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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최중경 한미협회장 “미국은 반도체를 안보라고 생각…한국, 미 공급망 참여하되 할 말은 해야”

[브릿지 초대석] 최중경 한미협회장
“한, 미중 사이 유리하고 좋은 것만 취하기 어려워”
“윤석열 정부, 친미 아닌 한미동맹 원래 모습 되찾은 것”
“내년 미 대선, 트럼프 집권해도 미 안보정책 변화 없을 것”

입력 2023-10-09 13:46 | 신문게재 2023-10-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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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초대석]최중경한미협회장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5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제적으로도 반도체 등을 둘러싼 글로벌 기술 패권과 공급망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리 산업구조의 핵심 중 하나인 반도체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경제침체 등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대외 악재도 수두룩 하다. 주변 강대국의 경제·안보 이해와 논리가 우리 생존과 번영의 중대 변수로 떠오른 만큼 외교적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브릿지경제는 지난 5일 필리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지낸 최중경 한미협회장을 만나 한국이 직면한 복합적 위기에 대한 해법을 들어봤다.


-한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한미협회는 지난 1963년 설립돼 올해로 60년째를 맞고 있다. 우리 협회는 민간차원에서 한미동맹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한미동맹의 가치를 전파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년에 두 번 세미나도 개최한다. 주제는 상반기에는 외교안보, 하반기에는 산업협력 등에 관한 것이다. 또 주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고등학생들도 포함해 한미동맹의 가치라든지, 미국의 자유주의 시스템에 대해 강의하고 한미 양국이 교류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우리 협회는 30명쯤 들어갈 수 있는 세미나룸이 있다. 이곳에서 대학생 대상으로 강사진이 강의를 하고 하루는 평택에 있는 한미연합사, 다른 하루는 미국 대사관에 가서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외에도 포니정재단과 함께 한미대학생을 대상으로 에세이 공모전을 열고 우수 작품을 시상하는 등의 장학사업도 한다.”



-한미협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회장을 맡은 게 3년 전이다. 지난 2년은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하고 올해 또 재선되어 임기를 수행하고 있다. 나는 대통령 중심제, 양원제, 삼권분립 등 미국의 제도가 결국 오늘날 미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 한국도 이런 제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미협회장을 맡게 됐다.”



-정부에서 따로 지원 받는 게 있는가.

“한미협회는 정부하고 특별한 관련은 없다. 정부의 예산 지원이 아닌 순수한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미국이 세계 최대강대국이 된 원동력은 무엇인가.

“지난 18세기 말 미국이 독립전쟁을 하던 때에는 사실 미 대륙은 선진국이 아니었다. 그런데 전쟁 이후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하고 정치적으로 발전하고 산업적으로 성장했다. 반면 당시 유럽은 산업혁명을 통한 신기술이 있었음에도 조합(길드)이나 왕실의 허가가 필요해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다. 반면 미국은 유럽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기술과 경제활동에 대해 관대했다. 그런 환경이 미국을 단시일 내에 최고 선진국으로 이끌었다.” 

 

[브릿지초대석]최중경한미협회장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5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올해가 한미동매 70주년이다. 협회 차원에서 계획하는 행사가 있나.

“오는 12월쯤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만찬을 계획 중이다. 또 아직 결정은 안됐지만 한미동맹 발전에 기여한 인물을 뽑아 시상식을 하려고 한다. 현재 수상자를 심사하고 있다.”



-집권 2년차인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각에선 친미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 정부가 친미라기보다는 한미동맹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냉정하게 국제관계를 보자. 우리가 외교안보 문제를 볼 때 일단 국제질서를 정확히 봐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선 한미동맹과 북중동맹이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친 중국 정책을 주장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이는 기존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주장이다. 북한하고 강력한 동맹을 맺고 있는 나라와는 친하게 지내고 원래의 동맹인 미국하고 거리를 둬야 한다는 논리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경제와 관련된 우리의 대미 외교정책은 당장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이건 진보, 보수의 진영논리로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내가 한미협회장을 맡고 지난달 한미 산업협력컨퍼런스를 개최한 것도 한미동맹과 한미간 산업협력이 별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도 한편으론 등거리 외교도 필요하지 않나.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는 이미 500년 전에 ‘애매한 중립은 파멸을 부른다’고 경고했다. 우리가 등거리 외교를 한다고 가정해보자. 강대국들 입장에선 우리가 누구의 편도 아니기 때문에 우리를 배제한 상태에서 우리 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자기들끼리 타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동맹이 중요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경제적 의존도가 큰 중국을 외면할 수는 없지 않나.

“미국과 동맹관계를 공고히 한다고 중국하고 잘 못 지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중국은 우리보고 미국을 편들지 말라고 한다. 그럼 중국은 북중동맹을 깰 수 있나. 미중 갈등 가운데 한 나라와 같이 가야한다면 우리의 동맹인 미국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그게 우리에게 맞는 현실적인 국제질서 아닌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이야기 있다.

