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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뮤지컬 ‘일 테노레’ 휴&윌 “역사 아닌 이야기, 재즈 닮은 19세기 오페라 미학 그리고 현실적인 인물들”

입력 2024-02-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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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테노레 박천휴 윌 애런슨
뮤지컬 ‘일 테노레’ 작가이자 작사가 박천휴(왼쪽)와 작가, 작곡가, 편곡가 윌 애런슨(사진제공=오디컴퍼니)

 

“처음엔 이인선 테너의 실제 이야기에 더 가까운 버전의 대본도 썼어요. 그러다 보니 ‘이야기’보다는 ‘역사‘가 더 중점이 된, 뮤지컬보다는 역사책의 한 꼭지처럼 느껴졌죠.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인물에게서 멀어져 자유롭게 허구의 이야기가 될수록 저희가 생각한 주제가 더 잘 드러나는 걸 깨달았습니다.”

뮤지컬 ‘일 테노레’( Il Tenore, 2월 25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는 작가·작사가 박천휴와 작가·작곡가·편곡가 윌 애런슨(이하 휴&윌)의 말처럼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의사이자 한국 오페라사(史)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테너 이인선의 삶을 모티프로 한다.

“처음엔 사실에 기반한 큰 스케일의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가 모든 인물을 자유롭게 픽션으로 창작하면서 시간적인 배경 또한 오페라를 올리는 과정으로 짧게 함축했습니다.”  

 

일테노레
뮤지컬 ‘일 테노레’ 중 윤이선 역의 홍광호(왼쪽)와 서진연 김지현(사진제공=오디컴퍼니)

 

‘번지점프를 하다’ ‘어쩌면 해피엔딩’ 등으로 호흡을 맞춘 휴&윌은 그렇게 4개 버전이 있었을 정도로 대본 작업에 공을 들인 끝에 한동안 가제이기도 했던 ‘꿈의 무게’를 담은 ‘일 테노레’를 완성했다.

“무사히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난폭한 세상에서 꼭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꿈이 생길 때, 그것의 아름다움과 비극을 동시에 담고 싶었다”는 휴&윌은 이인선을 바탕으로 극화한 윤이선(홍광호·박은태·서경수), 연극과 오페라를 통해 독립의지를 확산하려던 서진연(김지현·박지연·홍지희), 총칼을 들고 맞서 싸우고자 했던 이수한(신성민·전재홍)을 통해 “꿈이 있기에 생기는, 온전히 혼자서 짊어져야 할 짐. 그것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 테노레
뮤지컬 ‘일 테노레’ 중 서진연 역의 박지연(왼쪽 아래)과 윤이선 박은태, 이수한 전재홍(사진제공=오디컴퍼니)
그렇게 ‘일 테노레’는 이 작품 속 배경인 1930년대 일제강점기가 아닌, 어떤 시대를 살더라도 마주하게 되는 “세상이 제시하는 우선순위와 한 개인의 꿈 사이의 갭”에 대한 이야기다.


◇19세기 스타일과 미학으로 창작한 오페라 ‘꿈꾸는 자들’

“19세기 오페라들의 도드라지는 성격 중 하나는 오케스트라의 엄청난 규모입니다. 특히나 아주 많은 수의 현악기요. 뮤지컬에 60~80인조 오케스트라를 포함하는 건 불가능 하지만 뮤지컬로서는 흔치 않은 대규모의 현악 파트를 포함했습니다.”

오디숀 악기소리, 19세기 오페라 스타일과 미학을 빌어 창작해낸 가상의 작품 ‘꿈꾸는 자들’, 가곡과도 같은 아리아들 등 기발한 음악적 요소들도 흥미로운 작품이다.

“화성악적으로는 푸치니나 바그너와 같은 19세기 작곡가들이 많이 사용한 음악적 언어들을 사용했습니다. 제가 매우 사랑하는 작곡가들이기도 하죠. 제 생각에 그 시대의 오페라들은 재즈와도 많은 접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적인 모티프들이 계속해서 반복하고 변화하면서 더 풍부해지거든요.”

