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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설득의 기술

입력 2024-05-08 14:23 | 신문게재 2024-05-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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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파리가 우는 소리로 시청률을 올린 개그맨은 먹성 좋은 유민상씨다. 그가 사람들의 폭소를 자아낸 것은 실상 파리의 울음소리가 아니었다. ‘에엥’소리를 내며 파리가 귀로 들어갈 때 손으로 파서 바닥에 떨어트리는 사람들의 일상이었다. 파리의 소리를 사람의 행동으로 맥락을 전환시켜 공감을 이끌어 낸 것이다. 이런 관점의 변화는 생활자적 관찰력이 작동된 결과다. 유민상씨는 파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그려보다 공감이 터지는 한 순간을 짚어 냈을 것이다. 설득력은 추론과 연상의 합작물이다. 비지니스맨의 문제 해결력도 이곳에서 태어난다.


증기 기관차는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난로 위에 얹어 놓은 주전자의 물이 끓으면 수증기가 생기며 주전자 뚜껑이 들썩 거린다. 액체에 열을 가하면 기체로 변하며 대기의 팽창압에 의해 에너지가 생긴다는 것을 누군가 놓치지 않았다. 이것이 추론의 과정이다.

여기서 멈추면 안된다. 추론의 결과를 토대로 솔루션을 찾는 연상의 단계로 이어져야 한다. 기체로 변한 팽창력을 일렬로 늘어선 기관차의 둥근 바퀴로 전달하면 많은 사람들이 이동할 수 있는 교통 수단이 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비지니스맨은 ‘추론’을 통해 ‘관점’을 얻고 ‘연상’을 통해 ‘솔루션’을 얻는다.

이 때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먼저, 인간은 종종 비합리적 판단을 내린다는 사실이다. 원효가 토굴에 머물며 밤을 보낼 때 목이 말라 마셨던 시원한 물이 다음날 아침에 보니 무덤의 해골 바가지에서 흘러 나온 물이였다는 이야기를 떠올려보라. 따뜻한 음료를 마신 평가관의 점수가 아이스티를 마신 사람보다 후한 점수를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문건의 두께나 옷차림의 세련미가 비지니스의 성패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다. 설득의 포장술을 준비해라.

둘째는 배경과 근원부터 살피라는 말이다. 어느 증권사 대표가 ‘우리 회사를 잘 알려 주세요’라며 광고를 의뢰했을 때다. ‘체질개선, 자기자본 비율 12.03%’ 라는 자화자찬식 헤드라인이 제시됐다. 광고주는 실망했다. 그가 원한 내용은 경기 침체를 딛고 함께 일어서자는 감성형 카피였다. 결국 ‘아내의 장바구니를 채울 수 없었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뵐 수 없었습니다. 금융 경쟁력의 미래를 밝히겠습니다.’ 라는 카피가 채택됐다. 그는 당초 똑똑한 이미지보다 착한 이미지를 원했던 것이다. 삼천포로 빠질 때는 첫 단추가 잘못 꿰진 탓이다. 설득의 첫 단추는 상대의 의중이다.

마지막은 자신의 직접적 경험을 담으라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것보다 사실적이고 진실한 이야기는 없다. 최근 가수 이효리씨가 자신이 졸업한 대학의 축사에서 한 말은 거친 듯 했지만 자신과 닮아 울림이 있었다. 그녀는 부모나 친구, 심지어 공자나 맹자의 말도 안 듣는 우리가 어떻게 남의 말을 듣겠느냐며 가르치려 드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그녀의 솔직하고 격식없는 언변과 태도는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설득술이었다. 말미에 그녀는 학사모를 벗어 던지고 흥겨운 춤과 노래를 모두에게 선물했다. 근엄한 축사를 흥겨운 공연으로 바꿔 버린 그녀를 보며 광고는 차가운 냉장고가 아니라 따뜻한 오븐에서 흐른다던 어느 광고인의 지적이 떠올랐다. 디지털 시대의 설득력도 그럴 것이다.

 

김시래 부시기획 부사장, 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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