“그것을 ‘체리 피킹’(유리한 것만 챙기는 행위)이라고 그런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이 절대 강자인 미국, 중국 사이에서 좋은 것만 취할 수 있겠나. 국제관계에서 애매모호한 태도는 우리 생존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미국의 힘이 옛날보다 좀 많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이 주도했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있다. 미국, 일본은 빠졌지만 당시 영국, 독일 등 많은 나라들이 참여했다. 근데 최근 미국이 견제에 나서자 AIIB에 참여한 유럽국가들이 긴장하고있다. 미국의 국제적인 지위나 영향력을 낮게 볼 상황이 아닌 것이다.” 

 

[브릿지초대석]최중경한미협회장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5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나 반도체 지원법 등 자국산업 보호주의를 펴고 있다.

“미국은 이전부터 반도체를 안보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존의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한 나라들의 면모를 보자. 지난 1970년대 기준으로 미국의 최우방국들로 구성돼 있다. 설계는 미국이 하고, 주요 생산 장비는 일본과 네덜란드가 공급하고, 생산은 한국과 대만이 담당하는 구조로 공급망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후 대만과 한국의 반도체 공장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이런 미국의 최초 구상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게다가 중국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등의 정책을 통해 미국과 본격적인 경쟁을 선언하자 미국 도 견제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우리 기업들의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에 분명히 참여한다는 의사를 밝히되 우리 기업의 기술 및 영업비밀 유출에 대해선 분명하게 거부의사를 밝혀야 한다. 또 미국의 공급망 참여와 우리 기업의 기술 및 영업비밀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 분명히 따지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협상해야한다. 내가 볼 때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이 굉장히 중요한 파트너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강점은 제조·건설 능력과 공정 관리 효율성이 탁월한 것이다. 기한에 맞춰 양질의 제품을 주문량까지 맞춰 보내는 게 어려운 일인데 한국은 이런 부분에서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대미협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산업측면에서 세계시장에서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미국 스스로도 반도체 공급망을 회복하자니 한 가지 약한 부분이 있었다. 바로 제조업 부문이다. 그동안 한국, 일본, 대만 등을 통해 반도체 분업을 했었는데 이 부분을 미국 내에서 생산하려니 그것을 뒷받침할 제조업 기술이 사라진 것이다. 이런 것을 복원하려면 한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제조업 능력은 세계 최고수준이다. 방위산업을 예를 들어보자. K9 자주포라든지, K2 전차라든지 이런 무기들이 세계 방산시장에 나가 경쟁력을 갖는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기초 주물에서부터 모든 전자 장비 완성에 이르기까지 빠른 속도와 저렴한 비용으로 공정이 가능하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별로 없다.”



-윤석열 정부가 너무 친기업적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나는 친기업과 친국민의 차이가 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경제 성장으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했다. 또 우리 국민 대다수가 기업에서 일을 한다. 기업이 성장하면 세수가 확충되고 그게 교육, 복지, 국방 등을 위해서 쓰이는 것 아닌가. 다만 일부 기업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선 법으로 엄격하게 처리하면 된다고 본다.”



-현 정부가 전 정부에 비해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관대하는 등 일본과 밀착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물론 일본이 오염수를 배출 안하면 좋겠지만 그것을 배출해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대해서는 과학적으로 검증할 문제다. 근데 일각에선 오염수 문제를 국민 정서를 자극해 감성적인 면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측면이 문제다. 우리는 대일외교에 있어 실리적인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브릿지초대석]최중경한미협회장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5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대외정책이 큰 틀에서 바뀔 가능성은 없나.

“현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이든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든 큰 틀에서 미국의 안보정책이 변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한미일 동맹 같은 경우 트럼프 정부 때부터 굉장히 강조했던 것이다. 또 트럼프가 시작한 미국의 대중국 견제 정책도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나 환경문제에 있어선 분명한 변화가 예상된다. 전에 미국에 가서 공화당, 민주당 인사들을 만나보니 기후, 환경 문제에 있어 인식이 많이 다르다는걸 느꼈다.”



-한미협회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한미동맹을 우리가 더 발전시켜 나가면 우리 대한민국의 활로가 더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협회는 앞으로도 한미동맹의 가치, 자유 민주주의, 시장 경제, 삼권분립 등의 미국식 가치와 제도가 어떻게 미국의 정치, 경제 발전에 영향을 미쳤나를 정리하고 전파하는데 역점을 두려고 한다. 또 다른 한편으론 한미동맹이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리려 한다. 예를 들면 우리 협회에선 최근 미국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의 동맹으로서 한국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 역사교류를 통해 한미 관계의 중요성을 일방이 아닌 쌍방에 알리고 싶다. 이외에도 우리 협회는 한미 우호 증진을 위해 여러 가지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미협회가 해왔던 세미나, 장학사업, 교육사업 등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브릿지초대석]최중경한미협회장
최중경 한미협회장이 5일 서울 중구 한미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이철준 기자)

◆최중경 회장은

최중경 회장은 지난 1956년 경기 화성 출신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와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들어섰으며 기획재정부 1차관과 필리핀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을 거쳐 현재 제8대 한미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청개구리 성공신화’ ‘위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역사가 당신을 강하게 만든다’ 등이 있다.

대담=권순철 정치경제부장
정리=정재호 기자 cjh8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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