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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한전부채, 요금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입력 2023-12-1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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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한국전력의 부채가 위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 규모는 올해 말 205조 8400억 원에서 2027년에 226조 2701억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향후 5년간 한전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24조 원에 달한다.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은 지난 5월, 2026년까지 발전소와 송배전망 건설을 미뤄 1조3,000억 원을 절감하겠다는 자구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력산업에 필수적인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국가전력망의 안전성을 흔드는 일이다. 울산에서는 지난 6일 대규모 정전으로 15만 5000가구가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발행한 일이다. 정전사고는 2018년 506건에서 지난해에는 933건으로 85% 증가했다. 모두 한전이 시설 투자와 유지보수를 미루면서 발생한 일이다.

한전의 적자는 문재인 정부가 과속으로 진행한 탈원전 정책에서 시작됐다.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원전 발전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LNG 발전이 늘어난 것이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 요금 인상은 허락하지 않으면서 한전의 부채는 꾸준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요금 인상은 물론 원가절감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한전에게 문재인 정부는 지역표를 의식한 한전공대 신설지원을 떠넘겼다. 인구감소에 따른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과 자회사들은 한전공대의 설립에서 운영까지 수천억 원을 부담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난해부터 40% 요금 인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한전 누적적자 해소를 위한 올해 전기요금을 KW당 51.6으로 산정했지만, 상반기 누적 인상 요금 폭은 KW당 21.1원에 머무른다. 선거를 앞둔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렵다.

요금 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할 수 없는 한전의 선택지는 ‘빚내서 빚 갚기’ 밖에 없다. 한전법에 명시되어 있는 한전채 발행 한도는 지난해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2배에서 5배로 확대됐지만, 3분기까지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당기순손실이 7조 원을 기록하면 내년 한전채 잔액이 예상 발행 한도를 10조 6000억 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량기업이던 한전이 이렇게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은 가격을 왜곡시킨 정치의 책임이 가장 크다. 물론 전기요금 인상이 가져올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물가 인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비상식적인 요금 체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결국 미래세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행동이다. 한전 주주들에 대한 재산권 침해이자 에너지 가격을 왜곡시키는 반시장적인 정책이기도 하다. 인력감축과 임금동결, 불필요한 자산매각을 포함한 한전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선행되어야 하겠지만 요금인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부가 전기 생산부터 요금까지 모든 것을 결정하는 현재 구조에서는 이런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반시장 정책이 국가 에너지 산업에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시장의 가격 형성 기능을 정치가 흔들지 못하도록 시장원리에 맞는 전력구조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전의 전기요금인상은 기정사실이다. 기업과 가계 역시 한전발 요금인상과 에너지 전환정책에 대비해 고효율 저소비로 전환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바우처 확대등 취약계층의 충격을 줄이기 위한 정부대책도 세심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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