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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도·방향 모두 불투명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

입력 2023-10-15 15:40 | 신문게재 2023-10-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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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의 시작인 근로시간 개편 보완이 뒤로 밀리고 있다. 국민 6000여 명 대상의 설문조사 발표 일정은 다음달로 연기된 상태다. 이런 주춤거림은 국민이 납득할 만한 개편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신호일 것이다. 원점 재검토는 더욱 어렵다. 홍역을 치른 ‘주 최대 69시간’ 혹은 ‘장시간 근무, 공짜 야근’ 등의 논란에 깊이 파묻힌 결과가 아닌지 돌아볼 때다.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중단 이후의 정부와 노동계 간 대화 단절 국면 역시 오래 끌지 않아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중점을 두려는 ‘상생과 연대의 노동시장’을 위해서도 덮어둘 수 없는 중대 현안이다. 근로시간 개편에서 결과 분석보다 보완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 훨씬 난이도가 높지만 노동시장 동력 약화를 생각하면 시간 뒤로 숨지 않아야 한다. 더 많이 고용하고 근로시간 총량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고쳐야 노동개혁으로 인식하는 노동 관점의 프레임 설정 역시 맞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보완을 전격 지시했다. 이후에는 근로시간 단축과 근로시간 유연화는 주 69시간이란 숫자에 갇혀 논의가 상당히 왜곡돼 있다.

불법 부당한 노동 관행은 분명히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 친화적인 정책이 노동 규범 현대화에 역행하고 노동개혁에 반한다고 보는 인식을 보정해야 한다. 노사의 기득권 저항 극복도 노동시장 구조 개혁의 출발점이다. 노사 관계에도 개혁이 요구된다. 법정 근로시간 규제만으로 노동환경과 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듯한 태도는 옳지 않다. 생산성과 효율성을 뒤로 하고 과소고용과 과잉노동 오해에 휩싸인 채 진전된 안이 나올 수는 없다. 이 같은 시각에서 주 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찾는 게 타당하다.

현실에서는 OECD 기준으로 국내 실근로시간에 대한 주장이 부딪치고 있다. 주요국 중 최하위 수준으로 노동생산성이 낮은 노동현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낮은 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2040년 무렵부터 경제성장률 0% 시대가 고착된다는 한국경제학회 전망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노동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왜 개편하는지가 투명해야 고용·노동정책은 확고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 등 어떤 빌미로도 정치권은 노동개혁을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기 바란다. 더 빠른 속도의 근로시간제 개편은 노동개혁의 동력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한 것이다. 경제발전, 경제 선진국 위상 유지가 노동개혁의 방향이고 과제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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