미지, 동작 등을 택하는 기준은 음악이었어요.” 

 


◇같은 음악, 다른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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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트리플 바흐’를 선보일 김세연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세연 “같은 음악을 어떻게 풀어낼까 생각만으로도 재밌었어요. 얘기만 들어도 다르거든요. 저는 지난해 작품이 너무 좋아요. 좋을 때까지 바꾸니까요. 지난해처럼 연륜 있는 무용수들이랑 안하면 어떨가 실험하고 싶었어요. 저 스스로에게 ‘아름다운 음악만 가지고도 할 수 있겠니?’라고 물었죠. 그래서 해보자 했는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정형일 “저는 ('트리플바흐' 연습을) 봤는데 완전 다를 것 같아요. 꽉 채우는 음악에 되게 잘 어울리는 안무죠. 저 자체가 음악이 쉬우면 안무하기가 싫어요. 음악이 주는 영감이 엄청 큰데 감흥을 못받거든요. 단조로운 음악이라도 변화가 많거나 미니멀한 현대음악가의 작품이라도 일렉트로닉 리믹스 등을 많이 찾는 편이죠. 그럼에도 바흐의 곡들은 옛날 음악인데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이번에는 안넣었지만 원래 무반주 첼로곡 프렐류드(Prelude)도 있어요. 그 시절 음악이 어쩌면 이렇게 세련됐는지…협주곡 뿐 아니라 무반주 첼로도, 피아노곡들도, ‘G선상의 아리아’도 시대를 초월하죠. 바흐 음악은 항상 그래요.”


◇바흐부터 파가니니까지 정형일, 오롯이 바흐 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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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7th 포시션’을 선보일 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형일 “협주곡 3번 뿐 아니라 뒷부분에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에 대한 12분짜리 밀스타인 변주곡이 있어요. 협주곡 3번이 경쾌하고 웅장하다면 파가니니의 곡은 움직임에 몰두할 수 있게 하죠. 파가니니 파트에서 무용수들에게 요구하는 건 바닥을 많이 느끼라는 거예요. 동작이 아무리 빨라도 무대에 발 딛고 공간을 생각하라고 하죠. 왜냐면 바닥과 공간은 우리가 포지션을 찾는 과정이고 그걸 무용수가 느끼고 있어야 관객에게 전달되거든요. 


김세연 “저는 바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이번 ‘트리플바흐’를 하면서 안무에 맞춰 자르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질 못했죠. 하나의 음악으로 안무를 하는 전 정말 힘들어요. 안무에 음악을 맞추는 게 아니라 음악에 안무를 맞춰야 하니 자유가 좀 적죠. 그래도 이번엔 자르지 말고 해보자 했어요. 협주곡 5번의 군무로 시작해 직선적인 움직임의 듀엣, 드라마틱한 듀엣, 발랄한 여자 두명, 마지막에 천사처럼 평온한 군무 등 강약조절과 ‘단짠단짠’(달고 짜고) 배치에 중점을 뒀어요.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제가 바흐의 음악에서 느낀 움직임들이라고 할 수 있죠.”

 

정형일 “전반부를 협주곡 3번 아다지오가 책임진다면 후반부 증폭시키는 단계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에지오 보소(Ezio Bosso)의 음악을 써요. 선율이 아름답기도 하지만 점점 밀도 높게 움직이고 확장시키며 진행되죠. (비발디 ‘사계’ 편곡으로 유명한) 영국의 막스 리히터(Max Richter)의 곡으로는 여자 무용수 둘이 마주 보고 춤을 춰요. 거울처럼. 7분 정도의 파드되인데 터치감이 있는 정적인 음악이죠.”


◇열린 무대 ‘더 세븐스 포지션’, 결핍에 대한 실험 ‘트리플바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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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으로 작품을 꾸린 김세연(왼쪽)·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형일 “무대의 3면을 다 열었어요. 그렇게 확장시키는 이유는 움직임의 확장, 일곱 번째 포지션을 찾기 위한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미죠. 트러스(직선봉을 삼각형으로 조립한 일종의 빔)를 따로 설치해서 조명이 3면에서 내려오게 했어요. ‘조명발’이라고 하죠. 조명의 힘을 얻어 엔딩을 좀더 극화시키고 화려함을 더하죠. 조명을 4면에 두른 밑바닥에는 흰색 댄스플로어를 깔아 우리 몸의 움직임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했어요.”

김세연 “굉장히 심심할 정도로 아무 것도 없어요. 아주 예쁜 긴 치마, 아늑한 조명, 스타급 무용수들, 블랙아웃 같은 극적인 조명 등 지난해 초연을 하면서 덕본 것들을 다 배제시켰어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스스로를 실험하고 싶었거든요.“


◇안무의 중심! 무용수와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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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트리플 바흐’를 선보일 김세연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세연 “제 안무의 중심은 무용수 같아요. 무용수가 제일 예쁜 모습을 어떻게 편안하게 잡아줄지 고민해요. 무용수 스스로가 제 옷을 입은 듯 작품에 녹아들 수 있게, 그래서 오래 즐겁게 연습할 수 있고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요.”

