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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HJ컬쳐 한승원 대표① 뮤지컬 ‘어린왕자’ 대만 진출로 “한국 콘텐츠의 브랜드화, 확장성에 주목”

[짧지만 깊은: 단톡심화]

입력 2022-10-07 18:30 | 신문게재 2022-10-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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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J컬처  한승원대표 인터뷰4
HJ컬처 한승원 대표(사진=브릿지경제DB)

 

“수출을 위해 만난 중국 제작사들이 ‘한국이 뮤지컬로 유명해?’라고 묻곤 했어요. 불과 5년 전만 해도 딱히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웠죠. 한국에서 향유되고 있는 콘텐츠는 대부분 라이선스 뮤지컬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다음으로 해외 수출을 많이 하지’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됐어요. 창작 뮤지컬도, 관련 인력도 늘고 있어서 해외 곳곳에 수출돼 브랜드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됐거든요.”

대만제작사 씨뮤지컬(C Musical)과 손잡고 뮤지컬 ‘어린왕자’(小王子, 10월 8~23일 水源劇場)를 100% 레플리카로 공동제작해 선보일 준비에 한창인 HJ컬쳐 한승원 대표의 말처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였다. 특히 대면과 현장성을 핵심으로 하는 공연계에 코로나19의 습격은 산업 자체의 존폐를 논할 만큼의 위기였다.

하지만 K방역으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단 한번도 셧다운되지 않은 한국의 공연장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불켜진 무대로 주목받았다. 전세계 유수의 오리지널 뮤지컬들 내한이 러시를 이루면서 “세계 유일의 오페라의 유령” “전세계 유일한 심바” “세계 유일의 콰지모도” 등을 양산했다.  

 

대만 어린왕자_포스터
대만에서 100% 레플리카 공연될 ‘어린왕자’(사진제공=HJ컬쳐)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러시아 등 공연 선진국의 극장들이 팬데믹 기간 내내 셧다운되면서 유일하게 불 켜진, 어떤 위기에도 공연이 멈추지 않는 한국의 무대는 그 자체로 공연 선진국이라는 “설득력”으로 작용했다. 이에 한 대표는 100% 레플리카로 공연될 ‘어린왕자’를 준비하면서 “확장성을 가늠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 중국, 일본 등에 저희 작품을 수출하긴 했지만 100% 레플리카로는 처음이에요. 이번 공동제작을 통해 한국 뮤지컬의 브랜드화, 한국 뮤지컬의 확장가능성을 봤죠.”


◇100% 레플리카 공연되는 뮤지컬 ‘어린왕자’, 대만 문화계에 스며들다

“소품, 무대, 조명, 의상 등 모두를 한국에서 공수하고 이대웅 연출과 다미로 음악감독 등 우리 창작진이 현지 협력연출·협력음악감독과 공동작업으로 꾸립니다.”

생텍쥐페리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어린왕자’는 ‘쓰릴미’ ‘렛미플라이’ ‘블러디 사일런스’ ‘아랑가’ ‘데미안’ 등의 이대웅 연출작으로 ‘엠’ ‘아르토, 고흐’ ‘홀연했던 사나이’ ‘광염 소나타’ ‘난설’ 등의 다미로 작곡가·음악감독이 넘버를 꾸렸다.

“대만사람들이 ‘어린왕자’를 워낙 좋아해서 전시회, 정리준(Zheng Lijun) 전 문화부 장관이 번역해 출판한 ‘어린왕자’(Lian-jing 출판사)와의 티켓 프로모션도 함께 진행 중이에요. 사실 책 표지에 뮤지컬 이미지가 실리는 건 한국에서도 어려운 일이죠. 더불어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도 활용돼 이미 중원대학교, 중앙대학교 전공생들과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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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100% 레플리카 수출된 한국 ‘어린왕자’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

 

이어 “한국의 소극장 뮤지컬이 생각지도 못한 대만의 전시, 출판,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까지 활용되는 경험을 하면서 현재 K콘텐츠 열풍에 확장성까지 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다”며 “전세계적으로 부는 K콘텐츠 열풍에 뮤지컬은 아직 속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공동제작을 통해 K콘텐츠 확장성의 한축을 뮤지컬이 열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원작이 가진 인지도, 보편성, 교육성 등과 한국 콘텐츠라는 브랜드성이 결합돼 반응이 뜨거워요. ‘어린왕자’는 전세계가 시간을 뛰어넘어 오래도록 향유해온 콘텐츠로 보편적 정서를 다루고 있죠. 뮤지컬은 책으로 읽었을 때와 다른 감성, 감동들을 가지고 있어요. 오래 돼서 혹은 너무 익숙해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에 대한 이야기로 코로나19 시기에 우리가 겪고 깨달았던 것들과 맞닿아 있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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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준(Zheng Lijun) 전 문화부 장관이 번역해 출판한 ‘어린왕자’ 책에는 뮤지컬 '어린왕자' 이미지가 실렸다(사진제공=HJ컬쳐)

한 대표의 전언처럼 “한국 창작진의 한국 작품을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강점과 진입장벽도 낮고 타깃 연령대도 다양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무장한 ‘어린왕자’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전예매 보다는 당일 구매가 대부분인 대만에서 “상당히 높은 사전예매율을 기록 중”이다.

