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Leisure(여가) > 방송·연예

[비바100] 범인색출보다 열 불나는 경검찰 수사, 쿠팡플레이 '어느 날'

[#OTT] 쿠팡플레이 '어느 날'의 김수현, 최근 '눈물의 여왕'의 흥행세에 다시보기 열풍

입력 2024-04-10 18:00 | 신문게재 2024-04-11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어느날5
결백을 주장하는 영민함은 결국 교도소에서 마주한 비극 속에서 시들어간다. 그 과정을 탁월하게 연기한 김수현.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최근 시청률 고공행진 중인 tvN 토일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집 사위를 천연덕스럽게 연기 중인 김수현. 그의 인기에 힘입어 억대 출연료가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그 전에 쿠팡플레이의 ‘어느날’이 훨씬 높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전역 후 첫 선택작이었던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에서 문강태 역으로 열연한 이후 김수현의 선택은 평범함 속 비범함이 빛나는 인물이었다.

‘어느날’에서 김수현은 자신의 이름을 거꾸로한 현수 역할을 맡았다. 평범한 이름만큼이나 20대 중반의 대학생인 그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취업준비에 한참인 인물이다. 돌이킬수 없는 강은 아버지의 택시를 몰래 훔쳐 타고 과 동기들이 여자들과 있다는 펜션을 향해 시동을 걸었을 때 시작됐다. 총 8부작인 이 드라마는 ‘국화꽃 살인’이라 이름붙은 여대생(황세온)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현수가 지목되며 여론몰이와 증거조작 그리고 검거율이 최우선인 검찰의 검은 민낯을 정조준한다.

어느날
한 여인의 살인 사건을 둘러싼 두 남자의 치열한 이야기를 통해 대중적 시각에서 형사사법제도를 파헤치는 8부작 드라마인 ‘어느 날’의 공식 포스터. (사진제공=쿠팡플레이)

 

시작은 같은 또래의 여자 국화가 현수의 차가 영업 택시인줄 알고 타면서부터다. 내려달라는 현수의 말에 “승차거부냐”며 맞서는 여자의 당돌함에 주춤하던 찰나 둘은 곧 한강변을 걷고 목적지인 국화의 집에 내려 술을 마시고 원나잇스탠드를 즐긴다.

사실 무려 13번이나 난도질당해 시체로 발견되기 전까지 현수는 국화의 이름도 몰랐다. ‘어느날’은 갑자기 눈을 떠보니 옆에 피범벅이 돼 누워있는 여자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증거가 넘쳐나는 용의자로 지목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중심에는 강력반 경력만 30년차인 베테랑 형사 상범(김홍파)과 잡법전문만 20년차인 신중한 변호사(차승원)이 있다. 

‘어느날’은 진범찾기에 치중하는 추리형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시청자들에게 ‘과연 누가 죽였을까?’에 대한 의문형보다 ‘어쩌면 모두가 당할 수 있는 마녀사냥’에 치중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과없고 성실한 20대 대학생이 천사의 얼굴을 하고 사실은 범인일지 모른다는 사실까지 슬쩍 흘린다.

범인을 잡는 게 일상인 상범은 “저런 얼굴 속에 감춰진 악마의 얼굴이 있다는 걸 수없이 봐왔다”며 차고 넘치는 증거를 제시한다. 그는 곧 이 사건을 마무리하고 대기업의 관리직이 예정돼 있는 인물. 그의 조력자로 곧 부장검사 승진을 눈 앞에 둔 안태희(김신록)가 특유의 말빨과 강단으로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다.

이런 상황에서 현수는 과연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원작인 ‘크리미널 마인드’가 그렸던 나락으로 떨어진 한 인간의 고뇌와 역경을 기대했다면 곤란하다. 이 작품은 되려 누명이든 사실이든 사회악이라 구분돼 격리된 이들이 감옥에서 갱생보다는 더 깊고 어두운 악의 구렁텅이로 내몰리는 잔혹한 사실을 간과하지 않는다.

어느날2
교도소에서 만난 지태는 냉정하고 차갑지만 유일하게 현수에게 곁을 주는 인물이다. 등장해서 담배만 피는 연기를 보여주는가 싶다가도 김성규가 아니었다면 누가 이렇게 연기했을까 싶을 묵직함으로 작품의 중심을 잡는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감옥에서 마약과 휴대폰, 담배를 장악한 도지태(김성규)의 존재가 바로 그렇다. 모범생이었던 그는 누명을 쓰고 폭력전과로 이곳에 들어와 결국 사자로 군림한다. 강간과 살인을 한 재소자일수록 그들 사이에서 가장 하위로 취급되며 그들만의 처벌을 받는 것을 알기에 그 어떤 회유와 압박에도 무죄를 증명하는 현수의 흔들리는 눈빛을 모른척 할 수 없다.

무겁고 어두운 사회의 한 단면 속에서 ‘어느 날’의 웃음은 법정물까지 천역덕스럽게 소화하는 배우 차승원이 책임진다. 사회정의보다 비주류인 사람들의 사건 해결을 30만원으로 퉁치는 그는 온몸을 뒤덮은 아토피로 장발에 피딱지가 앉은 온 몸을 긁고 다니는 기괴한 변호사다.

그런 그가 현수의 사건을 맡으며 점차 달라진다. 이혼한 아내이자 법의학자(김영아)에게 도움을 받기위해 한 아버지이자 남편으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사건의 진정성 위에 깨알웃음을 남긴다. 여기에 이설이 보여주는 어설프지만 열정 넘치는 굴지의 로펌의 햇병아리 변호사 역할은 과하지 않은 섹시함과 진정한 성장구도를 탄탄히 구축한다.

어느날3
어쩌면 3류변호사라 취급받는 신중한을 만나지 않았다면 현수의 재판은 공정하게 이뤄졌을까. 사실 극 중 차승원이 보여주는 투박하고 믿음가지 않는 연기톤이 ‘어느 날’을 살린 일등공신이다. (사진제공=쿠팡플레이)

 

결론부터 말하면 ‘어느 날’은 깔끔한 작품은 아니다. 결말을 미리 보지 않고 본다면 누가봐도 김수현이 슬쩍 흘리는 이중성에 혹하게 된다. 더불어 지금도 어디선가 반복되고 있는 억울한 누명 그리고 언론과 경검찰의 합동 수사 행보가 가늠된다. 그 잔혹한 현실에 경종을 울리는 ‘어느 날’은 작금의 김수현을 만든 작품이나 다름없다. 순진무구함과 억울함 그리고 사회 기저에 깔린 악에 물드는 과정을 사실감 넘치게 보여준다. 어쩌면 김수현은 뭘 해도 될 놈이었던가.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