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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군인에서 학자로 완벽 변신… "항상 전진해야죠"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입력 2023-04-17 07:15 | 신문게재 2023-04-1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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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사진=이철준 PD)

  

“전진”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다. 2016년 9월 설립된 비영리 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을 이끌고 있는 라정주 원장(50)이다. 라정주 원장은 최근 기자와 서울 중구 순화동 파이터치연구원에서 만났을 때도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게 끝이죠. 항상 앞을 향해 전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라 원장의 목표는 명확하다. 파이터치연구원이라는 이름 앞에 더이상 어떤 수식어나 설명도 붙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가 삼성전자나 LG전자를 얘기하면서 왜 삼성인지, 왜 LG인지를 되묻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의 파이터치연구원 다릅니다.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아 이름부터 생소하게 느끼는 분들이 아직 많습니다. 향후 몇년이 더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파이터치연구원을 누구나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오늘도 한걸음씩 나아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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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사진=이철준 PD)

파이터치연구원의 파이(π)는 원주율을 치징한다. 원주율은 학창 시절에 배웠듯이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값으로, 3.141592로 시작하는 무리수이다. 여기서 지름은 산술적이기에 3차 산업혁명을, 원의 둘레는 기하학적이기에 4차 산업혁명을 일컫는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을 터치(만지는)하는 학문을 하겠다는 게 파이터치연구원이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다. 이런 이유에서 파이터치연구원은 제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AI) 등 기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 경제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거창한’ 설명을 뒤로하고 파이터치연구원하면 경제와 4차산업혁명이라는 단어들이 떠오르는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는 게 라 원장의 당찬 포부다. 학술적 연구 이외에 각종 경제 방송이나 신문, 유튜브 등에 출연하는 것도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연장선상에 있다. 다양한 경제 이슈들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설명하면서 대중들에게 파이터치연구원을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라 원장은 “저희 연구원은 4차산업혁명과 공정경쟁 관련 정책연구를 주로 실시하는 연구기관”이라며 “이런 연구를 수행하면서 최대한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현상을 정확하게 조명하는 한편, 대중들에게도 그 결과를 쉽게 알릴 수 있도록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했다.

라 원장에게는 ‘도전’도 빼놓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다. 라 원장은 육군사관학교(53기) 출신으로, 그의 나이 39세때 경제학도의 길로 처음 들어섰다. “군에 계속 있었으면 안정된 미래가 보장됐겠지만, 가슴 뛰는 일을 하고 싶었다”는 게 이유다. 당시 라 원장은 서울대 국제대학원(석사)에서 위탁 교육으로 계량경제학 수업을 받던 중이었는데 무척 재미를 느꼈다고 한다.

물론 뒤늦은 나이에 인생의 진로를 바꾸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2011년 10월 작고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2005년 6월 스탠퍼드대학교 졸업 연설을 100번 넘게 들었다고 한다. “여러분의 시간은 한정돼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라.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해서 찾아보라”. 이 말에 힘을 얻은 라 원장은 과감하게 군에서 나와 대학으로 향했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라 원장을 경제학도로 곧장 받아 준 건 아니다. 2006년 조기 전역 후 5편 정도의 논문을 내면서 자신의 능력을 어필한 끝에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밟는 기회를 얻었다.

박사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학부에서부터 경제학도로 차근차근 성장해 온 이들과 경쟁해야 했기에 “포기하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더욱 입을 앙다물어야만 했다. 그렇게 3년간 학업에만 매진한 라 원장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2009년 경제학도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한국전문가컨설팅그룹과 안보경영연구원, 중견기업연구원 등 여러 기관에서 연구 경력을 쌓은 뒤 2016년 지금의 파이터치연구원에 입사했고, 그로부터 3년 만에 원장 자리에 올랐다. 라 원장은 “늦게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던 만큼 열정적으로 살았고 열정적으로 살다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도전을 멈추면 삶도 멈추는 거 아닌가요”라고 했다.

이런 라 원장의 열정 덕에 파이터치연구원도 나날이 성장하는 중이다. 라 원장이 원장으로서 재임한 지난 5년간 연구자 수가 늘어난 것은 물론, 대내외적으로 학문적 우수성도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파이터치연구원은 올해들어서만 벌써 SSCI(사회과학논문인용색인)급 국제 학술지에 ‘가업상속세 감면의 거시경제적 효과’와 ‘국토보유세를 통한 기본소득제 도입 효과’ 등 논문 2편을 단독으로 게재하는 성과를 냈다. ‘가업상속세 감면의 거시경제적 효과’는 기존에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던 ‘가업상속세 감면의 부정적 효과’를 뒤집는 내용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 시카고대 교수의 경제분석모형을 적용해 가업상속세를 50% 감면하면 기업의 일자리와 총실질투자, 총매출이 각각 0.13%, 1.88%, 0.15% 증가한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준다. ‘국토보유세를 통한 기본소득제 도입 효과’에는 국토보유세를 과세하면 기업의 토지 보유 부담이 늘고 공장부지 임대공급량이 줄어 중소제조업에 약영향을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두편의 논문은 각각 지난 1월과 2월 국제 학술지 ‘퍼시픽이코노믹리뷰’와 ‘저널오브폴리시모델링’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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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사진=이철준 PD)

라 원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지금도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론에 더해 현장 경험까지 풍부한 경제학자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중이다. 지난해에는 오픈AI의 챗봇(채팅로봇) 챗GPT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자 독학으로 파이선(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중 하나)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고, 현재는 파이터치연구원을 소개하는 챗봇을 선보이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향후에는 기계학습의 한 유형인 ‘딥러닝’에 대해서도 파헤쳐 볼 생각이다.


라 원장은 AR(증강현실)내비게이션, 디지털 트윈 시설유지보수 관리, AR도슨트, 스마트미러 등 신사업에도 주목하고 있다. AR내비게이션은 앱 설치 없이 스마트폰의 웹브라우저를 통해 실내공간을 증강현실로 길을 안내해 주는 시스템이다. 길안내와 시설안내 서비스가 필요한 실내외에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 장비를 통해 메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둥과 바닥 등에 마킹돼 있는 숫자나 알파벳 등 시설물을 학습해 사용자들이 미리 보내진 링크를 통해 증강현실 웹 사이트에 접속하면 주차한 위치를 찾아갈 수 있다. 추가적으로 목적지를 설정하면 원하는 곳까지 증강현실로 길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디지털 트윈 시설유지보수 관리는 시설물들에 각각의 고유 마커를 부착하고 이를 통해 웹 AR로 시설물들의 현황과 긴급상황에 대한 메뉴얼, 유지보수 이력 등을 확인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시스템이다. 시설물들의 제원정보와 관리자 정보, 관리자들이 유지보수를 한 이력, 문제가 생겼을 때 연락해야하는 연락처 등 유지보수관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증강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 AR도슨트는 증강현실로 박물관의 다양한 유물들을 설명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스마트폰으로 박물관 곳곳에 붙어있는 QR코드를 인식하면 앱 설치 없이도 다양한 3D콘텐츠를 빠르게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미러는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의 호흡, 맥박, 스트레스 지수, 피부상태 등을 분석하고 날씨 등 다양한 생활정보를 알려주는 거울형 기기다. 라 원장은 “책상 앞에 앉아서 쌓은 이론만으로는 산업 현장에 접목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분명 한계가 있다”며 “제대로 된 학문은 산업 현장과 잘 버무려졌을 때 빛을 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풍부한 연구실적을 보유한 전문가, 산업현장을 집중 연구하는 전문가, 새로운 분야 연구에 두려움이 없는 전문가가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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