정형일 “저도 그래요. 무용수의 움직임, 본질적인 것을 강조하고 계속 개발시키죠. 그 동안은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거나 음악과 조화를 이루면 됐다는 마음이었다면 ‘더 세븐스 포지션’을 계기로 고찰하고 궁극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데 집중하게 됐어요. 그렇게 만들어냈을 때 독창적인 정형일만의 무언가가 되는 것 같아요. ”


◇정형일에게는 영원할. 김세연의 보물창고 ‘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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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7th 포시션’을 선보일 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형일 “저에게 발레는 영원한 것 같아요. 영원하다는 의미는 저 자신도 ‘발레’ 속에서 자신을 더 찾아가고 알아가고 성숙해 간다는 것들까지 포함하고 있죠.”

김세연 “클래식 발레는 보물창고 같아요.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멀었죠. 오래전 클래식 안무가들 한명 한명이 정말 대단했어요. 그들 때문에 발레는 파도 파도 계속 나오는 보물섬 같아요.”


◇대중성과 예술성의 접점 찾기! 발레의 끝없는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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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으로 작품을 꾸린 김세연(왼쪽)·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형일 “대중화는 끝없는 숙제 같아요. 시도도 많이 해봤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의 접점을 찾기란 쉽지 않죠. 게다가 어디까지가 ‘대중화’인지도 모호해요. 끊임없이 레퍼토리를 개발하고 활동하면서 극장에 제안도 해보지만 컨템포러리 발레는 접근이 더 어려워요. 관객을 채우기 어려운 작품이라고들 생각하니까요. 한동안은 신작을 안만든 적도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제가 잘하는 데 몰두하다 보면 점점 거리가 좁혀지지 않을까, 언젠가는 그런 시기가 오지 않을까 생각해요.”

김세연 “발레의 대중화는 너무 어려운 일이죠. 발레 외에 관심 가질 데가 너무 많잖아요. 예술 자체가 대중적이지 않은데 발레는 그 예술의 한 갈래잖아요. 신작을 만들 때면 관객 입장에서 노력하지만 발레라는 예술은 국가 지원 없이 뭔가를 하기가 어렵지 싶어요. 그럼에도 보존해야하는 예술이고.”

정형일 “아직은 소비층이 형성이 안된거죠. 해외 발레단이나 극장들도 이런 저런 시도들을 많이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로얄 발레단은 백스테이지 투어 등을 기획해 근본적인 문화예술 체험 교육을 하고 있죠. 왠지 오페라하우스 등은 예술가만 다니는 곳이라는 거리감이 있잖아요. 어려서부터 그런 벽을 허무는 체험교육 기회를 가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구동성 “나에게도 발레단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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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을 중심으로 한 ‘트리플 바흐’를 선보일 김세연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형일 “내년이 10주년이에요. 이번에 전문예술단체 지정을 받아서 후원회를 구성하는 데 집중하려고 해요. 우리 무용수들이 뛰어난 데 비해 세계적인 트렌드를 주도하는 안무가들과의 네트워크나 안무문화 발전은 더딘 것 같아요. 선진 발레와의 교류를 시도해볼 의지가 생겼어요. 일단은 아시아 쪽과의 교류에 관심을 가지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봄의 제전’ ‘볼레로’ 등 대가들의 작품을 많이 시도해보고 싶어요. 특색 있는 우리나라만의, 정형일만의 무엇이 만들어지길 기대하고 있죠.”

김세연 “국가지원으로 운영되는 발레단체가 좀 더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만약 제가 운영을 한다면 각자 개성 있지만 아주 좋은 트레이닝을 통해 15~20명 모두가 솔리스트급이 되게 할 거예요. 자신의 것을 선보이면서도 함께 아우르는 작품도 할 수 있게요. 창작 작업을 하는 데 유연하고 열려 있는 발레단을 가지고 싶어요.”


◇꿈은 이루어진다! 정형일의 교류 플랫폼, 김세연의 스토리발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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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대한민국발레축제에서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Brandenburg Concerto No.3)으로 작품을 꾸린 김세연(왼쪽)·정형일 안무가(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정형일 “우리나라에도 뛰어난 무용수는 많아요. 하지만 일자리가 없죠. 그래서 발레단이 생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 단위가 어렵다면 도 단위로라도 상주 발레단이 생기면 좋겠어요. 창작한 좋은 작품을 세계로 수출할 창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국내 안무가들끼리라도 많이 해보고 만나야 자극도 되고 상생하며 성장하는 것 같아요. 그런 창구나 플랫폼이 있어야 해외 무용수들도 함께 작업하고…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에 필요한 것 같아요. 10년 안에 그렇게 교류하고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김세연 “단기간의 꿈은 스토리 발레를 만들어 보는 거예요. 한번도 해본 적이 없거든요. 사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죠. 스토리를 관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여러 분야가 합작해야니까요. 새로운 스토리를 개발하는 거라면 더 그렇죠. 아마도 안무가 제일 쉬울 거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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