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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티빙의 조용한 입소문, '털사 킹'이 다했네?

[#OTT] 티빙 '털사 킹'
70대 중반의 마피아가 조직에서 좌천돼 분기탱천하는 갱스터 시리즈
실버스타 스텔론이 주연에 제작까지 겸해 눈길
미국내 시청률 고공행진, 일찌감치 시즌2 확정

입력 2023-03-29 18:30 | 신문게재 2023-03-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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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사킹
출소 후 자신이 모신 전 보스의 아들이자 현 보스에 의해 조직에서 밀려나 오클라호마 주에 위치한 도시 ‘털사’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털사 킹’의 한 장면.(사진제공=티빙)

 

조직의 비밀을 안고 25년간 복역한 ‘전설의 마피아’ 드와이트(실베스터 스탤론)는 모든 걸 잃은 남자다. 어린 딸은 세월이 흐를수록 아빠의 갇힌 모습을 보기 힘들어하다 연락을 끊었고 그 사이 아내는 이혼서류를 보냈다. 조직에 돌아오니 모든 게 변해 있다. 정정했던 보스는 병으로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했고 꼬마였던 그의 아들과 친구들이 간부가 돼 있는 상태다. 

 

사실 그는 형량을 줄여준다는 달콤한 제안을 여러번 거절하며 의리를 지켜왔다. 그가 살인죄를 안고 들어간 이유도 사실 보스의 아들이 친 사고를 대신해서였다. 이에 적어도 드와이트는 환대는 아니어도 그간의 보상은 받을 거라 여겼다. 

 

털사킹1
베드신과 액션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는 실베스타 스텔론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털사 킹’의 재미는 충분하다.(사진제공=티빙)

하지만 평생을 바쳤던 조직에 행여라도 누가 될까 합법적으로 형기를 마치고 돌아온 그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코흘리개들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에 급급하고 보스마저 혈연 챙기기에 나섰다.

 

드와이트는 “여기(뉴욕)는 먹을 게 없으니 털사로 가서 왕이 되라”는 보스의 명령이 하찮고 어이없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 곳을 접수하기로 한다. 


미국 오클라호마 북동부에 있는 털사는 ‘오래된 도시’라고 불리는 곳이다. 범죄율이 낮고 인구 대부분이 종교에 입문한 작고 조용한 곳이다. 평생 대도시에서 군림해왔던 드와이트에게는 다른 행성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게다가 감옥에 있으면서 변해버린 범죄 트렌드와 각종 사회상들이 그에겐 여전히 버겁다. ‘털사 킹’은 우리나라로 치면 지리산 청학동에 떨어진 조폭이 자신만의 범죄왕국을 새롭게 건설하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는 광신도들이 존재함을 드와이트를 통해 드러낸다. 캐릭터 자체가 차별적이고 폭력적이다. 어쩌면 그가 조직에서 무식하리마치 오래 버틴 것도 그런 성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인간적인 것은 인종차별이 허물어져 흑인들이 백인 조롱에 나서도 아무도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 카페에서는 더이상 에스프레소 컵을 사용하지 않고 종이 컵에 담아준다는 점, 휴대폰에 사진기능이 추가된 점 등이 이해되지 않는 70대 마피아를 통해 ‘인간으로서의 선’을 지켜야함을 역설하기 때문이다. 

 

드와이트는 자릿세를 내지 않고 자유롭게 사업을 하는 시대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 ‘합법’이란 미명 아래 불편하게 만들어 놓은 여러 사회제도에 순응하는 털사 시민들이 그는 이해되지 않는다. 남자들이 비신사적으로 여성을 추행해도 총을 맞지 않는 시대에 그는 자신이 배운 대로 클래식한 방법을 고수한다.

 

TULSA KING
영문도 모른채 갑자기 동네에 굴러들어온 마피아에게 마냥 당하기만 하는 보디(마틴 스타)는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중요한 인물로 떠오른다.(사진제공=티빙)

 

먼저 흑인 운전사에게 “다시는 깃이 없는 티셔츠를 입지 말라”고 조언한다. ‘털사 킹’에서 드와이트는 단 한번도 캐주얼한 차림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넥타이를 매지 않을 때라도 언제나 재킷을 입어 ‘클래식 마피아 룩’을 완성한다. 그리고 모든 걸 현금으로 처리한다.


100달러짜리를 쥐어주면 깐깐한 식당주인은 물론 공무원마저 고개를 조아린다. 택시를 불러달란 자신의 말에 “우버를 깔라”고 무미건조하게 말하던 호텔 데스크도 자신의 휴대폰을 이용해 차량을 제공한다. 융통성 없이 카드만 받는다던 우체국 직원이 뒷사람에게 “지갑을 숙소에 두고 와서 그런데 선생님이 대신 소포를 부쳐줄 수 있나요?”라고 부탁할 수 있는 건 현금의 힘이다.

드와이트는 매주 꼬박꼬박 현금을 조직에 보낸다. 그곳에서 적응 못하고 도태되길 바라던 마피아 패밀리는 긴장한다. 계획대로라면 매달 보내야 하는 돈을 채우지 못하고 그걸 빌미로 조용히 제거돼야 할 상황에서 더 물만난 듯 잘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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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자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지는 술집주인 미치(가렛 헤드룬드)와 드와이트.(사진제공=티빙)

 

하지만 겉보기에 조용하고 한적한 털사라도 부패한 경찰과 동네를 휘어잡는 범죄조직이 있기 마련이다. 드와이트는 이제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모두 감당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평생을 충성했던 곳에서 버림받은 그가 이미 예견했던 결과기도 하다.

 

폭력과 은폐, 배신과 죽음 등 어쩌면 범죄 누아르에서 당연하게 소비되는 여러 감정들이 실베스터 스탤론과 만나니 찰떡이다. 극 중 드와이트는 평생 범죄에 몸 담아왔지만 의리를 저버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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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에서 서비스되는 파라마운트 시리즈 ‘털사 킹’의 한 장면. 의리보다 혈연을 택한 보스에게 실망한 70대 마피아의 고군분투기가 관람 포인트다.(사진제공=티빙)

그가 털사에서 만난 수많은 MZ들은 오합지졸이다. 비만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스타트 업에 근무하며 배운 거라곤 해커 실력밖에 없는 사회부적응자들이지만 기꺼이 껴안는다. ‘털사 킹’의 유일한 미스 캐스팅은 하룻밤 로맨스로 만난 스테이시 빌(안드레아 새비지)의 존재가 아닐까. 

 

이혼을 앞두고 있는 ATF(미국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요원으로 우연히 만난 인물로 드와이트의 정체를 알고 고민에 빠진다. 범죄를 주로 다루는 FBI보다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털사에서는 주류에 속하는 공무원으로 시즌 1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승승장구하던 드와이트에게 ‘빅엿’을 먹이는 인물이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HBO 시리즈 ‘하우스 오브 드래곤’ 기록을 깨며 올해 최고의 최초 공개 시청률이라는 큰 성과를 거두며 시즌 2 제작을 확정한 상태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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