 

대만에서 뮤지컬 마니아팬을 보유하고 있는 천핑링(陳品伶)와 장칭자(張擎佳)가 생텍쥐페리, 황하오용(黃浩詠)과 랴오운지에(廖允杰)가 어린왕자, 리자양(李梓揚)과 쉬하오중(徐浩忠)이 나로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공동제작사인 씨뮤지컬은 대만의 작곡가이자 뮤지컬 프로듀서인 장심자(張芯慈)가 이끄는 제작사로 2018, 2020년 타이페이시와 대만 정부가 우수 공연예술단체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 유학시절 접한 뮤지컬에 빠져든 장심자 대표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aegu International Musical Festival)을 통해 2018년 ‘맨투밋’(控肉, 遇見你, Meant to Meat), 2019년 ‘원 파인 데이’(最美的一天, One Fine Day), 2020년 웹뮤지컬 ‘넌 리딩 클럽’(不俱讀書樂部, Non Reading Club) 그리고 2021년 한국·대만 합작 뮤지컬 ‘Toward’(부제: 내일을 사는 여자, 휘인)를 선보여 온 창작자이자 프로듀서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면서 아이들도 좋아할 만한 ‘어린왕자’의 매력은 볼 때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저마다의 상황이나 감정상태, 함께 보는 사람 등에 따라 다른 것들이 보이거든요. 보이지 않는 우리 안의 소중한 것들인 오아시스, 길들인다는 건 책임을 지는 것이라는 깨달음, 관계를 맺으려면 시간과 애정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매일 다르게 해석되고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만날 수 있죠.”


◇싱가포르, 중국 등으로 확장될 관문이 될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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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100% 레플리카 공연될 ‘어린왕자’ 연습장면(사진제공=HJ컬쳐)

  

“중국 뮤지컬은 자신들만의 중심으로 변화되고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요. 이머시브 시어터 형태가 잘 갖춰져 있어서 그 장르에 관심이 많죠. 라이선스 공연도 관객 성향과 특성에 따라 변형시키려고 해요. 저희 작품인 ‘리틀잭’과 ‘더 픽션’이 중국에서 공연 중인데 한국에는 없는 버전이죠. ‘리틀잭’은 진짜 클럽에서, ‘더 픽션’은 이머시브 버전으로 만들어서 공연 중이거든요.”

HJ컬쳐는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창작뮤지컬 제작사로 곧 대만무대에 오를 ‘어린왕자’를 비롯해 ‘더 픽션’ ‘리틀잭’이 중국 상하이에서 ‘이머시브 버전’으로 상연 중이기도 하다.

한 대표의 말처럼 “오리지널 보다는 자신들에 맞게 변형하길 선호하는 중국은 기회의 땅이지만 협업이 쉽지는 않다.” 현지화 고집과 더불어 법률적, 시스템적, 외교적 문제를 비롯한 저작권 문제 역시 녹록치 않은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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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100% 레플리카 수출된 한국 ‘어린왕자’ 공연장면(사진제공=HJ컬쳐)

 

한승원 대표는 “반면 대만은 기반 시설과 창작인력 등 자체제작 인프라 상황이 폭발적으로 발전한 상태가 아닌데다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 오리지널 프로덕션 그대로 보여주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올곧이 우리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는 대만은 자체제작 인프라가 활성화된다 하더라도 당분간은 협업하기에 좋은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불어 중국이나 싱가포르로 갈 수 있는 관문이 되기도 하죠. 대만과 긴밀하게 협업하다 보면 중국, 싱가포르 등의 시장에 한국 뮤지컬을 소개하기가 유리하기도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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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서 100% 레플리카 공연될 ‘어린왕자’ 연습장면(사진제공=HJ컬쳐)

 

“그런 관계성을 가지고 작품 한편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행보들을 긴밀한 협조 속에서 얘기 중”이라고 전한 한 대표는 레플리카 공연 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대만 문화 전반으로의 확장 등을 꾀하고 있기도 하다.

“레플리카 공연을 매개로 책,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연결되는 생각지도 못한 협력들로 좀더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들을 담은 우리 뮤지컬이 대만, 더 나아가 아시아에서의 점유율을 늘려갔으면 좋겠어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를 제외하곤 한국이 뮤지컬 라이선스 수출에 가장 열정적이고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죠. 프로듀서, 창작진 뿐 아니라 정부까지 나서 더 많은 나라로의 진입, 수출에 애쓰고 있거든요. 그렇게 시장과 비전을 선점함으로서 ‘한국 뮤지컬’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될 거예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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