오페라와 성악가를 소재로 한 작품이라고 했던, 작품 개발 단계에서는 쇼스타퍼 형식의 화려한 오페라 장면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일 테노레’는 그 예상을 깨고 섬세한 스토리텔링과 표현으로 무장했다. 이에 대해 휴&윌은 “이야기 속 인물들의 감정과 갈등에서 최대한 진정성이 느껴지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저희는 슈퍼히어로나 지나치게 대단한 캐릭터들 보다 최대한 현실적인 인물들을 그려내는 것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인물들을 어려운 갈등에 몰아넣고 그들이 부딪히는 현실 속에서 그들이 내려야 하는 어려운 결정들을 함께 체험하는 거죠. ‘일 테노레’의 결말에 다다를 때쯤이면 관객분들이 이 인물들을 화려한 오페라 속 인물들만큼이나 격정적이고 비범하게 느끼시길 희망했습니다.”

일 테노레
뮤지컬 ‘일 테노레’ 중 오페라 장면(사진제공=오디컴퍼니)

 

이에 두 사람은 “인물들의 상황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그려내 ‘오페라’라는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예술과는 또렷한 대비를 만들어 내는 게 저희의 의도였다”고 부연했다. 창작 과정에서 신경 쓴 또 다른 부분은 “오페라 스타일의 넘버와 뮤지컬 스타일의 넘버 간 차이 그리고 균형”이었다.

“주인공 이선은 세상이 요구하는 삶을 살아내려고 애쓰며 자신의 목소리를 낮추는 소극적인 성격의 의대생입니다. 그런 인물이 처음부터 오페라 스타일의 크고 격정적인 사운드로 표현되는 건 바라지 않았어요. 그런 면모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인물이 변화를 겪으면서 드러나는 게 맞다고 느껴졌거든요.”


◇전혀 다른 매력의 윤이선 홍광호·박은태·서경수와 서진연 김지현·박지연·홍지희

일 테노레 윤이선들
뮤지컬 ‘일 테노레’ 유이선 역의 박은태(왼쪽부터), 홍광호, 서경수(사진제공=오디컴퍼니)

 

“홍광호 배우는 워낙 특출난 목소리의 소유자죠. 그 덕분에 되레 덜 회자되는 섬세한 연기, 특히나 꼼꼼하게 계산된 위트와 유머까지 훌륭하고 똑똑하며 치열한 배우입니다.”

홍광호가 연기하는 윤이선에 대해 이렇게 전한 휴&윌은 “저마다 매력이 너무나 다른 배우들”이라며 “흔치 않게 한국을 배경으로 한 대극장 규모 창작 뮤지컬을 만들면서 모두의 열정만큼은 똑같이 뜨거웠다”고 털어놓았다.

“박은태 배우는 어떤 역할이든 특유의 감도 높은 매력과 질감으로 완전히 몰입하고 자기화해 반짝이는 감동을 주는 보석 같아요. 서경수 배우는 다른 윤이선 역할의 배우들보다 훨씬 어린 나이임에도 모든 부분에서 안정적인 올라운더죠.” 

 

일 테노레 서진연들
뮤지컬 ‘일 테노레’ 서진연 역의 김지현(왼쪽부터), 홍지희, 박지연(사진제공=오디컴퍼니)

 

이어 서진연 역의 김지현에 대해서는 “작가만큼이나 대본을 전체적으로 깊게 분석하고 섬세하게 이해하는, 누구보다 믿음이 가는 배우”라고 전했다.

“박지연 배우는 열정과 재능이 가득하면서 엉뚱할 정도로 순수한 아티스트로서의 감수성이 남다르죠. 홍지희 배우 역시 까다로운 대사나 감정도 전혀 힘들지 않다는 듯 표현해 내는, 연기와 노래 모든 게 뛰어난 올라운더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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