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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通] 슈링크플레이션

입력 2023-11-07 14:03 | 신문게재 2023-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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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은 줄어들다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 ‘shrink’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inflation’을 합성한 용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면서 제품의 크기·수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추는 것을 말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피파 맘그렌(Pippa Malmgren)이 2015년 1월 자신의 SNS에 코카콜라와 펩시가 음료캔 크기를 줄여 교묘하게 가격을 인상한 것을 ‘슈링크플레이션’이라 칭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패키지 다운사이징이라고도 불리는 슈링크플레이션은 기업이 판매량을 유지하고 비용을 줄여 영업마진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한다.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대안으로 자주 사용된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원재료비 상승을 전가할 수 있다.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식품 가격 인상을 억제하자 기업이 가격은 유지한 채 제품 용량을 줄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CJ제일제당은 이달 초부터 냉동 간편식품 ‘숯불향 바베큐바’ 중량을 280g에서 230g으로 줄여 편의점에 공급하고 있다. 가격은 봉지당 5600원으로 같지만 g당 가격은 20원에서 24.3원으로 21% 올랐다.

동원F&B도 지난달부터 대표 제품인 ‘양반김’ 가격을 봉지당 700원으로 유지한 채 중량은 5g에서 4.5g으로 0.5g 줄였다. 이 회사는 지난 6월에는 ‘동원참치 라이트스탠다드’ 가격(캔당 3300원)은 그대로 두고 중량을 100g에서 90g으로 낮췄다. 해태제과는 지난 7월 대표 제품인 ‘고향만두’ 가격을 그대로 둔 채 용량을 기존 415g에서 378g, ‘고향 김치만두’ 용량을 기존 450g에서 378g으로 각각 줄였다.

고객에게 알리지 않고 슬그머니 양을 줄이는 기업들의 행태에 은근히 부아가 나면서도 설탕·소금·우유·밀가루 등 각종 원재료 가격이 치솟는 데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어쩌면 슈링크플레이션은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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