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 칼 폴라니가 저서 <거대한 전환>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사용한 용어가 ‘사탄의 맷돌’이다. 폴라니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가, 모든 가치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려는 속성이라고 보았다. 이런 습성이 자본주의의 엄청난 착취 체제보다 더 위중하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넣기만 하면 극단적인 금전 만능주의로 가루를 내는 ‘사탄의 맷돌’이라고 표현했다.
이 표현은 윌리엄 블레이크의 서사시 ‘밀턴’에서 빌려 왔다. 산업혁명으로 큰 혼란에 빠진 19세기 초 영국의 현실을 개탄하는 시였다. 당시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과 연계해 세운 밀가루 공장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제분업자들이 공장에 불을 질렀다. 이 화재를 묘사한 그림 가운데 불 붙은 공장 위에 올라앉아 있는 사탄이 나온다.
여기에서 쉬지 않고 돌아가는 공장은 맷돌이고,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빼앗기고 부랑아 실업자로 전락한 이들은 인간이다. 산업혁명의 상징으로 남아버린 이 사탄의 맷돌은 결국 경제성장에 가려진 고통받는 서민들인 셈이다. 폴라니는 성장만 하면 뭐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결국은 불평등만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