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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클릭 시사] 봉사와 소경

입력 2023-09-17 15:55 | 신문게재 2023-09-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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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이 보이는 않는 시각 장애인을 흔히 ‘맹인(盲人)’이라고 한다. 고전 <심청전(沈淸傳)>에 나오는 ‘심 봉사’처럼 봉사(奉事)라 부르기도 하고, 소경(少卿)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봉사’는 원래 ‘받들어 섬긴다’는 뜻이고, 시각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소경’이란 말은 세상 물정에 어둡고 글을 모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표현이기도 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둘 다 고려와 조선시대 관직의 하나였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 내의원(內醫院)의 종 8품 벼슬 이름이 봉사였다. 또 고려시대에는 맹인들을 명통시라는 부서에 모아 점치는 일 등을 시켰다는 기록이 있다. 한자 학자 김점식은 “두 벼슬 자리에 맹인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봉사나 소경이 그대로 맹인을 지칭하는 말이 된 것 같다”고 추론했다.

실제로 맹인은 눈이 보이지 않는 대신에 청각이나 촉각, 암기 능력 같은 다른 감각기관들이 남달리 발달해 점복(占卜)이나 독경(讀經) 등에 특히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덕분에 나라에서 이들의 능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맹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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