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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글로벌 시대에 더욱 부각되는 식량안보

입력 2023-12-2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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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 사진
강호동 합천율곡농협조합장
매년 11월 11일은 정부가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농업인의 날’이다. ‘농업인의 날’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전국민에게 농업의 소중함을 전달하는 취지에서 1996년 제정되었다.

‘농업인의 날’을 11월 11일로 정한 것은 인간은 흙에서 태어나 흙을 벗삼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흙자의 토(土) 자가 겹친 토월토일(土月土日)을 상정하였고 이를 아라비아 숫자로 풀어쓰면 11월 11일이 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또한 이 시기가 농업인들이 한해 농사를 마치고 쉬며 즐길 수 있는 좋은 계절이라는 점도 고려되었다.

한편 세계 농민의 날은 4월 17일이다. 1996년 4월 17일 브라질에서 토지개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 경찰의 발포로 19명의 농민이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농민의 날을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예로부터 농업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생산활동을 통해 국민 먹거리를 제공해왔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환경보전, 경관보전, 자연재해 예방, 지역사회 지속가능성 유지 등에 기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수자원보호 및 전통문화계승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2002년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이를 농업이 가지는 비교역적 기능 이라고 정의하였다.

우리 나라의 경우 전국토의 70%가 산지이고 경지면적은 153만ha에 불과해 전 국민에 안정적으로 식량을 공급하는 것은 농업정책의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중요한 안보적 사안이다.

안보의 사전적 개념은 다른 나라의 침략이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주권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일반적으로 안보라 하면 군사적 안보를 지칭하나 포괄적 안보의 개념에는 정치안보, 경제안보, 외교안보, 사회안보, 식량안보 등이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의 곡물수입국이다. 주곡인 쌀은 자급하고 있으나 사료를 포함한 기타 곡물자급율은 20.9%에 불과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율은 3.7%이며 콩, 옥수수, 밀은 90%이상 외국에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 국제적으로 곡물시장은 안정적 구조를 보여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곡물부족 시대로 접어들었다. 국제곡물가격 급등은 절대인구 증가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바이오에너지 연료로 사용하는 옥수수 사용이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 여기에 중국과 브릭스(BRICs) 국가의 육류소비가 대폭 늘어나 사료용 곡물 수요가 급증하였고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이변으로 매년 농업피해가 많아 생산량이 절대적으로 감소한 것이다.

세계곡물수출은 미국, 브라질, 호주, 아르헨티나 등 5-6개국에 집중되어 있다. 여기에 곡물유통 및 물류시설을 장악하고 있는 다국적 곡물회사가 교역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국제교역 물량의 80% 이상을 카길, 에이데엠, 드레퓌스, 벙기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며 가격을 좌지우지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와 같이 수입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수출국가의 공급가격 조작 및 변동시 가격위험에 노출되어 안보적 측면에서 심각한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가간의 무역과 경제문제로 온 국민의 시선이 쏠리는 데는 경제문제가 우리의 먹고 사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식량 수급의 문제는 국가간 갈등과 분쟁이 발생시 더 없는 심각한 사태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무역분쟁은 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12세기 에게해와 동로마제국의 무역이권을 놓고 동로마와 베네치아의 전쟁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지난 2019년 일본이 우리 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여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우린, 플리이미드 등의 수출을 통제한 사례가 있다.

최근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우크라이나 밀 수출의 통로가 막혀 밀 가격 상승으로 제분가격 급등이 생활물가에 큰 영향을 끼쳤다.

식량안보 측면에서 세계식량 사정이 더 악화될 경우 곡물수출국의 수출제한 조치가 확산되는 등 식량이 무기화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상존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비상상황이 될 경우에는 현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투기적 상황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전 국민에게 안전하고 질 좋은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은 농협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사명이고 더 큰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도 안정적 식량수습체계가 될 수 있도록 식량수급 문제를 국가적 핵심과제로 선정하고 식량자급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강호동 합천율곡농협조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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