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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땜질식 유류세 인하, 기름값 못 잡는다

입력 2022-04-20 09:56 | 신문게재 2022-04-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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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산업IT부 기자
치솟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 확대키로 했다. 특히 유류세 인하율은 30%로 법정 최대치를 찍으면서 최후의 카드를 빼 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유류세 인하가 실질적으로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으로 고유가 시대가 또 언제 도래할 지 모르는데 그 때마다 세수를 축내면서 유류세를 낮추는 것은 소모적이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르면 자동차 뿐 아니라 석유 화학·선박·항공 등 석유를 사용하는 모든 산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데 현 유류세 인하 조치로는 경유나 휘발유, LPG를 사용하는 사람만 혜택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저소득층 경우 차량이 없는 가구가 많아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원유에 대한 관세를 내리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에 3%의 관세를 물리고 있다. 일시적으로라도 원유 관세를 없애거나 줄이면 경유·휘발유·LPG 포함 모든 석유 제품의 가격이 그 세율만큼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관련 업계 뿐 아니라 최종 소비자의 부담을 전체적으로 완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원유 관세를 한시적으로 철폐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이 주로 도입하는 두바이유(20일 기준 배럴당 105.44달러)로 환산 시 리터당 24.65원 절감 가능하다. 이는 그리 큰 수준은 아니나 유류세 인하 조치의 사각지대까지 미친다는 점에서 유효하다.

우리나라는 OECD 비산유국 가운데 유일하게 원유에 수입 관세를 매기는 국가다. 원유에 관세를 적용하는 3개 나라 중 미국과 칠레는 산유국으로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지만, 한국은 이 같은 명분도 없다. 사실상 세수 확대를 위한 정책이다.

유류세 인하의 효과는 분명 있다. 하지만 기업의 원가 경쟁력 제고와 유가 하락 혜택의 보편화 두 토끼를 잡을 길도 있다. 어쨌든 세수 부담이 불가피하다면 나무보다 숲을 보는 혜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박민규 산업IT부 기자 minq@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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