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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봄비 오는 날 꼭 봐야하는 영화를 꼽자면! '레이니 데이 인 뉴욕'

[#OTT]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 강추
우디 앨런 특유의 뉴욕 사랑 속에 MZ들의 사랑 녹여

입력 2024-04-03 18:30 | 신문게재 2024-04-0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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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자식 구성으로 영화 속 촬영장면을 넣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 장면.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유복한 집안에 재즈와 영화를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 아이비리그가 주는 압박이 싫어 적당히 부자에다 수준도 높은 대학교로 편입해 캠퍼스 생활을 즐기고 있다.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개츠비(티모시 샬라메)는 자신과 취향이 같은 완벽한 여자친구 애슐리(엘르 패닝)를 만나는 게 유일한 낙이다. 미국에서 알아주는 은행장 딸이지만 순진하기 그지없는 그와는 영화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으로 사랑에 빠졌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두 사람 사이는 학교 신문 취재로 뉴욕에 가면서 미묘한 균열이 인다. 개츠비의 고향이기도 한 그 곳은 세계의 메트로폴리탄이자 모두가 동경하는 곳. 하지만 애슐리는 뭔가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기색을 띤 남자친구의 표정을 살필 눈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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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세련된 프레피룩의 전형을 보여주는 티모시 샬라메는 개봉직전 감독 논란에 다른 출연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출연료를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뉴욕에 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원래는 친구가 가기로 했던 유명 감독이자 학교 선배인 폴라드(리브 슈나이더) 인터뷰가 담당자의 풍토병으로 인해 취소될 위기에 처한 것.

 

대타지만 감독의 골수팬인 애슐리는 취재를 핑계로 연인인 개츠비의 고향에서 오붓한(?) 데이트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기로 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핑크빛으로 시작한 영화는 축축하고 현실적인 마무리를 향해 치닫는다. 성장통을 겪은 어린 연인들의 아픔을 딛고. 마침 뉴욕에는 봄비가 시도 때도 없이 내리는 시기다. 길가만 걸으면 자신의 흑역사를 아는 동창들이 그야말로 득실거리고 있다.

 

그들에게 개츠비는 고향을 떠나 성공대로인 아이비리그를 박차고 낭만을 찾아 떠난 히피적인 존재다. 부자 아버지와 우아한 어머니 그리고 곧 집안좋은 형수와 결혼을 앞둔 형을 기꺼이 등진다. 

 

이 지점에서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우디 앨런 감독 작품답게 수다스럽고 온갖 푸념과 각종 에피소드들이 넘쳐난다. 유독 뉴요커의 일상에 재즈의 자유분방함과 주인공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도시적으로 녹여내기로 유명한 감독은 20대의 방황하는 감정을 핀셋으로 정확히 집어낸다.


화면이 바뀌어 길에서 동창을 만난 개츠비는 억지로 영화 촬영장에 끌려간다. 대사 없는 역할로 졸업영화의 대타로 출연하러 갔더니 전 여친의 귀엽고 수줍었던 여동생 챈(셀레나 고메즈)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집안과 친했던지라 어렸을 때부터 봐 왔던 두 사람은 흡사 남매 사이인데 첫 촬영부터 키스신을 찍으란다.

세월이 흘러서인지 챈은 애슐리와의 관계를 제법 촌철살인으로 짚어낸다. 연인의 존재를 밝히는 언니의 전 연인이자 짝사랑했던 상대가 뭔가 이용당하고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의 비극은 일찌감치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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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배우들이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나오는 게 우디 앨런 감독 영화의 재미. 주드 로과 레베카 홀의 분량이 아쉬울 정도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그저 자신이 졸업했던 학교의 신문사 인터뷰라 응했던 감독은 애슐리의 순수한 열정에 감격해 자신만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다. 사실 그는 세상의 찬사에도 엄청난 압박과 우을증으로 괴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나의 신작을 평가해 달라”고 끌려간 시사회에서 소개받은 시나리오 작가 테드(주드 로)도 어리고 예쁜데 열정적이기까지 한 대학생 기자에게 끌린다. 하지만 테드는 함께 영화를 시사하던 중 신경쇠약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간 감독을 찾으러 갔다가 아내(레베카 홀)의 바람을 마주한다. 

 

그 사이 세계적인 배우 베가(디에고 루나)마저 풋풋한 애슐리의 매력에 빠져 레드카펫 행사에 대동시킨다. 문제는 아무 정보도 없이 점심에 이어 저녁 약속을 바람 맞은 개츠비가 TV생방송을 통해 ‘바람둥이 배우의 뉴페이스는 누구인가?’란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연인을 접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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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돌을 던지고 싶은 애슐리 역할을 얄밉게 해 낸 엘르 패닝.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사실 그는 모르지만 이 상황을 지켜보는 챈은 묘한 감정에 휩싸인다. 비도 오고 촬영도 펑크난 무명배우지만 우연히 자꾸 스치는 언니의 전남친이 여자친구에게 휘둘리는 모습에 뭔가 부아가 치민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20대 청춘의 발랄함을 기대했다면 사실 오산이다.

 

영화의 말미, 이상하게 냉랭했던 개츠비와 엄마의 사연이 이 영화의 화두로 부각된다. 단순히 부자의 화해라고 하기엔 애매모호한 엄마의 사연은 미국 주류라 불리는 Wasp(백인, 앵글로 색슨, 신교도)의 치부를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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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국민배우 디에고 루나가 순진한 여대생을 꼬시는 장면은 미디어가 소비하는 각종 스캔들을 가늠하게 만든다. (사진제공=그린나래미디어)

 

 예정된 집안 행사에 바쁜 실제 연인을 두고 우연히 만난 절세미녀를 대동하고 온 개츠비는 그제서 돈과 교양이 넘치는 엄마의 과거를 알게 된다. 누구보다 속물적이라 여겼던 엄마의 조언에 개츠비는 드디어 애슐리를 버린(?)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처럼 그 곳에 오롯이 존재하는 챈과 운명같처럼 조우한다. 

 

현재 웨이브, 쿠팡 플레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곤 있지만 2017년 말 크랭크업 후 우디 앨런의 양녀 성추행 논란과 미투운동의 여파로 미국 및 대부분 국가에서 상영조차 못하고 있다 티모시 샬라메의 굳건한 팬덤으로 한국이 몇 안되는 개봉국가가 됐다.

무엇보다 올초 ‘웡카’의 흥행과 ‘듄: 파트2’의 기세에 발맞춰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이 지난 3월 재개봉하면서 극장가는 그야말로 ‘티모시 풍년’ 시절에 돌입했다. 극 중 그가 비에 젖어 챈의 집에서 쓸쓸하게 치는 피아노 곡은 무한반복으로 보고 싶을 지경이다. 굳이 영화로 보지 않아도 된다. 구간 반복, 안방에서 보는 재미는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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