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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행복도 OECD 최하위권 한국, 노인 행복도는?

[100세 시대] '노인행복 후진국' 벗어날 해법은

입력 2023-03-28 07:00 | 신문게재 2023-03-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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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유엔은 2012년부터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에 맞춰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를 통해 각 국의 행복도 순위를 발표한다. 올해 우리나라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조사대상 137개국 중 57위, 선진국인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는 끝에서 4번째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3년치 데이터의 합산치므로 당분간 우리 행복도가 현저하게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 더 우려되는 것은 ‘노인 행복도’다. 구체적인 글로벌 비교치는 없지만, 고령화 속도와 반비례해 빠르게 추락하고 있음을 누구나 짐작할 만 하다. 불행해 지는 노인 문제의 해법은 없을까.



◇ 선진국 중 행복도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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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사회적 지지(의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 자비심(기부·봉사 경험), 자국 정부·기업의 부패 인식 정도 등을 묻고 각 나라의 평균적 삶의 질을 평가한 이번 유엔조사에서 우리나라 점수는 지난해 점수(5.845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세계 행복(GLOBAL HAPPINESS) 2023’ 보고서는 더 참담했다.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행복하세요?’라는 질문에 한국인은 57%만이 ‘행복하다’고 답했다. 조사 대상 32개국 평균치인 73%에도 훨씬 못 미쳤다. 순위도 끝에서 두 번째인 31위였다. 1년 전 조사 때와 행복도는 같지만 10년 전의 62%에 비해선 훨씬 낮아졌다. 우리보다 행복도가 낮은 국가는 헝가리(50%) 뿐이었다.

경제 상황 및 사회·정치상황 만족도 역시 각각 29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자녀(78%)나 배우자와의 관계(73%)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지만, 40%는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친인척이 없다’고 답했고 35%는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애인이나 배우자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도 최하위였다. 나이 들수록 행복과는 점점 멀어지는 나라임이 공인된 셈이다.


◇ 노인들은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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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지난해 12월 통계청의 ‘통계플러스’ 겨울호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행복지수는 연령별·가구 수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복지패널 조사를 재구성한 이 자료에서, 한창 일할 연령대인 35~49세가 10점 만점에 7~8점의 다소 후한 점수를 준 반면에 75세 이상 연령대는 대부분 5점 이하의 낮은 점수를 주었다. 노년층은 매년 평균 6점을 넘기기 버거웠다. 만 65세 이상 응답자 가운데 최하점인 ‘0점’이라고 답한 이들도 0.4%였다. 최고점인 10점이라는 응답자는 19~34세와 50~64세에서 각각 3.1%, 3.9%였으나 65~74세는 2.2%, 75세 이상은 2.8%로 모두 크게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나이가 들수록 점점 ‘혼자’라는 불안감에 더해 노인빈곤률 악화, 빈곤의 양극화, 점점 사라지는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과도한 노동시간 등이 우리 노인들의 행복도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대부분 국가들, 심지어는 중국도 연령대별 행복도 그래프가 U자형 곡선으로 고령층이 될수록 안정감과 행복도가 높아지는 반면 우리는 그 반대다. 우리는 중년층에서 행복도 지수가 꺾인 후 다시 치고 올라오지 못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고령자 통계를 봐도 65세 이상 국내 고령층의 40% 가량은 늘 경제력 탓에 어려움을 겪는다. 노인성 질환에 자주 노출되며 건강을 위협받고, 결국 월 평균 40만 원을 웃도는 의료비 부담에 기본 생계마저 위협받는다. 정신적 건강도 온건치 못하다. 90세 이상 초고령층의 정신질환자 수는 최근 10여 년 동안 3~4배나 폭증했다. 우울증과 불면증, 공황장애는 이제 대한민국 노인들의 트레이드 마크다.

하지만 65세 이상의 노인들 가운데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수급 비율은 40%대 초반에 불과하다. 사적 연금이 없으면, 노인의 3분의 2 이상이 월 50만 원에도 못 미치는 연금으로 살아야 할 판이다. 당연히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도 50%를 넘어 OECD의 4배 수준에 이른다. 육체적·정신적 노인학대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집안의 세대 갈등은 물론 전체 사회의 노인 경시와 노인 무시가 도를 넘는다. 2021년에 2만 건에 가까운 노인학대 신고가 있었고, 그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실제 학대로 판명되었다. 배우자에 의한 ‘노노학대’가 가장 많다는 것도 큰 문제다. 말년의 우울감을 더 키우는 요인이 된다.


◇ ‘노인 불행’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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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노인을 공경하는 공동체 정신 회복과 함께 노년층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노인들이 고립되는 상황일수록 행복도가 크게 낮아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우자나 가족과의 친밀한 시간을 더 늘리고, 마음 맞는 친구나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가능한 많이 갖도록 주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권고한다.

노년층 지원 체계 가운데는 무엇보다 일자리가 중요하다.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실업자와 마찬가지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평가가 훨씬 높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예산만 쏟아 붓는 보여주기식 일자리 말고,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줄이고 노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5년 내 현실화될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컨트롤 타워 구축과 선제적 실천 복지계획 수립도 시급하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종신교수 엘런 랭어는 노인 스스로의 노력도 각별히 강조한다. 그는 <늙는다는 착각>이라는 저서에서 “노인은 없다. 노인이라는 꼬리표만 있을 뿐”이라고 질타했다. “노화를 젊음으로, 질병을 건강으로 바꾸는 가능성을 높여야 하는데, 오늘날 너무 많은 노인들이 무심한 일상이 반복되는 보호시설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면서 이른바 ‘노인 환경 개선’의 시급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랭어 교수는 특히 노인들이 부정적 고정관념에 빠져 자신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노인을 위한 대다수의 관리체계가 오히려 의존성과 통제력 상실을 불러오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노인들이 은연 중에 주도권을 느끼게 해 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젊었을 때의 자신, 혹은 타인과 비교하기를 멈추고 노화를 쇠락이 아닌 변화로 받아들이라고 권했다. 그리고 주변과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가지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인간이 서로에게 가장 좋은 치료제”라며 “사적 만남이 끊기지 않도록 잘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대한노인의학회 김용범 회장은 ‘노노 의료관리’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말 열린 세미나에서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정부 정책은 질병치료 위주에서 예방 및 케어 중심의 질병 전단계 정책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 방문진료 활성화 모색과 함께 은퇴의사들의 활용도 제고가 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인가산수가’ 제도 도입의 필요성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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