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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임원은 오너 말고 회사에 필요한 사람

입력 2023-10-24 14:55 | 신문게재 2023-10-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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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낙엽의 계절을 맞아 기업에서도 별들이 우수수 떨어지고 있다. 과거엔 북풍한설에 진행됐던 임원인사가 올엔 앞당겨지는 분위기다. 특히 부실, 사망사고, 실적부진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건설사 임원인사가 빨라진 것이 눈에 띈다. 얼마전 빅5 건설사 중 한 곳은 집행임원 50명 중 20명을 내보내는 그야말로 통을 새 술로 채우는 파격인사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또 다른 10대 건설사는 1달 전 후임 발령 없이 몇몇 임원을 내보내는 원포인트 인사를 해 배경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같은날 빅3 건설사 중 한 곳은 인사담당 실장을 급작스럽게 내보내고 새로운 인물을 선임했다. 11월 임원인사에서 초강력 인사태풍이 예상되며 회사는 어수선하다.

국가나 기업 모두 인사가 만사다. 한눈파는 사이 코 베어가는 초스피드 사회에서 기량을 발휘해야 할 선수들이 인사문제로 불안해서야 각자 가진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삼성그룹 창업자 고(故) 이병철 회장의 용병술은 지금도 경구처럼 회자된다. “사람을 믿지 못하면 쓰지를 말고, 썼으면 믿고 맡겨라 (疑人不用, 用人不疑)”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고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은 바로 이런 창업주의 인재철학이 바닥에 깔려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인사는 실력보다 요령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든다. 일에 대한 최선 보다는 아부와 편법 그리고 자리노략질이 난무하고 그 여파로 결국 기업은 망한다.

특히 2~3세 경영이 시작된 기업에서 이러한 불안한 모습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선대회장의 흔적 지우기 과정에서 새로운 줄(카르텔)이 생겨나고 대외경쟁력 없는 집안똑똑이가 양산된다. 괘씸죄, 불경죄가 해고사유가 된다고 하면 누가 회사를 위해 충성심을 갖겠는가.

세계 최장수 기업 중 한 곳인 GE의 CEO선정 기간은 보통 3년이다. 다양한 검증과정을 통과해 일단 선정이 되면 10년 이상 자리를 보장받는다. GE CEO의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은 후진 양성이다. 언제든지 자신을 대신할 수 있는 후임자를 발굴하고 양성시켰느냐가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영학자인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5단계의 리더십을 얘기한다. 그 중 가장 높은 레벨5리더십은 기업의 오너나 CEO가 가져야 할 리더십이다. 이들은 본인보다 우수한 인재를 발굴해 버스에 태우는 역할을 한다. 우수한 인재들이 그 버스를 가장 좋은 곳으로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최고 리더의 역할은 이들 우수한 인재를 알아보고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겸손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나하고 친하냐 아니냐, 누구 편이냐 같은 사적인 편견은 조직을 망치는 독이 된다는 것이다.

유무형의 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하는 자질, 잠재적 역량이 공정하게 평가되고 누가 봐도 이해할 만한 긴 호흡의 인사가 이뤄질 때 조직의 경쟁력은 강화된다는 것을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나에게 필요한 사람이 아닌 회사에 필요한 사람을 중하게 써야 할 것이다.

 

이기영 건설부동산부장 rekiyoung92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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